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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탐방 (11) 협력의 가치를 공유하는 크로아티아
안경준 기자 | 승인 2021.12.05 20:00

 

크로아티아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연방공화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이후 정치 사회 경제 개혁에 집중하면서 여러 국가와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한국과는 1992년 수교했다.

운영비 문제로 크로아티아는 주일 대사관이 한국 업무를 담당토록 했다. 2011년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이 크로아티아를 방문했을 때, 양국 투자와 관광 교류 증대를 위해 대사관 상주를 요청하면서 2018년 주한 대사관의 문을 열었다. 대사관은 서울 중구 퇴계로에 있다.

이웃 국가인 세르비아는 연방 유지를 원했다. 두 나라의 대립은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후 크로아티아는 민주주의 발전와 경제 회복에 힘써 2013년에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됐다.

기자와 10월 28일 만난 다미르 쿠센 주한 크로아티아 대사는 전쟁의 고통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지향하고 시민에게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는 분쟁 후 사회를 위한 가장 좋은 정치적 틀이며 화해, 신뢰 구축, 관용, 인권과 자유에 대한 존중을 장려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크로아티아는 (전쟁을 치른) 서발칸 지역의 다른 이웃 나라를 도우며, 그들이 완전히 개혁돼 유럽연합에 가입하기를 바란다.”

▲ 쿠센 대사가 집무 중인 모습(대사관 제공)

관광업은 경제 회복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관광업이 차지한다. 쿠센 대사는 지역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곁들이며 주요 관광지를 소개했다.

“크로아티아는 광범위한 방역 조치를 했으며 인구밀도가 아주 낮은 나라이기 때문에 코로나 19 확산 가능성이 적다. 2021년에는 관광객 1300만 명이 크로아티아를 찾았다”며 관광업 수요가 회복되길 기대했다.

크로아티아 과학교육부는 2019년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과학기술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크로아티아의 리막 오토모빌리(Rimac Automobili)는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현대자동차와 협력하는 중이다.

크로아티아 과학자는 유럽연합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다. 유럽연합의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은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유럽의 과학자를 지원하는 약 950억 유로(약 125조 원) 규모의 프로그램이다.

한국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호라이즌 2020(Horizon 2020) 프로그램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포함한 17개 분야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쿠센 대사는 “한국과도 과기정통부나 대학 간의 공동연구 프로젝트와 직접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학생 교류 가능성을 묻자 쿠센 대사는 “오늘 들은 질문 중 가장 반가운 질문”이라며 “지금까지 20개 이상의 한국 대학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한국 학생이 교환학생에 관심이 많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크로아티아 학생의 관심은 계속 커지는 중이다. 아이다 클레멘치치 씨(22)는 그룹 세븐틴을 좋아하는 자그레브대 공연예술제작과 학생이다. 그리고 ‘코리아 크로아티아 이벤트’(Korea Croatia Events·KCE)의 대표이기도 하다.

KCE는 한국 문화를 크로아티아에 알리는 비정부 기구(NGO). 처음엔 케이팝을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가졌다. 한국에 관해 계속 찾아보며 전통춤과 역사, 건축에 대해서도 유심히 보게 됐다.

클레멘치치 씨는 “크로아티아는 아드리안 해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고성과 유적지도 꼭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천할만한 관광지는 자고리예(Zagorje)와 슬라보니아(Slavonija). 자고리예는 15세기에 지은 벨리키 타보르 성(Veliki Tabor castle)이, 슬라보니아는 와인 양조장과 16세기부터 이어진 말 목장이 볼거리라고 한다.

자그레브대 대학원생인 테오도라 라조비치 씨(29)는 한국어가 유창하다. 케이팝과 한국 예능, 드라마를 좋아하면서 내용을 이해하고 싶어 한국어를 배웠다. 그는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케이팝 경연대회, 한국사 강연을 비롯한 행사의 기획을 도왔다. 평창올림픽 때는 크로아티아 올림픽위원회의 한국 관광을 안내했다.

한국에 알리고 싶은 크로아티아 문화가 있는지를 물었다. 라조비치 씨는 ‘포말로(pomalo)’라고 했다. 긴장을 풀고, 천천히, 꾸준하게 하자는 크로아티아 사람들의 삶의 철학을 말한다. 그는 박사과정을 한국 대학에서 하고 싶어 한다.

순치짜 두마노브스키 씨(28)는 한양대 연극영화과 학생이다. 그는 “한국 영화는 장르가 다양하고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 새롭다”며 “한국에서 연기를 배우고 한국 영화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은 한국학진흥사업으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대에 한국어 교양 강좌를 설치했다. 류재원 교수는 이 사업의 일환으로 2019년 9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자그레브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언어 수업은 10명이 넘으면 분반을 한다. 한국어 강의는 첫 학기부터 분반 수업을 했고 수강 인원이 꽉 찼다. 이 정도의 언어 교양 강좌는 규모가 큰 강좌에 속한다.”

현재 개설된 한국어 강의는 ‘한국어 1’과 ‘한국어 2’다. 류 교수는 “한국어 2까지 수강하면 병원에서 의사와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자그레브 한글학교는 원래 교민 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크로아티아인 학생이 늘었다. 이에 따라 현지인을 위한 어학당 프로그램을 2013년부터 운영한다.

이곳의 김경근 교장(50)은 “초기에는 케이팝을 좋아하는 소수의 젊은이가 (한국어 강의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이 유럽에 널리 알려지면서 이젠 한국에 대한 지적 호기심 때문이거나 한국 대학 진학을 위해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 자그레브 한글학교(출처=한글학교 홈페이지)

한국 교민은 어떻게 지낼까. 주크로아티아 한국 대사관에 따르면 크로아티아의 한국은 172명이다. 류미나 씨는 1998년부터 자그레브에서 산다. 남편 홍승기 씨가 크로아티아 태권도협회의 초청을 받으면서다.

류 씨는 지금 재크로아티아 한인회장이다. 학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관광 가이드를 한다. 그에 따르면 다수는 숙박업이나 식당처럼 여행 관련을 한다.

“2013년에 ‘꽃보다 누나’ 방송 이후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졌고 관광 안내서가 한국어로 인쇄되기 시작했다. 영화 ‘기생충’이 극장에서 상영됐고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놀이와 음식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쿠센 대사는 “수교 30주년(내년)을 맞아 여러 행사를 기획 중”이라며 “한국은 크로아티아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고 여러 분야에서 협력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산업, 무역, 과학기술, 여행, 문화, 미술 같은 분야에서 더 많은 일을 함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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