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의 '기사TOP10'이 달라집니다

새천년을 맞아 더욱 심층적인 언론 리뷰를 위해 '기사 TOP 10' 선정 대상을 2000년 1월 1일부터 25일까지 발행된 일간지 10종류(경향신문, 국민일보, 대한매일, 동아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로 한정합니다. 선정 기준에 투명성을 부여하고, 과정에 공정을 기하고자 6개 부문에 한하여 BEST와 WORST를 선정합니다. 6개 선정 부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발굴, 취재 부문
 - 다른 신문보다 한발 앞선 취재와 보도가 돋보이는 기사 
 
2. 새로운 시각 제시 부문
 
 - 이미 알려진 사건, 사안에 대하여 타지와 구별되는 신선한 시각을 제시한 기사


3. 정보 제공 부문
 - 독자에게 유용하고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한 기사


4, 편집 부문


 - 알차고 짜임새 있는 편집, 탁월한 편집 아이디어로 기사의 가치는 높인 경우 혹은 기존 신문 편집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로 신문의 편집 발전을 선도하는 경우
 
5. 기획기사 부문
 
 - 천편일률적 소재에서 벗어나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비추어 주거나 심층적 자료 조사나 취재가 돋보이는 기획기사


6. 사진, 그래픽 부문
 
 - 기사의 현장감을 살려주거나 독자의 이해를 돕는 절묘한 사진 혹은 그래픽
 


 

 

# 발굴, 취재 부문

BEST: 한겨레/ 스탈린 한인 학살 공식 문서 확인/ 1월 17일/ 이상기 기자
          한국일보/ 軍警, 재소자 수천명 총살/ 1월 16일/ LA 한우성 기자

인권 보호와 과거사 청산에 대한 한겨레의 관심과 노력은 이번 스탈린 한인 학살 문서 발굴에서도 그 빛을 발하고 있다. 한겨레는 문서 발굴 사실을 통신사를 제외한 국내 언론 최초로 확인, 1면 머릿기사로 다루었다. 발견된 명단 중에는 조명희 시인 등 독립운동가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한 문서 발굴을 대부분의 신문이 AP 통신을 인용하는 데서 그치거나 기사화하지 않는 점과 대조해 볼 때 한겨레의 적극적인 보도 자세가 돋보인다. 한국일보가 16일 보도한 '軍警, 재소자 수천명 총살'도 다른 신문들과 비교되는 적극적인 취재와 보도, 심층적 기사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문서 발견에 대한 기사뿐 아니라 군재직 당시 이 재소자 학살에 직접 참여했고, 문서의 비밀 해제를 미국측에 요청한 이도영 박사를 인터뷰하는 등 사건을 다각도로 취재하여 입체적 보도에 최선을 다했다.

WORST : 동아일보/ 電線으로 인터넷 접속 9월께 세계 첫 상용화/ 1월 18일/ 이명재 기자
               동아일보/ 디지털 시대 빛과 그늘-'少益富 老益貧'/1월 12일/ 허문영 기자
               조선일보/ PC통신 '짝짓기' 바람났네/ 1월 15일/    

