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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의 모험
곽상호 기자 | 승인 2021.12.19 17:34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정희 씨(60‧주부) 씨는 누군가 치워버린 고양이 밥그릇을 보고 탄식했다. “참 못된 사람들이에요. 이 불쌍한 아이들 처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한다면 이런 행동은….”

기자와 만난 10월 5일, 김 씨는 일곱 군데의 고양이 밥자리에 가서 사료를 채웠다. 고양이 밥자리는 길고양이가 먹이를 안정적으로 먹도록 캣맘이 설치한 시설을 말한다.

그는 이런 활동을 올해까지 20년 정도 했다. 보람찬 순간이 많았지만 힘들었던 날도 있었다. 캣맘의 활동을 꺼리는 주민과 갈등을 겪을 때면 고양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며 답답하다고 말했다.

인천의 카페에서 다툼이 있었던 9월 29일에도 그랬다. 김 씨는 잠깐 쉬려고 카페를 갔다. 근처에는 주인 없는 고양이가 10마리 넘게 돌아다녔다.

안타깝게 보여서 김 씨는 사료를 꺼내 밥그릇에 담았다. 그리고 근처 주차장에 놓았다. 커피를 주문하러 몇 분 자리를 비운 사이에 돌아오니 밥그릇이 보이지 않았다. 알아보니 카페가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다.

종업원은 “고양이들 밥 주면 수도 늘고 똥도 많이 싸요! 고양이가 그렇게 좋으면 책임지고 키우던가. 이게 뭔 짓입니까?”라고 말했다. 김 씨는 캣맘의 커뮤니티에 카페 정보를 올렸다. 게시물은 인터넷을 통해 퍼졌다. 4만 명 넘게 조회하고 댓글이 500개가 넘는 경우도 있었다.

김 씨는 차에 고양이 사료를 늘 싣고 다닌다. 그러다 고양이가 눈에 띄면 밥자리를 설치하고 먹이를 준다. 이런 즉석 급식은 김 씨의 캣맘 활동에서 부수적이다. 주된 활동은 고양시에서 한다.

그는 고양이가 다니는 길목을 관찰한다. 인적이 드물고 접근성이 좋은 곳이면 먹이 담을 그릇을 플라스틱이나 나무로 만든 시설물에 고정하고 사료를 준비한다. 이런 곳에서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면 고양이가 모여든다. 김 씨는 이렇게 10여 곳의 밥자리를 확보했다.

그가 10월 5일 캣맘 활동을 위해 방문한 첫 장소는 교회 앞이었다. 얼마 전까지는 옆의 공터에 밥자리가 있었다. 몇 달 전, 공사가 시작되면서 교회로 옮겼다.

김 씨는 밥자리에 남은 고양이 사료량을 보고 실망했다. 먹이를 준 지 1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곳을 지나는 고양이 숫자에 비해서 사료가 너무 많이 줄었다.

근처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주민이 훔쳐 갔다고 단정했다. 왜냐하면 김 씨는 사료통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 썼는데, 누군가가 건드려서 물이 들어간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김 씨는 “밥을 기다리는 고양이가 사료가 없어서 굶으면 속상한데 사룟값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얼마나 드냐고 기자가 묻자 김 씨는 “이런 양이면 1만 5000원 정도 해요”라고 답했다.

▲ 김정희 씨가 고양이 밥자리에 사료와 물을 채우는 모습

캣맘에 반감을 가진 주민은 비둘기를 가리키며 고양이만 불쌍하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김 씨는 말도 안 되는 억지라면서 “고양이 사료를 새들이 3분의 2 이상 먹는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빌라 앞에 차를 세우고 사료를 꺼냈다. 이어서 조심스럽게 밥자리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중년 남성이 “여기 사유지야. 그만 오라고 했잖아. 시에서도 못하게 막았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묵묵히 사료를 담았다. 이번에도 밥그릇이 엎어져 있었다.

김 씨는 자주 있는 일이라 괜찮다고 했다. 다음은 음식점 주차장이었다. 이번 방해꾼은 비둘기였다. 그릇 위에 모여서 고양이 몫을 차지했다. 김 씨는 비둘기가 고양이 사료 그릇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지만 소용없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들고양이는 새를 사냥한다고 한다. 캣맘은 비둘기때문에 고양이가 굶는다고 본다. 실제로 비둘기 대여섯 마리에 눌려서 고양이가 밥그릇에 접근하지 못했다. 김 씨가 다가가자 비둘기들이 날아갔다. 고양이는 그제야 식사했다.

김 씨는 왜 캣맘 활동을 시작했을까? 처음에는 무관심했다고 한다. 지인이 다친 고양이를 돌보는 모습을 우연히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니 굶주리는 고양이가 너무 많았다.

홍익대 구유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캣맘이 되는 과정은 네 단계다. 관심 단계에서 시작해 먹이 급여 단계로 간다. 다음은 다른 캣맘과 소통하는 온라인 서비스 이용 단계.

마지막은 TNR/입양의 단계다. TNR은 포획(trap) 중성화(neuter) 방생(release)의 줄임말이다. 이때부터 캣맘은 길고양이의 개체 수를 조절하고 영구적인 돌봄을 계획한다.

TNR/입양 단계에 있는 캣맘 안삼분 씨(62‧주부)는 비용을 모두 개인이 부담하여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또 활동이 방해받을지를 걱정하고 눈치를 본다고 한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못하게 막는 행위 역시 동물 학대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김 씨가 마련한 고양이 밥자리 가운데 한 곳에는 고양시 안내판이 있었다. 시가 관리하는 재산이므로 무단으로 점유 및 사용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캣맘이 밥자리를 마련하고 고양이를 돌보는 활동은 규제대상일까? 고양시 일산동구청의 담당자는 “과거에 도로구역에서 고양이집을 무단적치물로 보고 철거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민원이 제기되면 행위자를 찾아 철거를 통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씨는 다툼이 있었던 인천의 카페를 다시 찾았다. 한 달 만이었다. 카페와는 다시 엮이고 싶지 않았다. 고양에서 인천까지 멀리 가기도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굶주리던 고양이들이 자꾸 떠올랐다.

카페 부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밥자리를 마련했다. 열 마리 가까운 고양이가 순식간에 모였다. 김 씨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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