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버스는 현금 없는 버스를 시범 운행하는 버스입니다. 교통카드를 미리 준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333번 버스를 탔다. ‘현금 없는 버스’ 사업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왔다. 10월 23일이었다. 서울시는 10월 1일부터 시내버스 일부 노선에서 ‘현금 승차 폐지’ 사업을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8개 노선 버스 171대에서 현금 요금함을 없앴다. 대신 모바일 교통카드를 즉시 발급하는 QR코드를 정류장에 설치했다. 현금 이용자가 줄고, 위생 효율성 안전 측면에서 불가피하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일부에서는 노인과 어린이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등학교 교사인 서민아 씨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대부분 충전식 교통카드 아니면 현금을 쓴다”며 “아이들에게 가장 쉬운 지불 방법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걱정했다.

이주희 씨(26) 또한 “젊은 사람한테는 문제가 없겠지만 현금을 자주 사용하거나 버스 카드를 충전해서 쓰는 노인은 당황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버스 입구에 현금 요금함 자리가 없다.

기자는 10월 23일~30일, 누가 현금을 내는지 알아보려고 현금 없는 버스를 탔다. 첫날, 60대로 보이는 남성이 현금 2000원을 들고 승차했다. 또 다른 날, 초등학생이 친구들과 함께 현금을 들고 승차했다. 시민 대다수는 카드를 이용했지만 노인과 어린이 일부는 현금을 냈다.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노인과 어린이는 ‘선불 교통카드’를 사용하면서 현금을 같이 갖고 다닌다.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고 스마트폰이 서툴러서 현금이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장모 씨(69)는 “보통은 선불 교통카드를 내지만 잔액이 없을 때는 현금을 낸다”며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 몰라서 비상금으로 현금 1만 원 짜리와 1000천 원 짜리 그리고 동전 몇 개를 꼭 가지고 다닌다”라고 말했다.

평소 버스를 자주 탄다는 유모 군(10)도 “버스 카드는 엄마가 충전해주고 혹시 몰라 비상금으로 현금을 가지고 다닌다”며 “계좌이체나 모바일 교통카드 같은 것은 잘 모른다”고 했다.

박금순 씨(76)는 “주변 사람 중에 현금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많고 스마트폰을 잘 못 다루는 사람도 많아 ‘현금 없는 버스’ 사업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 ‘현금 없는 버스’가 다니는 정류장의 QR코드 설치 안내문

초등학교 5학년 동생을 둔 강다은 씨(24)는 “QR코드를 통한 모바일 교통카드를 대안으로 제시하는데 노인뿐 아니라 아이들이 모바일 교통카드를 혼자 발급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확인했더니 서울시가 대안으로 제시한 ‘티머니 페이’에 가입하려면 본인 명의의 휴대폰이 필요했다. 강 씨는 “현금을 내는 사람이 적다는 건 인정하지만, 가장 쉬운 지불 방법이 사라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좀 더 치밀한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교통실 버스정책팀 관계자는 “전체 정류장 1만 1280개 중 85.7%의 200m 이내에 교통카드 판매처가 있다”며 “당장 카드가 없더라도 가까운 지하철이나 편의점에서 손쉽게 카드를 구매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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