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오브서울 기자단의 김수아 박선정 신다혜 이세희 씨가 뉴스통신진흥회 제4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수상작 <인권 증진 정책이 놓친 한 조각, 정신병원 보호사>는 정신병원에서 근무하는 보호사의 문제를 다뤘다. 진흥회 동의를 받아 수상작을 게재한다. 스토리오브서울 양식에 맞추면서 표현을 일부 고쳤다. <편집자 주>

정신질환 환자는 의료진보다 보호사를 더 많이 만난다.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상은 센터장은 “보호사가 거의 24시간 환자 옆에 있다고 보시면 돼요”라고 말했다.

보호사 서 모 씨(39)는 2008년부터 작년까지 경기 김포와 부천의 정신병원에서 근무했다. 환자를 강박하는 방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침대에 눕혀 양쪽 다리와 허리를 침대에 묶어 아예 못 움직이게 해요. 만약에 팔을 묶는다면 환자가 팔을 계속 흔들 거잖아요. 그러면 무릎으로 팔을 못 움직이게 누르는 방식으로 하죠.”

서 씨는 간호과 소속이었다. 주로 환자를 돌보거나 배식과 청소를 했다. 환자가 약을 먹을 때 감시하거나 질서를 유지했다. “강압적이고 무서운 보호사가 있으면 병동이 조용해진다.”

의료진이 회진하면 동행하면서 병원 종사자를 환자로부터 보호하는 일도 했다. 상태가 심각하다고 의사가 판단해 지시하면 보호사는 환자를 격리실에 데려갔다. 그리고 손과 발을 침대 기둥에 묶었다.

신체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법에서 정한 경우에만 제한된다. 격리·강박도 정신건강복지법 제 75조에 따라서 해야 한다. 환자가 자살이나 자해할 위험이 높거나, 다른 사람을 해할 위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시가 있어야 한다.

현장은 달랐다. 서 씨는 간호사와 함께 격리실로 들어간 적이 있다. 간호사는 환자 상태가 양호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환자는 점심시간에 나눠준 젓가락을 들고 위협하더니 간호사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서 씨는 환자를 침대에 묶었다.

심리상담가 장 모 씨는 환자가 망상이나 환청으로 공포에 빠지면 공격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인력이 부족해 낮에는 보호사 업무를 도왔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주사를 놓을 때도 보호사가 필요하다.
 
취재팀은 보호사 채용 조건을 알아봤다. 국내 50병상 이상의 정신병원 165곳에 전화했다. 이 중에서 145곳은 자격증 등 조건은 없다고 했다. 155곳은 남성만 채용한다고 했다.

어느 병원은 “액팅 아웃이 발생할 때 격리나 강박을 해야 해서 남성만 채용한다”고 답했다. 액팅 아웃은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나는 상황을 말한다.
 
보호사 업무를 규정한 공식 매뉴얼은 없었다. 보호사가 가입하는 네이버 카페 ‘정신병원 종사자’에서 어느 이용자가 “강박 시행 규칙 알고 계시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이용자는 인권위 홈페이지에서 강박을 검색해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당직의가 지켜보는 현장에서 강박을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자신이 전문의 앞에서 했는데도 환자가 항의한 적이 있었다”고 적었다. 이에 또 다른 이용자는 “이상하다. 우리 병원은 의사 전화 오더로 시행한다”고 했다.

조건 없이 채용된 보호사는 전문 지식이 부족했다. 서 씨는 격리·강박 전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보호사는 특별한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호하다. 개인적으로 병원에서 교육하는 것도 아니었다.” 해결책은 서로의 경험뿐 이었다.

장 씨는 신체적 노동뿐 아니라 심리적 노동의 강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어느 보호사는 환자에게 맞아 팔이 부러졌지만 산재 처리도 되지 않았다. 체력과 마음의 한계를 느껴 일부 보호사는 약에 의존한다.

밥은 교대로 먹었다. 누군가는 환자 옆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배식하고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 퇴식 카트를 식당에 갖다줘야 했다. 장 씨는 병원에서 일하지 않는 지금도 밥을 빨리 먹는다.

의료법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를 의료인으로 명시했다. 보조 인력인 간호조무사와 의료유사업자도 의료법에 나온다. 보호사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의료법이 정한 직종은 보수교육을 5년마다 받아야 한다.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은 보호사가 전문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수교육을 하지 않는다.

개발원의 이기연 교수는 “전문직은 전문직에 맞는 교육체계, 보수교육, 의무교육이 있어요. 그런데 보호사는 인권교육 말고는 별도의 보수교육 체계가 없어요. 그래서 인력개발원에서 하는 것도 인권교육뿐”이라고 설명했다.