산업자원부는 17일 '전력선 이용 통신 기술'과 관련된 보도 자료를 각 신문사 출입 기자에게 배포했다. 18일 서울의 중앙지에는 일제히 산업자원부 발표 내용을 소개하는 기사가 올라와 있다. 보도자료에서 주요 내용만 간추리다 보니 기사는 천편일률적이다. 산자부 발표 내용 이외에, 관련 기사나 '전력선 이용 통신기술'에 대한 정확한 소개, 9월 상용화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관한 어떠한 보충 취재도 보이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동아일보는 이 기사는 1면에 배치하여 독자를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공식 보도자료를 그대로 이용하는 기사는 책임 소재가 분명하여 신빙성 자체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동아일보 12일자 [디지털 시대 빛과 그늘]이라는 상자 기사는 빈약한 취재과 억측으로 진실을 오도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기사에서는 벤처기업을 창업하거나 창업 멤버로 일하고 있는 20~30대는 부유해지고, 50~60대는 퇴출 등으로 생활 기반을 잃고 변화하는 사회에도 적응하지 못하여 상대적으로 가난해 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 몇몇 사례들에 근거한 이 기사는 취재가 있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그 외에도 1월 15일자 조선일보 11면에 실린 "PC통신 '짝짓기' 바람났네"라는 제목의 기사는 천리안과 채널 아이, 두루넷과 나우누리, 유니텔과 유니웨이 등이 통합 혹은 흡수된다는 내용으로 같은 내용을 실은 경향신문과 비교해 볼 때 취재는 부실한 채 제목만 선정적으로 뽑는 신문들의 관행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 새로운 시각 제시 부문

BEST : 대한매일/ 지금 교원 사회는…/ 1월 20일/ 조현석, 최여경 기자
           조선일보/ 21세기 한국의 活路-'정직한 실패'엔 격려 '패자부활' 기회줘야/ 1월 19일/                             김홍수 기자 외

교사 임용과 승진과 관련한 두 개의 기사를 나란히 보여주어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는 기사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군 가산점제 폐지로 교원임용시험에서 여초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는 약 700자 분량의 짧은 기사를 99년 교육통계 결과 교장, 교감 승진과 교육전문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턱없이 낮다는 비슷한 분량의 기사와 상자로 묶어 실었다. '들어갈 땐 女超' '진급할 땐 男超'라는 제목에서 보여주듯, 교원 사회의 뿌리 깊은 남녀 불평등적 요소를 시의성 있는 기사를 통해 제시했다. 지금까지 공무원 채용 관련 기사는 군가산점제 폐지로 인해 교원 채용에서 여초가 두드러질 것을 우려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으나 이 기사는 임용와 승진에서 남녀간 엇갈리는 교원 사회의 내재적 불평등을 제시하고 있다.

조선일보 신년특집 시리즈 [21세기 한국의 활로] 4편은 실패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비정함을 문제로 제기하고, 실패자를 수용하고 실패의 교훈을 발전을 기틀로 삼을 것을 21세기 비전으로 제시한다. 97년 IMF사태와 함께 수많은 '실패자'가 생겨났지만 우리 사회의 풍토는 이런 사람들을 사회 구석으로 내몰고 있다. '세계일류'를 사랑하는 '1등주의' 사회가 지닌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WORST : 조선일보/ 시민 단체 선거운동 허용/ 1월 18일

14일자 사설에서도 알 수 있듯 조선일보는 국민적 지지를 얻어가고 있는 시민 단체의 낙천, 낙선 운동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가 선거법 87조에 대해 전향적 개정의 뜻을 밝히자 18일에는 1면 머릿기사로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 공개 위법 결정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가 시내판에서 "야, 시민 단체 선거운동 허용"이라는 제목으로 머릿기사를 바꾸어 싣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언론이 사회 쟁점에 대하여 나름의 가치평가를 하고 그것을 공개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특정 세력의 눈치를 보면서 상황에 따라 어조를 달리하는 것은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박쥐와 같은 행동이 아니고 무엇인가.

# 정보 제공 부문

BEST : 경향신문 / 드라마 '동의보감'/ 1월 17일, 24일/ 강용혁 기자

MBC 드라마 '허준' 방영본을 이용하여 흥미롭고 유용한 한의학 상식을 제공하는 기사다. 드라마 '허준'에 등장하는 한의학 이론과 처방이 현대 한의학에서도 정설로 인정하고 있는지 살펴주고,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되는 한의학 정보를 제공하는 등 유용한 정보를 흥미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전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7일에는 극중 구일서(이희도)의 아내가 임신하자 진맥만으로 태아가 딸이라는 진단을 내린 오근(임현식)이 '전녀위남법'을 처방한 것을 놓고 '동의보감'에서는 인정하고 있으나 현대 한의학에서는 이설로 보고 있다는 내용을 싣고 있다. 24일에는 극중에 임산부에게 '웅담' 대신 '십전대보탕'을 처방한 것이 의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했다. 대한매일이 자랑하듯 '국내 언론사 최초 한의사 기자'가 쓰는 기사답게 전문성과 흥미성을 동시에 지닌 연재 기사다.

