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컬럼비아 저널리즘스쿨은 1912년 설립됐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기자상인 퓰리처상을 심사해 시상하는 곳이기도 하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저널리즘스쿨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건물명은 퓰리처홀이다. 학생이 입는 티셔츠에는 ‘퓰리처가 만든 집’이라는 문구가 새겨지기도 한다.

이곳은 매년 여름,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언론인 사이에서 다른 이유로 관심을 받는다. 미국 및 해외 주요 언론사의 간부급 기자가 모여 수업을 듣는 ‘설즈버거 이그제큐티브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 컬럼비아 저널리즘스쿨

아서 옥스 설즈버거 전 뉴욕타임스(NYT) 회장이 80세 생일을 맞아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에 400만 달러를 기부하면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미국 등 전 세계 뉴스룸 중견간부를 선발해 교육한다. 소속사가 수업료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2020년에는 참가 펠로우 중 4명에게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가 전액 장학금을 지원했다.

참가자는 유수 언론에서 잔뼈가 굵은 현역 중견 언론인이다. 현재 진행 중인 2021년만 하더라도 NYT 뉴스룸개발지원에디터, CNN 부사장,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 편집국장이 있다. 이들은 회사에서 새로 준비하는 뉴스 서비스를 프로젝트로 삼아 5~6개월의 여정을 진행한다. 수업을 듣고, 교수나 전문가와 1대1로 멘토링을 하며, 펠로우끼리 토의를 한다.
 
이들이 배우는 것은 한마디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다. 도대체 왜 세계 유명 언론의 간부급 기자가 컬럼비아대에서 벤처 디자인을 배울까. 이유를 묻기 위해 프로그램을 이끄는 코리 포드 교수와 인터뷰했다.

포드 교수는 기자 출신의 미디어 벤처투자가다. ‘매터’라는 이름의 미디어 전문 벤처투자사 대표로도 일하는 포드 교수는 2020년 초. 컬럼비아대 교수로 부임해 설즈버거 이그제큐티브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았다.

- 이력이 독특하다. 기자 출신으로 MBA를 거쳐 미디어 벤처사업가로 일하던 중 교수가 됐는데….
“나는 기자 출신으로 미 공영방송 PBS의 간판 다큐프로그램 ‘프론트라인’ 제작을 맡았다. 기자로 일하면서 미디어 산업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이후 실리콘밸리에 가서 기업가가 어떻게 일하는지, 혁신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접했다. 이후 스탠퍼드대에서 MBA 과정을 졸업하고 또 이후 스탠퍼드 D스쿨과 협업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세운 것이 미디어 전문 벤처캐피털회사 매터다. 또 이 경험을 살려서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에서 미래의 뉴스룸 리더를 가르친다.”
 
- 왜 교수가 됐나.
“내게 교육이란 미래의 저널리즘, 미래의 저널리즘 리더에게 투자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뉴스룸 리더는 특별한 백그라운드가 있다. 또한 그동안의 경력을 살려, 전통적인 고품질 저널리즘이 지속가능하도록 비즈니스 측면에서 혁신과 디자인 씽킹을 가르친다. 혁신이란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혁신의 DNA를 각국의 뉴스룸 리더에게 가르치고, 그들이 소속사의 다른 기자를 바꾸도록 이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뉴스룸에 혁신을 전파하고 싶다.”

▲ 포드 교수(출처=저널리즘스쿨 홈페이지)

- 디자인 씽킹이란 무엇인가.
“나는 벤처디자인이라고 부른다. 사용자 본위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바라보고 경험과 실험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한다. 스타트업을 하나 세우는 일과 같은 과정이다.”

- 뉴스룸에 디자인 씽킹이 중요한가.
“디자인 씽킹은 저널리스트에게 중요하다. 독자를 이해하고 프로토타입(Prototypeㆍ시제품)을 만들고 실험을 통해 다시 한번 독자를 이해하고 또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한다. 이를 통해 독자를 이해하고 독자에게 필요한 뉴스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고품질 저널리즘을 비즈니스적으로 최상의 혁신 사례가 되도록 이끄는 과정이다.”

- 수업은 어떻게 하나.
“초기 2주는 컬럼비아대에서 대면 수업을 한다. 첫 주에는 벤처 디자인과 프레임워크를 배운다. 쉽게 말하면, 내가 최고경영자(CEO)가 됐다고 가정하고 신규 프로젝트를 설계한다. 이를 위해 팀 리더십, 트렌드, 리서치, 독자 분석, 프로덕트 분석,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 경영전략, 피칭, 협상, 피드백 등에 대해서도 배운다. 그리고나서 20주 동안 주1회 화상 회의를 통해 멘토링을 진행한다. 펠로우가 교수와 1대1로 면담하고 토의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간다. 그리고 마지막주에 1주 동안 컬럼비아대에서 대면 수업 및 발표를 하고 수료한다.”

- 펠로우별로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하나.
“그렇다. 소속 언론사에서 진행하는 실제 프로젝트인 경우가 많다. 수업을 듣는 펠로우가 뉴스룸에서 리더십이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들의 현업에서 중요한 점을 하나씩 선정해 온다. 개별 프로젝트를 위해 주1회 1대1 멘토링을 진행하는데, 학교가 아닌 엑셀러레이터라고 생각하고 협업에 임하라고 주문한다.”

- 기억에 남는 펠로우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NYT에서 문화‧뉴미디어 담당 부국장으로 일하는 샘 시프턴(Sam Sifton)이 기억에 남는다. 설즈버거 프로그램에서 그는 NYT의 현안을 주로 다루고 교수진과 토론했다. 그중에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앳 홈(at home)’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록다운(봉쇄령)으로 인해 시민이 집에만 있을 때, 록다운과 연관되지 않은 부동산이나 여행 등 NYT 콘텐츠를 앳 홈 섹션으로 집대성해 독자가 집안에서 관심갖고 즐기도록 이끄는 역할을 했다.”

- 신문 시장은 10년 전에도 어려웠다. 인터넷 시대에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숱하게 해왔다.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이미 시작됐다. 큰 방향을 말하자면 옛 관습과 이별하되, 옛 가치는 유지해야 한다. 저널리즘의 가치는 유지하면서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 수용자 행태, 트렌드를 배워야 한다. 또 실험을 해보고, 새로운 벤처 디자인을 해봐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방향을 세워야 할지 알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예전의 관습만을 유지한다면 혁신은 어렵다.”

-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 조언한다면….
“저널리즘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業)의 중요성을 기억하라. 또한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고, 뉴스룸에서 잘 배워야 한다. 저널리즘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 산업이 앞으로 비즈니스적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를 위해 혁신과 기업가정신을 배워야 한다. 당신의 보스가 무언가를 말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 그들도 어떻게 (미디어 산업에)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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