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알 권리 충족은 초등학생도 알고있는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 언론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을까? '당신 기자 맞아?'의 작가 오동명씨는 단연코 아니라고 대답한다.  1999년 말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이 세무비리로 구속될 때 중앙일보는 이 사건을 정부에 의한 언론탄압이라고 연일 보도했다.

오동명씨는 당시 객관성을 져버린 중앙일보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사내에 붙였던 전 중앙일보 기자이다. 그는 이 사건으로 기자라는 '대단한 기득권'을 포기하고 중앙일보 사진기자라는 명함을 버렸다. 그리고 10여년간의 기자생활 동안 보고 경험했던 한국언론의 부패한 모습을 '작심하고 발가벗기기 위해' 책을 펴냈다.

 그의 한국 언론, 특히 신문 비판은 누가 주인이냐라는 문제에서 출발한다. 과연 우리나라 신문의 주인은 누구인가? 흔한 신문광고처럼 '독자가 만드는 신문, 독자가 주인인 신문'이 우리나라의 신문일까? 그러나 신문도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인 이상 소유주인 사장이 신문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family paper를 내세운 국민일보의 경우 순복음 재단 소유인 만큼 종교적 성격이 강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런 성격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주의 눈치를 보느라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불필요하게 지면을 할애하는 것을 꼬집고 있다. 예를 들어 중앙일보 스포츠면이 독자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골프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는 이유가 단지 사장이 골프선수 '우즈'를 좋아해서라면 문제가 있다. 홍석현 사장이 대검찰청에 소환되던 때 기자들이 모여 '사장님 힘내세요!'라고 외치는 광경은 또 얼마나 우스운가? 오동명씨는 이는 기자의 윤리를 져버린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기자라면 비록 자기 신문의 사주와 연관된 사건일 지라도 객관성을 유지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그는 정치권과 언론의 부적절한 밀어주기 행태를 이야기한다. 지난 대선 당시 중앙일보의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에 대한 편파보도를 예로 들며 밀어주고 끌어주는 정치권과 언론계의 사이좋은 공생관계를 그야말로 '까발리고' 있다. 또한 김대중 후보에 대한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의 부정적 보도도 그의 공격대상이다.

구구절절하게 이어지는 그의 언론 비판 중 많은 부분은 기자들 자체의 비리에 할애되어 있다. 일종의 특권의식 속에서 우월감을 맛보려고 하고, 뒷돈을 챙기거나 독자의 소리를 무시하는 기자들이 그의 비판의 대상이다. 기자들이 그렇게 대단한 특권층이었나 새삼 놀라게 되는 구절이다.

 '당신 기자 맞아?'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언론계의 이면을 살펴본다는 의미에서 흥미롭다. 다만 개인적인 주장이 대부분이라 다소 객관성이 떨어지는 듯 하다. 물론 대부분의 내용이 신문사에서 오랜기간 일한 작가가 직접 겪은 일을 토대로 쓴 것이지만 같은 사건이더라도 보는 이의 가치관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으므로 그의 주장을 백퍼센트 믿기는 어렵다. 게다가 자신이 '당했던' 일들에 대해서는 상대방의 실명을 밝히며 너무나 적나라한 비난을 가해서 오히려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전화 인터뷰에서 오동명씨는 이러한 실명 비판이 오히려 지향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반인들이 이런 실명거론을 통한 비판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기존 언론의 양비론, 양시론적 태도에 세뇌되었기 때문이며 옳은 것과 그른 것을 확실히 구분하고 비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기존 언론의 오만함과 비도덕성을 깨닫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신문을 살펴볼 수 있게 되길 바랬다. "저는 신문의 권위를 존중하는 착한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조선, 동아, 중앙(그는 이 3대 일간지를 거명해 주길 바랬다)의 소위 3대 비대 신문사에게 속지 말기를 바랍니다." 또 아직 기성세대의 사고에 물들지 않은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언론의 이면을 깨닫고 직시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오동명씨가 '포토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www.pibkorea.co.kr)의 게시판에는 그를 격려하는 글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에게 격려를 보내는 독자들이 대부분 나이든 분들이거나 주부층이고 젊은이들의 관심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한국 언론은 분명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보를 접하기 힘든 일반인인 경우 언론계에서 일어나는 속사정을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오동명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니고는 독자의 판단이겠지만 비리를 고발하고자 하는 그의 정신을 높이 살 만하다. 99년 그에게 주어진 민주시민언론상(특별상)과 게시판에 올라온 진심어린 독자의 지지가 그 증거가 아닐까?

김소정 기자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