보호사는 정신건강복지법 제 70조에 따라 인권교육을 받는다. 병원의 모든 근무자가 공통으로 이수해야 한다. 필수 교육은 1년에 4시간이다.

개발원 홈페이지에서 강의를 신청하면 수강할 수 있다. 과목당 15분 내외다. 그러나 시험을 보는 등 교육 결과를 검증할 방식은 없다. 서 씨는 “(동영상을) 실제 거의 안 본다. 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동영상을 틀어놓고 시청 기록만 채우면 된다”라고 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도 전문인력을 양성하지만 보호사는 대상이 아니다. 보호사 교육은 결국 민간 병원이 한다.

▲ 취재팀이 찾은 성안드레아 병원

경기 이천의 성안드레아 병원은 2016년부터 해마다 보호사아카데미를 운영했다. 보건복지부가 인권교육 전문교육기관으로 지정해 다른 병원의 보호사가 오기도 한다.

취재팀은 9월 26일 성안드레아 병원을 방문했다. 보호과 주임은 이 병원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면서 2016년부터 아카데미에 참여했다.

그는 간호조무사 등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직원도 교육을 받고 업무를 한다고 설명했다.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는 분도 있고, 없는 분도 있으니까 채용 후 교육을 하는 거죠.”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 윤미경 이사는 “대부분의 경우 격리·강박을 실제로 수행하는 건 보호사”라며 “보호사를 위한 인권, 업무 교육은 병원 자체적으로 실시하지만 그마저도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서면으로 답변했다.

서 씨는 1년 동안 일하면서 환자를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 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환자가 말을 걸면 자신도 모르게 무시했다. ‘정신병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 씨는 교육체계가 부족해서 잘못된 대응 방식이 신입 보호사에게 대물림된다고 지적했다.

▲ 정신질환 환자의 격리· 강박 지침(출처=보건복지부)

격리·강박은 보건복지부가 제정한 지침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법적 강제력이 없다. 훈령·예규 등의 발령 및 관리에 관한 규정(대통령훈령)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지침은 행정규칙으로 분류된다. 행정 내부에서만 구속력을 가지며 국민에 대해서는 효력을 미치지 못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이인영 조사관(장애인차별조사2과)은 “법령이 아닌 지침으로 규정해 격리나 강박이 빈번하고, 과도하게 시행할 소지가 크며 인권 침해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말했다.

“돌발 행동을 한다거나 병원 종사자, 의료진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그냥 격리·강박을 겪었던 것 같아요. 저는 약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거든요. 내가 먹는 약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알려주지 않으면 먹지 않겠다고 했더니 며칠 격리·강박된 적 있어요. 납득할 수 없는 이유죠.”

▲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의 이정하 대표

서울시립대 신권철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사전과 사후 보고는 의미가 없어요. (보호사도) 강박을 할 때마다 전화 걸어서 지시를 받아야 하는 걸 알아요. 그런데 급한 상황 때문에 보고나 기록을 안 하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라고 말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정신병원 관련한 진정 건수가 줄었다. 특히 강제 입원을 제한하는 조항이 2016년 생기면서 급격히 줄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격리·강박 진정 사례는 증가했다.

인권위는 진정 사건을 접수하면 개별적으로 조치했다. 그러다 정책적 개선방안을 마련하려고 2015년에 실태조사를 했다. 당시 보건복지부의 격리·강박 지침은 시행 기준이 모호하고 포괄적이었다. 시간제한 규정도 없었다.
 
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격리·강박이 일어나는 원인으로 ‘처벌 목적으로 시행’(30.7%)이 가장 많았다. 다음은 ‘의료인, 직원의 부족’(20.8%), ‘의료인, 직원의 자의적 시행’(17%)이다.

이듬해 8월,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의 격리·강박으로 인한 인권침해 최소화를 위한 정책권고’를 보건복지부에 보냈다. 빈번하고 과도한 격리·강박과 설명 부재, 기록작성 미흡, 격리·강박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를 거론했다.

격리·강박 조치를 시행하는 보호사의 채용기준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호사의 역할과 자격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진과 직원, 보호사를 대상으로 하는 정기적인 교육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조사관은 “어디에도 보호사 자격이나 역할에 관한 규정이 없는데, 정신의료기관에서 격리나 강박이라는 환자의 신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제압하면 신체를 손상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여러 사람이 제압하다 보니 환자에게 정서적 충격을 주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실태조사를 통해 보호사 체계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회신하고도 손을 놓은 상태. 인권위는 올해 발표한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2021)’에서 같은 점을 지적했다.

희망바라기 강돈수 대표는 보호사가 격리·강박하는 관행을 환자가 점점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설명도 없이 그냥 코끼리 주사 놓고, 격리합니다. 무서워서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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