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텅 빈 이화여대 근처의 건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도 항상 붐비는 곳이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신촌기차역 공영주차장에 있는 임시선별검사소.

원래는 2020년 12월 15일부터 2021년 1월 17일까지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19의 확산세가 멈추지 않아 서대문구는 진료소를 계속 운영했다.

처음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토요일과 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운영했지만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이후인 7월 17일부터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토요일과 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 시민들이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다.

오전 11시 41분, 대기자는 51명이었다. 시민들은 1m가 채 되지 않는 간격으로 촘촘히 섰다. 성인이 대부분이었다. 자녀와 함께 검사를 마친 시민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오후 1시, 소독 전에 검사를 마치려는 사람이 늘면서 줄이 더 길어졌다.
 
이화여대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종종 검사를 받는다는 이모 씨(23)는 3~4월과 비교해 대기자가 확연히 늘었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들어가면 바로 검사를 받거나, 10~15분 정도 서면 됐는데 갈수록 인원이 늘어서 번호표를 받고 기다린다.”

오후 4시 50분경, 직원 인터뷰를 위해 진료소를 다시 찾았다. 내내 기다리다 번호표를 받은 시민 사이에서 1시간 동안 어디서 기다리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6시 시작 번호는 797번입니다. 번호표 받아 가시고 그때 다시 오세요.” 직원들은 이런 불만에 익숙한 듯 능숙하게 넘기며 번호표를 배부했다. 지친 얼굴로 안내를 반복하는 그들에게 뭔가를 질문할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오후 5시, 직원들이 소독을 위해 진료소 안쪽으로 들어가자 번호표 배부가 끝났다. 조금 늦게 도착해 번호표를 받지 못했던 시민 중 2명은 천막 안쪽의 직원을 불러 실랑이 끝에 번호표를 받았다. 대부분의 시민은 그대로 발걸음을 돌리거나 다른 진료소로 떠났다.

서대문구에 사는 서모 양(14)과 어머니는 대면 수업 중인 학교에서 밀접 접촉자가 나와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변에서 같은 학교의 교복을 입은 학생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운영하는 다른 곳이 있냐고 묻는 모녀에게 기자가 받은 대기표를 건네자 “양보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오후 7시 35분, 저녁 취재를 위해 다시 방문했다. 오후 5시경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생각했지만, “뭐야, 저게 다 검사소 줄이야?”라는 소리가 들렸다. 오후 7시쯤 방문해 딸과 함께 검사를 받았다는 신모 씨(42)는 30~40분을 대기했다고 말했다.

▲ 문을 닫은 임시선별검사소

마감 3분 전인 오후 8시 57분, 천막 안쪽에서 시민 3명이 문진표를 작성했다. 마지막 사람까지 검사를 마치고 나오자 직원이 하나둘 퇴근했다.

오후 9시 20분, 검사소의 불이 모두 꺼졌다. 마지막으로 퇴근하는 직원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오늘만 파견근무를 나왔기 때문에 평균 숫자를 모르지만 10일 방문한 시민이 1240명이라고 했다. 소독 시간을 제외하면 시간당 138명이었다.

“보건소 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서 여기는 파견근무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요. 의료진뿐 아니라 공무원이랑 군인도 파견되고요.”

기자가 취재한 날의 확진자는 6900명대였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어두운 거리에는 진료소의 하얀 천막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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