WORST : 동아일보/ 최고 CEO 공포에 병 폐암에 안걸리려면?/1월 12일/ 이성주 기자
               한국일보/ 폐암은 재벌 회장 전유물?/ 1월 13일/
               한겨레/ 재벌회장 잇단 폐암 "담배 끊읍시다"/ 1월 15일/ 김경애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잇따라 폐암 진단을 받으면서 각 신문사 건강 섹션에는 앞다투어 '폐암특집'이 올라왔다. 마치 폐암이 근래에 새롭게 발견된 불치의 병인 듯 폐암의 발병 원인부터 완치율, 폐암 치료 전문가에 대한 소개를 경쟁적으로 싣고 있다. 그러나 폐에 암이 생긴다는 사실과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 40대 이후 남성의 발병률이 높으며. 정기 검진을 통해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등을 새로운 정보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독자의 관심만을 한껏 부풀려 놓고 빈약하고 부실한 내용으로 일관하는 이런 류의 기사는 우리 언론의 매너리즘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 보여주는 듯해 씁쓸하다.

# 편집 부문

BEST : 대한매일/ 84세 노인, 6세 소년 거취 싸고 지구촌 '시끌'/ 1월 17일

"84세 노인과 6세짜리 한 쿠바 소년의 거취 문제를 놓고 지구촌이 시끄럽다.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본국 송환과 어머니를 따라 자유의 땅 미국을 찾아 밀입국하다 배가 난파돼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쿠바소년의 본국 송환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대한매일에서 기사 머릿글에 밝힌 것과 같이 피노체트와 곤잘레스의 아이러니컬한 운명을 나란히 배치하여 눈길을 끈다. 비슷한 분량의 기사, 같은 크기의 사진, 두 사람이 고국을 떠났던 시점부터의 일지를 표로 정리한 것 등 비슷한 사안에 대해 결코 비슷하지 않은 국제 여론과 같지만 다른 두 사람의 상황을 단 한마디 설명 없이도 극명하게 보여주는 편집이다.

WORST : 조선일보/ 표밭에 간 부시-고어/ 1월 25일

조선일보는 편집에서도 시민 단체의 낙천, 낙선 운동에 상당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시민단체의 공천반대 리스트 선정 기준과 내용, 3당 분위기 등을 보도하는 지면 한 가운데에 관련 기사도 없는 미국 대선 후보 사진이 실린 것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편집자의 아둔한 감각이 만들어낸 실수인지, 시선 분산을 노리는 계산된 술책인지….

# 기획기사 부문

BEST :  국민일보/ 2000 '보통 사람들'의 소망

(1)은행 대출직원이 재벌들에게 (2)법대생들이 법조인들에게 (3)대학 새내기들이 교수에게 (4)학부모가 교사에게 등 소시민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고 있는 기획이다. 일반인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 지도층의 모습을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창구 역할과 일반인들의 신선한 제안이 눈에 띈다. 새천년을 바라보는 미래 지향적 시각을 사회 저명 인사나 학자들만이 갖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님을 상기시키는 유익한 기획기사다.

