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의 명목으로 4000명의 직원을 해고한 지난 5월, 디즈니사는 영화 <진주만> 호화 시사회를 위해 500만달러이상을 쏟아 부었다. [Fortune]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51위인 디즈니. 거대한 몸집을 불려 온지 올해로서 100년째다.

권력의 힘은 디즈니를 거만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디즈니의 순수함과 거짓말>은 직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서부터 급진적이고 공격적인 사업확장 과정이 사례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거짓말도 하면 할수록 불어나는 것일까? 디즈니가 순수함과 즐거움으로 가장한 탐욕을 감추려는 노력은 갈수록 커진다. 꿈의 동산 디즈니 랜드에 '사고'는 존재할 수 없다. 만약 불미스런 사고가 났을 때 환자를 엠블란스를 이용하지 않고 승용차로  이송한다고 한다. 디즈니 랜드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왜 디즈니 인가?

저자인 헨리 지루가 미국의 초대형 다국적 그룹가운데에서 유독 디즈니를 '씹은' 것은 디즈니가 기업윤리를 망각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순수함'으로 무장한 채 '꿈을 파는 장사'로 큰 돈을 벌기 때문인가.

저자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디즈니사는 이미 막강한 미디어 산업을 손에 쥔 거대 기업이다. ABC방송국, 무수한 텔레비전 및 유선방송국, 다섯 개의 영화 제작사, 멀티미디어 회사, 두 개의 주요 출판사를 소유하고 있다.
"디즈니가 중요한 문화영역의 일부로써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담론이 필요하다" 그는 미디어 기업으로서의 디즈니사가 대중문화 현상에 끼치는 교육적 현상에 무심하다고 지적한다.

<굿모닝 베트남> = <진주만>

헨리지루가 87년 영화 <굿모닝 베트남>에서 지적했던 디즈니 영화의 '무책임함'이 15년이 지나고 만들어진 <진주만>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들은 마음대로 전쟁이 갖는 의미를 축소시키고, 전쟁의 정치성을 미국인들의 시시콜콜한 일상과 섞어가면서 비정치적인 이야기로 바꾸어 놓는다. 굿모닝 베트남에서는 로빈 윌리암스의 희극적인 분위기를 락큰롤 음악에 담는 것으로, 진주만에서는 용감한 공군 조종사, 벤에플렉과 조지 하트넷의 전쟁놀이를 통해서 디즈니의 감상주의는 빛을 발한다. 또 식민지의 베트남인들을 미국인들의 눈으로 마음대로 묘사하고, 일본에 학살당한 중국인들에 대해서는 살짝 눈을 감는다.

헨리지루가 영화 <진주만>을 본다면 역시  '디즈니 영화에는 추억과 정치와 정체성에 관련된 주제들간의 결속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내렸을 것이다.

헨리지루의 교육학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이런 비판적인 교육의 한 부분으로서 디즈니는 끊임없이 담론의 도마에 올라야 하고, 경계의 대상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즉 디즈니를 제대로 가르치자는 것이다.

그는 "교육이란 지식과 권위와 권력의 관계를 조명해주는 것이다"라고 정의하면서 누가 지식을 생산하고 통제하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비판적 분석의 대상으로써 대중문화를 학교교육과정에 포함시키고 사회분석의 필수적인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그가 제시한 문제점은 디즈니사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에게도 함께 던져진 과제다. 비단 디즈니사에서 배포하는 문화영역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비평문화는 우리의 아이들을 얼마나 보호할 수 있는 것일까? 영화 <진주만>의 시끄러움 폭음과 박진감 넘치는 전쟁장면에 숨어있는 '거짓'을  읽어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다면…

 홍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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