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아(mania) 문화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매니아 문화가 끝없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 중 감히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스노 보드. 스노 보드의 역사는 19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록키 산맥에서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사냥꾼들은, 앞부분에 끈을 붙인 널빤지를 타고 산을 내려왔다. 본래 사냥을 위한 것이었던 이 도구는 1960년대에 미국에서 스포츠 도구로 진화한 것이다.

최근 스노 보드는 엄청난 붐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통신 동호회나 대학 동아리 등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 나우누리의 보드 동호회에서는 현재 각 통신사당 회원수가  5000명이 넘으며 각 대학에도 보드 동아리가 생기는 등 스노 보드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스키장에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스노 보더를 신기하게 쳐다보던 몇 년 전과는 달리 이제 그런 눈길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대한 스노 보드 협회에 따르면 스노 보드가 89년 국내 첫선을 보인 이래 보더의 인구는  97∼98시즌 5만명, 98∼99시즌 7만명, 99∼2000시즌 15만명으로 급격한  증가세. 10대 후반부터  20대가 절반이 넘으며 30대가 그 다음이다.

"스노 보드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자유로움과 무한한 도전정신이죠." 하이텔 보드 동호회 회원 한철원(22)씨는 이렇게 말한다. "스키는 턴(turn)만 하는 데 비해 스노 보드는 하프 파이프를 타면서 다양한 기술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과 그러한 기술을 끝없이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매력적입니다."

마약이 육체적 중독이라면 스노보드는 정신적인 중독성 스포츠이다. 겨울만 되면 스노 보드를 타려고 직장까지 그만 두는 보더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스노 보드의 중독성의 이유를 단지 자유로움과 도전정신이라고 말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스노 보드의 매력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엇'에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스포츠라기보다는 정신적으로 헤어나기 힘든 중독성을 가진 문화로 분류하는 편이 더 적절할 듯 하다.

스노보드는 신세대들의 경향을 반영한다. 유행은 따라가되 남들과 똑같은  것을 배제해 조금이라도 튀고 싶어하는 것이다. 지금은 많이 대중화됐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노 보드는 매우 생소한 스포츠였다. 보더 중 상당수가 '호기심에' 내지는 '멋지기 때문에' 스노 보드를 탔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스노 보더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한 것은 바로 이 자유와 젊음이라는 특징.

"외국의 10대 젊은이들은 거의 스노 보드를 탑니다. 우리나라도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점점 스노 보드를 타는 추세지요." 살로몬 소속 프로 라이더 최진희(27)씨의 말이다. 5년 전 우연히 본 스노 보드에 호기심을 느껴 보드를 타기 시작한 그녀는 이제 살로몬과 나이키의 협찬을 받는 프로 라이더다. 우리나라에서  스노 보드가 대중화됐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아직은 아니라고 말한다. "현재 젊은이들이 점차 스노 보드를 타는 추세이며 이들이 나이가 들면 그 아래 세대들 역시 계속해서 스노 보드를 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대중화가 이루어지겠죠."

역사는 짧지만 스노 보드는 설원에 온몸을 던지는 짜릿함으로 젊은 세대의 스포츠로 순식간에 등극했다. 1996년 NSGA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스노 보더의 인구는 200만 이상이라고 한다. 1998년에는 처음으로 올림픽 경기에 스노 보딩이 등장해 대단한 호응을 얻었다. 올림픽뿐 아니라 전세계 리조트에서 매년 수십회 이상 크고 작은 시합들이 열린다. 스노 보드는 이제 일부 소수 층만의 스포츠가 아닌 만인의 스포츠로 다가가고 있다.

스노 보드는 두 발이 묶여 있음에도 보더들은 이것이 자유로운 스포츠라고 말한다. 어찌 보면 지극히 역설적인 말이지만 스노 보드를 한 번이라도 타 본 사람이라면 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무한한 정신적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이것이 스노 보드가 지니고 있는 흡입력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수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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