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터놓고 말해봅시다

한 백인 랩퍼가 흑인종을 없애야 한다고 노래한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이다. 이어지는 랩에서 그는  백인종도 황인종도 모두 없애 버려야 전 세계를 하나의 인종으로 만들 수 있다고 노래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랩교(rap敎)의 성가는 정해진 가사나 멜로디가 없다. 그냥 꼴리는 대로 부르면 된다. 자유로움과 저항정신이라는 교리만이 중얼거리는 방언으로 기도하는 신도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노래 부르게나, 죽은 혼이 되지 말고…."

상원의원 '제이 불워스'는 애정 없는 가정생활, 투자의  실패, 떨어지는 지지율, 부패한 정치에 대한 염증으로 삶의 의욕을 상실한 상태. 급기야 빈민  계층을 위한 복지 법안을 누락시킬 조건으로 보험회사에 거액의 보험금을 받고 자신을 죽일  킬러를 고용한다. 그런데 죽기밖에 더 하겠냐며 파격적인 언행을 일삼던 그에게 도리어  돌발 사태가 발생한다. 보좌관이 써 준 유세문을 앵무새처럼 읽기만 하다가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노래하는 랩퍼가 되자 다시 인생이 살맛 나기 시작한 것.

불평등한 사회의 개혁을 꿈꾸는 이상주의자

정치 풍자영화 '불워스'의 제작, 감독, 주연까지 1인 3역을 맡은 워렌 비티는 실제로 젊은 시절부터 열성 민주당 지지자였다. 그리고 영화 밖에서도 소외계층을 위한 세제개편과 선거자금 국고조달 등의 사안 등을 들먹여 왔다고 한다. 하지만  불평등한 사회를 비판하며 서민층 위주의 정책을 내건 워렌 비티의 미 정계 진출 공략은  너무 영화적이라는 평이다. 그의 초기 대표작 '레즈(REDS)'의 주인공 '존 리드'가 그저 무계급사회를 꿈꾸는  이상주의자였다는 평을 들었던 것처럼….

♬ 상암동 동절기 강제철거 웬 말인가.
      순환식 재개발 대선공약 어떻게 됐나?
   ♪ 어떻게 되기는 잊어 버렸지~
      3년이나 지났는걸~ 예~예~
 ♬ 그렇다면 빈민들은 생각 안하나?
  ♪ 당연하지 빈민들이 선거자금 대준 적 있나?
     대기업 재벌들이 대는 돈이 얼마인데.
  ♪ 선거유세 자금은 부자한테 다 나오지.
     국민회의 한나라 자민련 모두같은 클럽회원~
 ♬ 그런데 당신 아들 왜 군대를 안 갔나?
  ♪ 너라면 돈있고 빽있는데 아들 군대 보내겠냐?
     유전무죄~ 무전유죄~ 
   ♪ 옷로비 사모님은 보석 신청했다는데
      감옥의 죄수모두 돈없어서 못 나오네~
 ♬ 이봐 당신 설마 하니 낙하산 인사?  
   ♪그래~ 사실 난 믿는 데가 있어서 시민단체 낙선운동 끄덕 없다 뭐~뭐~

총선을 앞둔 우리나라에도 이런 노래를 부르는 정치인이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김재은 기자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