가정 경영연구소장 강학중

이 글을 청탁받기 전까진 나의 20대를 한 번도 돌아보질 못했다. '나의 20대'라고 써 놓고그 시절을 돌아보니 그 10년 사이에 그처럼 중요한 사건들이 많았었나 나도 놀랐다. 20대를 바라보며 저지른 두 번의 출가에 이어 재수, 입사, 입대, 복직 그리고 결혼, 득녀, 득남, 영국으로의 유학까지……. 돌아보면 나의 20대에도 인생에 대해서 제법 진지한 의문을 가져보고 나의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한 흔적이 보이건만 스물 다섯 살의 이른 결혼이어서 그런지 유독 결혼의 진정한 의미, 남편의 역할, 부모가 되는 준비에는 무지했던 것 같다.
 
가족학을 공부하기 위해 박사 과정을 시작한지 한 학기가 지났다. 학교에서 만나는 건강한 20대는 보기만 해도 즐겁다. 화장도 안 하고 티셔츠에 청바지 하나만 걸쳐도 젊음과 건강미가 철철 넘친다. 내가 못 가진 것에 집착하고 불평하지 않고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태도만 가진다면 학생이란 신분과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젊음이란 재산은 천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보물이라는 얘기를 먼저 해 주고 싶다. 그리고 인생의 절정기라고도 할 수 있는 20대 초반에 와 있는 학생들에게 학생의 의무랄 수도 있는 공부, 정말 열심히 해서 후회없는 대학생활을 보내길 바란다는 얘기는 않겠다. 영화든 여행이든 음악감상이나 독서든 영어, 컴퓨터, 운동이든 무엇엔가 한 번 푹 빠져보거나 미쳐보라는 얘기도 않겠다. 다만 가족과 가정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나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며 부탁하고 싶은 것은 남자 친구를 많이 사귀어 보라는 것이다.
 
청소년기나 결혼 이전에 이성 교제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없었던 부모세대 중에는 이성교제를 무조건 제약하고 걱정하는 분도 있겠지만 이성에 대해서 새로운 흥미와 관심을 갖고 그 대상자를 찾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성 교제를 통해 자신의 장점과 단점도 알게 되고 정서적 안정과 인격 성장의 기회도 될뿐더러 사회가 요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성숙하는데 필요한 지혜와 생활의 활력소를 얻기도 한다. 아직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일처럼 느껴지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서른이 되기 전 결혼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나와 평생을 살아갈 나의 반쪽, 그리고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될 배우자를 선택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건강한 이성교제다.
하지만 사랑과 연애가 학창 생활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지나치게 한 사람에게만 집착하여 오히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피상적으로 흐르거나 배타적이 될 수도 있고 일회적이거나 쾌락만을 추구하는 유희로 끝나는 경우도 있어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가 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이성교제의 지혜가 필요하다. 부모의 반대에 부닥쳤을 때 그 이유를 여쭤보고 나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나 성적인 행동과 관련된 남자친구의 압력이나 만나는 장소와 의사소통, 데이트 비용과 관련된 고민을 헤쳐나가는 방법 역시 배워야 겠다. 그리고 만나는 때가 있으면 헤어지는 때도 있으니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성숙하게 관계를 정리하는 지혜 역시 익혀야 할 덕목이다.
 
근사한 남자만 만나면 남부러울게 없고 결혼만 하면 행복이 보장되는 것처럼 지나치게 낭만적인 사랑의 환상에 빠져있는 여성들이 있다. 그러나 사랑에도 준비가 필요하고 사랑에도 공부가 요구된다. 성숙한 인간으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기 위해서 준비하고 공부하는 데에는 이르다는 것이 없다. 남자친구를 많이 사귀자. 그리고 결혼에 대해서, 아내의 역할에 대해서, 엄마됨의 의미에 대해서 공부하고 준비하자

눈에 눈물이 없으면 마음에 무지개가 없다...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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