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짓말>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영화 거짓말에 대해 한쪽은 음란물을 상영했다며 제작사와 상영극장 등을 고발했고, 다른 한 쪽은 영화에 대한 자유의 침범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한 사람이 "나는 솔직하게 살고 싶다"며 책을 냈다. 어두운 가운데 한 줄기 빛은 더욱 밝게 보이는 법. 거짓말이 만연해 있는 상황에 ‘솔직’이라는 단어는 눈에 뜨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나는 솔직하게 살고 싶다>라는 책제목 옆에 써있는 조그마한 글씨는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전방위 문화평론가 김지룡의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성문화 탐구’. 소제목만 봐서는 문화분석서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이 책이 유명해진 건 서갑숙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가 사법처리까지 가면서다. 여성계에서는 이 사건이 여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성적 묘사에 대한 한 이 책도 만만치 않은데 왜 서갑숙의 책만이 사법 처리되고 언론에 부각되느냐며 김지룡의 <나도 솔직하게 살고 싶다>를 거론했다. 이렇게 부각이 된 김지룡의 <나도 솔직하게 살고 싶다>는 세간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영화 <거짓말>이 사전 심의에서 등급보류 판정이 난 것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던 것처럼 이 책도 그렇게 관심을 모았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들어있길러라는 생각에 책을 펼쳐보면 저자의 ‘일본에서의 방탕한 3년’의 생활을 만나볼 수 있다. 노조바야키, 라이브 쇼, 핀사로 등 일본의 풍속업소들을 돌아다니며 겪은 저자의 성체험담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너무나 솔직한 묘사들과 함께. 김지룡의 솔직함은 음란 전화방에서 만난 유부녀와의 관계까지 털어놓을 정도다. 하지만 이 책이 서갑숙의 책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않은 것은 이 책에 쳐져 있는 철저한 보호막 때문이다. 책표지에 써있는 ‘전방위 문화평론갗라는 직함이 그 중 가장 큰 보호막이다. 이 직함은 사람들에게 그래도 이 책이 서갑숙처럼 일개 탤런트가 쓴 하찮은 성체험서로만은 보이지 않게 한다. 그리고 표지 다음에 나오는 저자의 약력. 서울대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고 평론계의 신선함을 불러일으켰다는 그의 약력은 그에 대한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한다.

‘그래 이렇게 유명한 문화평론가는 일본과 한국의 성문화를 어떻게 분석하고 탐구했을까?’라는 호기심 반. 의심 반으로 사람들은 책장을 하나씩 넘기게 된다. 그리고 계속해서 놀라게 될 것이다. 처음 1장을 읽으면서 그의 솔직한 성체험담에 놀랄 것이고 다음 2,3장을 읽으면서 그의 생각들에 놀라게 될 것이다. 문화평론가 김지룡이 이 책에서 얘기하고 싶어한 것은 단순한 자신의 성체험담만이 아니라는 것은 2장에 들어가서야 알 수 있다. 그는 일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원조교제나 부루세라 숍 등 사회적인 이슈가 된 현상들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피력한다. 우리나라보다는 성에 대해 많이 개방이 되어 있다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그의 분석은 주목을 받는다. 더욱이 원조교제나 매춘에 대한 그의 원인 분석은 보통 사람들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얘기들이다.

1997년 일본 도쿄에서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의 명문대를 나와 일류기업에서 고위직으로 일하며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던 한 여자가 어느 날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주목받은 것은 그 여자가 그 일대에서는 꽤 알려진 창부였기 때문이다. 무엇하나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그녀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가며 창부역할을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지룡은 이에 대해 ‘따분한 일상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삶이 무료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매춘을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는 비슷한 이유로 원조교제도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는 일본에서 원조교제를 하는 여학생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콩가루 집안의 구성원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은 겉으로 보기에 너무나 모범적인 가정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가족은 ‘가면가족’이다. 겉으로는 너무나 행복해 보이지만 서로 가정 안에서의 자신들의 역할만을 충실히 하려고 하는 가족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상적인 딸 역할을 연기하느라 힘들었던 것을 원조교제를 통해 풀려고 한다. 김지룡의 말을 빌리자면 ‘사회를 비웃고 도덕을 발로 걷어하면서 느끼는 쾌감’을 느끼지 위한 행동들이다. 일본에서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부루세라 숍. 여고생들이 입었던 교복이나 속옷을 판매하는 부루세라 숍의 주요 고객은 아저씨들이었다. '여고생은 성적대상이 아니다'라는 사회의 터부를 깨는 데서 오는 쾌감을 얻기 위해 부루세라 숍을 들락거렸던 그들은 이제는 여고생들과의 원조교제에 눈을 돌린다. 매춘이나 원조교제 그리고 부루세라 숍까지 김지룡이 주장하는 원인은 이렇게 한 가지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 원인의 또 다른 원인은 일본의 패전으로 인한 급성 아노미 현상 때문이라고 말한다. 패전과 함께 그 때까지 일본을 지탱시켜 주던 가치관이 무너지고 그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가치관 성립을 못한 원조교제 여고생들의 부모 세대들. 그들은 그들의 자식들에게도 제대로 된 가치관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리고 겉으로만 행복해 보이는 따분한 역할 연기를 하게 된 것이다. 김지룡의 일본 문화의 분석은 이렇게 마무리 지어진다.

영화 <거짓말>에 대한 논란의 초점은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다. 이 영화가 예술이라고 얘기하는 제작차 측의 얘기가 거짓말인 것일까 아니면 이 영화는 단순한 음란물일 뿐이라고 얘기하는 음대협의 얘기가 거짓말인 것인가?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분명히 얘기할 수 없다. 그것은 영화를 본 관객들 스스로가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니까.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김지룡의 생각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또한 이 책이 문화평론가의 분석서인지, 김지룡이라는 사람의 에세이인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여기서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런 건 모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몫이니까. 

조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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