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교원을 축소한다고요?” 서울교대 학생회장 김민정 씨(23)는 서울시교육청 면담에서 절망적인 소식을 들었다. 교육 환경 개선 논의를 위해 찾아갔는데 교원 선발인원을 축소한다는 대답을 들으면서다.

교육청의 공식 발표 전에 이 사실을 알고 김 씨는 해당 소식을 알리기 위해 비대면 회의를 열었다. 학생 정원이 약 1600명인 학교에서 300명 이상이 모였다. 학생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고 분위기는 심각했다.

오전 6시 30분이 되자 뚜뚜뚜~ 소리가 울렸다. 서울교대 민서희 씨(4학년)는 알람에 눈을 떴다. 그의 하루는 자취방에서 5분 거리인 스터디카페가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졌다. 오전 7시면 카페에 도착해 저녁 8시 30분까지 같은 자리에서 시간을 보낸다. 하루 100걸음을 걷지 않아 소화불량과 위염이 일상이지만 교사가 되겠다는 목표만 바라보며 몸을 일으킨다.

민 씨의 가방은 10kg이 넘는다. 몸무게가 40kg 정도라서 힘겹게 스터디카페에 도착했다. 자리를 잡으면 가장 먼저 인터넷을 확인한다. <초등임용고시 같이 공부해요>라는 카페를 매일 방문해 모든 내용을 정독한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혼자만 놓칠까봐 매일 찾는다고 한다.

▲ 민서희 씨는 암기펜으로 글자를 가리며 공부한다.

그는 식사를 자주 거른다고 했다. “밖에서 공부하다 보면 흐름을 놓치기 싫어서 식사를 건너뛰곤 해요.” 소화가 안 된다며 밥을 절반도 먹지 못했다. 교원 선발인원 축소로 경쟁률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2022년도 임용후보자 시험은 11월 13일에 치러진다. 서울에서 초등교사 201명을 선발하는데 지원자는 743명(10월 12일 기준)이다. 경쟁률이 3.7 대 1이다. 2021년도 경쟁률(3대 1)보다 더 높아졌다.

선발인원을 줄인 게 원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10월 15일 발표한 계획을 보면 유·초등·특수교사 선발인원은 5230명으로 전년도(6021명)보다 791명 줄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미래를 걱정하는 학생들 마음은 이해하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서울교대 이현민 씨(3학년)는 “정부의 행동이 교육 현장을 반영하지 않는 예산 줄이기 정책”이라고 말했다.

2020년도 임용후보자 시험에서 합격했지만 임용을 1년째 기다리는 박맑음 씨(24)는 “학부 시절을 돌이켜보면 행동 범위가 많이 제한적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곳에 취업할 수도 없어요. 교대 교육과정에 반대하지 않지만 이런 점을 고려한 여러 정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말했다.

학령인구가 줄어 임용 예정인원을 줄이지만 경쟁률이 계속 높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답은 교대 입학생 숫자에 있다. 서울교대 선발인원은 정시와 수시를 모두 합쳐 2020년 394명, 2021년 396명, 2022년 395명이다. 해마다 큰 차이가 없다.

박 씨는 “교대 정원을 먼저 축소해야 했지만, 교대에 얽혀있는 수많은 이해집단의 이기심으로 그러지 못했어요”라고 지적했다. 민서희 씨 또한 “채용 구멍은 좁아지는데 신입생 숫자는 그대로인 이유를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 교대생이 모일 교육공동행동 포스터. 11월 20일에서 30일로 연기됐다. (출처=서울교대 학생회 인스타그램)

몇 달 전,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학급당 인원이 너무 많아 학생이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주장에 1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학급당 초등학생은 23.1명이다. 상위 10개국은 평균 17.8명이다. 김민정 씨는 변화를 위한 요구를 멈추지 않겠다며 11월 30일 전국 교대생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교육공동행동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공부를 마치고 민서희 씨는 하루가 아쉬운 듯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자취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아침만큼 무겁다. 잘 될 테니 힘을 내라고 기자가 말하자 그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되지 못한다면 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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