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대한민국력 56년 2월, 계룡산에서 눈치신공과 철새혈마법을 20년간 수련하고 옹니 거사에게서 줄서기검을 전수받은 한 검객이 드디어 총선가도에 나섰다. 냉혹한 기존 무림계는 내공이 1갑자 이상인 고수를 영입하느라 그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그러나 시민연대계의 낙선운동풍이 새로이 불고 있는 것에 힘입어 우후죽순격으로 군소무림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그들 무림의 진정한 내공은 줄서기검도 식별해낼 수가 없으니 이 한 몸 어디에 의탁해야 하나….

4월 총선을 앞두고 새 정당들이 잇달아 창당 대회를 가지고, 총선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물론 총선 전 창당붐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총선 때면 언제나 많은 군소정당들이 양산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16대 총선은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

우선 이들의 원내진출 가능성이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도 높다. 기존 3당에 대한 지지율은 한겨레신문 조사에서는 51.7%에 불과했으며, 한국일보 조사로는 64.0%조선일보 조사로는 47.8%, , 경향신문은 42.9%로 나타났다. 이것은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한 것을 보여준다. 또 16대 총선에서 채택하는 비례대표제가 이를 뒷받침한다. 신당이 전국에 후보를 내서 일정 정도의 정당지지만 얻으면 1~2석은 무난하다.

각종 언론에서 매일 신당을 다루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정책을 제대로 알려주는 일은 거의 없다. DEW는 21세기 시민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 신당들의 정책, 이념, 지향점 등을 짚어 보기로 한다.

개혁신당 - 지역주의와 1인 보스 중심의 정당정치를 타파

지난 1월 19일 홍사덕 의원과 장기표씨는 무파벌, 지역주의 타파, 개혁신진을 내세우며 '무지개연합' 당사 개방식을 가졌다. 그러나 27일, 홍사덕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하자 장기표씨는 개혁신진세력의 정치세력화 작업을 위해 단독으로 '개혁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개혁신당은 '새정치의 기본원칙'을 정립했다. 10평 이내의 지구당사, 천만원대의 선거비용을 실천하는 극소비용의 원칙, 국회의원이 누리는 일체의 특권을 포기한다는 특권포기의 원칙 등이다. 이외에도 현장봉사, 정책경쟁, 민주실천을 내세우고 있다. 개혁신당은 지역당과 1인보스정당에 줄을 서지 않으며, 지역주의정치와 금권정치를 혁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 민주, 평등, 해방의 새 세상

민주노동당(대표: 권영길)은 지난 1월 30일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창당대회를 가졌다. 민주노동당은 민중 주체의 민주정보를 수립하고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참여와 자율에 의한 실질적 민주주의를 추구한다.

이들의 정책을 살펴보면 정치면에서 부패 정치인은 영구적으로 선거 출마를 금지하고, 국가 보안법 철폐를 주장한다. 노동자들의 힘을 결집, 대변하는 당인만큼 주 35시간 노동제를 실현하고, 민주적 경제 체제를 위해 재벌 해체를 강조한다. 또 방위비를 5% 이하로 삭감하고 병력 감축하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청년진보당 - 자본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대안사회 모색

청년진보당(대표: 최혁)은 87년과 92년 대선, 그리고 97년 대선 등에서 민중후보운동을 해온 사람들이 만든 진보정당이다. 이들은 자본주의 체제가 인간과 생태계의 행복과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하며 이를 넘어설 새로운 대안사회의 이념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의 4월 총선 대비 전략은 조금 독특하다. 서울시 전 지역구에 후보 출마, 지역구에 얽매이지 않는 선거 운동이 큰 특징이다. 16대 총선에서 각 지역위원회 후보자들이 사실상 지역구를 포기하고, 서울 45개 전 지역구에 출마하여 청년진보당의 존재를 인식시키려는 것이다. 즉, 지역 일꾼 뽑기 선거가 아닌 전국적 정치투쟁을 지향한다. 서대문 을 지역구에 김광수 전 연세대 부총학생회장, 마포 갑에 류진기 전 성균관대 수원 총학생회장 등 학생 운동권 인사가 대거 출마하는 것 또한 특징이다.

이외에도 김용환, 허화평 공동 위원이 TK지역 공략을 내세우며 만든 '희망의 한국신당'이 있으나 DEW가 주목한 신당들은 기존의 정당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이기 때문에 배제했다. 23일 선관위에 따르면, 민족 진보당, 보수연합당, 한민족연합, 민주 시민당 등이 창당 신고를 했고, 사이버 정당인 '인터넷 한국당', '맑은 나라' 등도 창당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송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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