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대전·세종·충청 사회학포럼
주관=충남대 사회학과
주제=우울은 왜 성불평등하게 찾아오는가? -정신건강의 성별 격차와 사회적 원인
일시=2021년 9월 28일(화) 오후 7시~8시 50분
사회=황선재(충남대 사회학과 교수)
발표=이민아(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한국 사회에 우울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지난해 자살로 숨진 사람은 1만 3195명. 하루에 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구 10만 명당 25.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평균(10.9명)의 2.4배.

대전‧세종‧충청 사회학포럼이 9월 29일 주최한 콜로키움은 ‘우울은 왜 성불평등하게 찾아오는가?’를 주제로 자살 원인 중 하나인 우울증을 진단하는 자리였다.

발표자인 중앙대 이민아 교수(사회학과)는 우울을 뇌과학 또는 심리학적으로 접근한 기존 연구를 비판했다. 그는 “우울증에 사회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가려서는 안 된다”며 “우울증의 발생 원인을 생물학적 요인으로 환원시켜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사회적 요인이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 자살이 40% 정도 늘었다. 이 교수는 “심리적 기질이 있을지라도 어려운 경험이 존재하지 않으면 우울의 스위치는 눌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이민아 교수가 줌으로 진행된 포럼에서 발표하는 모습

여성과 남성의 정신건강 격차 역시 사회적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대표적으로 사회적 지위와 계층의 차이를 꼽았다. 여성과 남성은 사회적 지위가 달라서 정신건강에서도 격차가 생긴다는 말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성별화된 생애과정’은 사회적 지위와 계층에 따른 정신건강 격차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성별화된 생애과정’은 성별에 따라 생애과정에서 누적되는 사회적 경험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가령, 여성은 가사노동과 돌봄을 전담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지위와 계층이 남성과 다르다. 이에 따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점이 ‘성별화된 생애과정’의 골자다. 이 교수는 여성의 정신건강이 위협을 받는 상황을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첫째는 학교와 노동시장에서 기대와 현실의 부조화다. 2015년 한국은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앞섰다. 현실 노동시장에서는 차별과 경력단절을 겪으면서 여성은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체험한다.

두 번째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다.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가 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여성은 어린 시절부터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마음 깊이 두고 산다. 조심하라, 밖은 위험하다는 말을 들으며 성장하는데 이는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가정에서의 역할이다. 여성은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해도 죄책감을 느낀다고 한다. 사회학자 알리 러셀 혹실드는 “여성은 2교대제를 한다. 일터에서 퇴근하면 가정이라는 새로운 일터로 출근한다”는 말로 여성의 다중 역할을 지적했다.

우울제 처방만으로는 사회적 우울을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우울증 재발률은 70~80% 수준이다. 여성이 더 우울한 원인을 여성 고유의 특성으로 치부하면 사회적 원인을 가린다. 근본적 개선 없이는 우울증 환자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근원적 처방으로 ‘성평등한 사회’를 언급했다. 성평등 지수가 비교적 높은 북유럽 국가에서는 성별 간 정신건강 격차가 작다. 이 교수는 “함께 일하고 같이 돌보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성평등한 사회를 이루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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