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은 셋이야. 할머니, 아빠, 나." 전남 지역 공부방 연합회 여름 캠프에서 만난 초등학교 2학년의가희가 말했다. q 선교회에서 주최한 캠프에 참가한 150여명의 아이들은 모두 결손, 빈민 가정의 아이들이였다. 정이 그리워서 일까? 서로 선생님 품에 안기려고 하고 손을 잡으려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내내 안 쓰러웠다. 가희 또한 마찬가지 였다. 만난지 5분도 안 되어서 나에게 다가와 내 팔을 끌어 당겨 제 목에 감았다.

나는 학교, 종교 심지어 친구관계까지 돈과 연관되지 않은 일은 없다고 체념하고 두려워 하며 살아왔다. 어린 나이에 하지만 5박 6일간 그들과 지내 오면서 세상엔 돈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고 느끼고 돌아왔다. 캠프 주최측 인사의 사모님은 나에게 다가와 놀라울 만한 사실을 전하고 갔다. "손 버릇이 않좋은 애들이 있으니까 돈 간수 잘 하세요." 순진 무구하게만 보이던 아이들은 그 순간 이후 달리 보이기도 했고 함께간 사람들은 돈도 몸에 지니고 다녔다. 하지만 몇 시간 후 우리는 숙연해 지고 말았다. "선생님 제 돈 좀 가지고 계세요. 잃어 버릴까봐요." 아이들은 우리를 믿었지만 우리는 아이들을 믿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 7월 문화일보에는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정무성 교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실렸다.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 5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76%가 기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기부 형태로는 최근 각 방송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ARS전화 모금(34 . 9%)을 누르고 응답자들은 종교기관(41. 9%)에 가장 많이 기부하고 있었다. 기부금을 내는 주된 이유에는 '보람을 느끼고’(46. 7%),‘대상자에 대한 동정심 때문에'(34. 4%)등 감성적인 경우가 많았다.

종교 단체에서 주최한 행사여서 인지 모든 일에서 종교적 색채가 강했다.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캠프원들에게 강요를 하는 듯한 종교 집회는 종교가 없는 나에게 거부감마져 들게 했다. 게다가 암송을 하지 않으면 식사 배급을 해주지 않자 밥을 굶겠다는 아이들이 속출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을 설득하고 달래고...매 식사 시간 마다 되풀이 되는 일이었다.     

"선생님 우리 아이 좀 잘 봐주세요." 강당에 모여 행사를 할 때면 주최 측 인사의 사모님이 자기 아이를보러 줄을 비집고 들어왔다. 사모님들은 캠프에 참가한 많은 아이들이 결손 가정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잊은 걸까? 자기 자식 만을 쓰다듬고 따로 재우고 하는 모습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평생을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자부심 앞에서 잠시 와서 도와 주고 가는 우리의 의견은 묵살되기도 했고 비 웃음을 사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소득 세법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개인이 고아원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과 불우이웃, 사립학교 등에 기부할 경우 지금까지는 연간 소득액의 5% 이내에서만 소득공제가 됐지만 앞으로는 ‘기부금 전액’이 소득 공제된다는 내용이다.또한 교회 절 등 종교단체는 물론 학술·문화단체 등 공익기관에 내는 금액의 소득 공제 한도도 연간 소득액의 5%에서 10%로 늘어난다.

기부해서 세금을 감면해택 받고, 신문 동정란에 웃으며 기념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기부가 어떤 의미일까? 돈이 전부가 아닐텐데... 남을 돕는게 그런 방법 만이 아닐텐데.. 뭇네 아쉽기만 하다. "선생님네 아빠도 매일 술 마셔?" 한 아이가 건넨 이 말을 듣고 방에 와서 눈물을 훔치던 친구. 초등학교 2학년이라기엔 작은 아이를 안고 재우던 선배 언니. rm들과 함께 내년에도 다른 아이들에게도 사랑을 주러 가겠다고 다짐해 본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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