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이기심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어린 시절 나무의 잎으로 왕관을 만들어 숲 속의 왕 노릇을 하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그네도 타고, 지치면 나무 그늘에서 낮잠도 잤던 소년. 나무는 이 소년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하지만 소년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무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나마 이따금 찾아올 때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나무의 사과를 따가고 나뭇가지를 꺾어가고 나무기둥을 베어가고 밑둥을 깔고 앉았다. 그래도 나무는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인간은 욕심쟁이다. 어디서든지 관심의 중심이 되길 원하고 모든지 소유하고 싶어한다. 특히 절대 그럴 수 없고,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인간의 탐욕은 극에 달한다. 그리고 자연을 절대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소유하려 들기 때문에 마찰이 생기고 결국엔 양쪽 다 피해를 입는다.

"여긴 내 땅이야, 나의 땅, 나만의 땅이라구."

어떤 것을 독차지할 때 비로소 그것을 소유하는데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다. 15살도 채 되지 않은 소년 얀. 억압적인 집안에서 자라는 그에게 숲은 소유하고픈 안식처였다. 기러기들의 멋진 '노래 소리'에 매료되어 보이지 않는 발자취를 따라 북쪽으로 북쪽으로. 그러다  얀은 외지고 으슥한,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듯한 곳을 발견한다.

그 곳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한 얀은 그 곳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글렌얀 왕국'을 세운다. 하지만 어느 날 얀은 글렌얀에 자신이 지은 오두막에서 부랑자들이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드는 모습을 발견한다. 글렌얀은 얀만의 세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얀은 집으로 돌아와 버렸고 다시는 그 곳에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자연을 너무도 사랑해 나무 한 그루가 베일 때마다 눈물을 흘렸던 얀이었지만 자신의 것을 남과 나누어 가지고 싶지 않아 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 듯 싶다. 더 이상 자신의 것만이 아닌 글렌얀은 얀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자연의 포용력

시간은 흘러 건강이 나빠진 얀은 생거(미개척 삼림지 시대에 형성된 정착지)로 요양을 가게 된다. 그 곳에서 만난 한 살 위인 샘. 사내아이들이 흔히 그러하듯 둘은 모험을 좋아하여 마음이 잘 맞았다. 샘의 아버지의 제안으로 얀과 샘은 숲 속에서 야영을 하게 되고 , 자연에서 얻어진게 아니면 절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인디언과 같은 '야생 생활'을 시작한다.

야영하는 내내 그들은 자연 안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삶의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받았다. 인디언의 티피를 짓고, 직접 식사를 준비하고, 성냥도 없이 불을 피우며 나뭇가지로 잠자리를 만들었다. 불을 피워서 모기를 쫓는 법, 물에서 맑은 물을 얻는 법, 댐 만드는 법, 길을 잃었을 때 길을 찾는 법, 바람의 방향을 알아내고, 동물들의 발자국을 분간하고, 야생동물들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법 등 '숲의 비밀'을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그 과정에서 둘은 자연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만큼 거대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인간은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지 않는 인디언의 지혜를 본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목을 달게 축여주기 위해서

<시튼 동물기>로 더 유명한 E. T. 시튼은 자신이 발견한 자연의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했다. 그는 자연에 관한 책을 만들 때 사람들이 대개 동물이나 식물의 사진을 실어놓고 그에 따르는 설명을 지루하게 늘어놓는 것과는 달리 얀이라는 소년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글로 옮긴 자전적인 소설을 내놓았다.

시튼은 캐나다 이주 후 처음 접한 울창한 숲에서 미지의 세계를 발견했다. 화가가 될 만큼이나 그림 솜씨가 뛰어났던 그(자신의 저서의 삽화를 직접 그렸다)는 공책을 들고 다니면서 숲의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공책에 옮겼고, 자연의 모든 신비를 풀고자 했던 그의 열정은 86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했던 때까지 이어졌다.

"나는 목마른 사람의 고통을 안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의 목을 적실 우물을 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고 다른 사람들 역시 그 존재를 사랑하길 바란다. 시튼은 사랑하는 상대를 전부 알지 못할 때의 고통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얀을 통해 자신이 일생동안 사랑했던 자연의 모든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했다.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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