WORST : 대한매일/ 통독과 한반도 통일/ 1월 1일, 3일, 5일, 7일, 10일/베를린 김규환 특파원

통일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 상황은 통일의 숙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대한매일의 야심찬 통독 시리즈는 그 소재만으로는 시의적절하며 독자의 기대와 관심을 끌 만하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이 기획기사는 시리즈로 엮어 5회나 연재되어야 할 당위성을 잃어버린다. 1회부터 5회까지의 기사 내용이 거의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1회 "베를린 시대의 개막"에서는  독일이 통일을 이룬 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재는 명실상부한 유럽대륙의 맹주로 떠오르고 있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통일 3년 만에 경제 성장률은 3.7%에서 -1.8%로 곤두박질쳤고, 각종 사회 간접 자본이 부족했으며, 정부는 엄청난 통일 비용을 감당해야 했고, 국민은 고통 받았고, 동독지역과 서독 지역 사이의 괴리감도 컸다. 독일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적 통일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는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2회 "동독지역의 발전"에도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 통일 후의 경제적 어려움, 양쪽 지역 국민들 사이의 이질감,  실업자 문제등이 제시되었다. 3회 "정치, 경제, 사회 통합"이나 4회 "통일 독일의 과제" 5회 "진정한 의미의 통일, 교훈" 등도 제목만 달리할 뿐 제시된 통독 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교훈 등은 1, 2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 사진, 그래픽 부문

BEST : 한국일보/ "시장님 가셨다…" 전시성 캠페인 "땡"/ 1월 25일/ 박서강 기자

정지선 지키기 캠페인의 보도 사진의 정석은 위쪽 사진이다. 그러나 여기서 시각을 약간 달리하면 뻔한 홍보성 사진이 전시성 캠페인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기자는 서울 광교 로터리에서 열린 정지선 지키기 캠페인에 동원된 경찰과 자원 봉사자들이 운전자에게 전단을 나눠주다가(위 사진) 고건 서울 시장이 현장을 떠나자 곧바로 철수하는 장면(아래 사진)을 포착했다. 기자 특유의 순발력과 약간의 정의감만 있다면 아래 사진 같은 장면을 그냥 보아 넘기기는 힘든 일. 주요 행사장마다 보이는 기자들의 플래시는 오히려 아래 사진 같은 장면에 모아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WORST : 조선일보/ '미아리'는 떨고 있다/1월 5일

김강자 종암경찰서장의 부임과 관련하여 미아리 윤락업소 주인들이 걱정에 싸여 있다는 기사와 함께 실린 이 그림은 도를 넘어선 적나라한 묘사로 기자의 질 자체를 떨어뜨린다. 신문의 스포츠면을 장식하는 사진들이나 주요 사건에 관계된 사진의 구도나 인물의 포즈가 천편일률적이거나 통신사에서 그대로 받아 실어 똑같은 경우가 많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신문에서 보는 김강자 서장은 항상 노란 딱지를 진지한 표정으로 가리키고 있을 뿐이다.

 

# 기타 - 한국일보/2000년 1월 1일자 1면 편집

새천년의 첫날, 거창한 이름에 어울리는 각종 이벤트가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대대적 행사라도 예고된 이벤트는 작은 깜짝 파티만큼의 재미를 선사할 수 없는 법. 한국일보 2000년 1월 1일자 1면 편집은 언론과 학계, 일반 독자의 관심과 비난을 한 몸에 받은 대표적인 '깜짝 이벤트'다. 지방 배달판에는 '새천년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로고와 함께 강구항에 솟아오르는 아침해를 담은 사진 한 장이 전부였고, 시내 배달판은 그 사진조차 없이 '2000년 1월 1일'이라는 작은 글귀 뿐이다. 이에 대하여 한국일보는 1월 3일, 한기봉 문화부장의 말을 통해 이러한 획기적 편집에 대하여 "아무도 거역할 수 없는 시간의 대전환 앞에 일상적인 뉴스는 초라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신선하다' '무책임하다' '실수를 감춘 것이 아니냐' 등 반응은 각양 각색이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러한 '충격적인' 시도가 지금까지 우리 신문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1면 광고까지 과감히 없애지 못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지만, 틀을 깨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한국일보의 도전 정신은 높이 살 만하다.

                                                                                                                         김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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