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삼성언론재단‧한국기자협회
주제=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
일시=2021년 8월 30일(목) 오후 3시 30분~5시 
장소=상연재 컨퍼런스룸 11(서울 세종대로 19길 16, 성공회 빌딩 본관 2층)
사회=민병기(삼성언론재단 상임이사)
발표=송의달(조선일보 선임기자)

 

미국 국민은 세 가지를 믿는다고 한다. 성경, 헌법, 뉴욕타임스다. 뉴욕타임스는 그만큼 신뢰가 높다. 구독자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2021년 6월 기준 유료 구독자가 793만 명이다. 전 세계 미디어 기업 중 압도적 1위다.

뉴욕타임스는 퓰리처상도 가장 많이 받았다. 130회다. 지난 10년간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중간에 실패를 겪으면서도 꾸준히 시도했다.

뉴욕타임스의 이런 노력과 성공을 보여주는 강연이 열렸다. 삼성언론재단과 한국기자협회가 8월 30일 마련한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과 한국 언론’이다.

강연자인 송의달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1990년부터 조선일보에서 일했다. 홍콩 특파원을 거쳐 디지털부장과 산업부장을 지냈다. 이후 조선비즈(Chosun Biz)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을 4월에 출간했다. 저술에 1년이 넘었다고 한다. 책의 참고자료 목록만 23쪽이다. 송 선임기자는 “뉴욕타임스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고 한국 언론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는가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송 선임기자는 뉴욕타임스의 특징을 세 개로 정리했다. 첫째는 위대하고 강력한 미디어(great, powerful media)’. 뉴욕타임스는 1851년 9월 18일 창간됐다. 독자는 고학력, 중산층이 가장 많다.

두 번째는 오래됐지만 가장 젊은 미디어(old, but youngest media)’다. 별명이 ‘회색 머리카락의 노부인(Grey Old Lady)이다. 가장 보수적이고 전통적이었기 때문이다.

A1면의 흑백사진은 1910년, 광고는 2009년에 처음 실었다. 웹사이트는 1996년 만들었다. 지금도 오피니언면에 필자의 얼굴 사진이나 캐리커처를 사용하지 않는다. 송 선임기자는 “콘텐츠와 품질로서 승부한다는 마인드. 그런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뉴욕타임스는 젊은 매체다. 직원이 4700여 명. 그중 절반이 MZ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다. 웹페이지 이용자의 60%도 MZ 세대다. 송 선임기자는 “역사는 오래됐지만 사실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약간의 젊은 매체로 볼 수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기사의 유료화는 2011년 3월 23일 처음 시도했다. 월 10건이 무료였다. 그 이상을 보려면 로그인을 하고 구독료를 내야 했다. 지금은 완전히 디지털 중심으로 변했다.

세 번째는 디지털, 기술 지향 미디어(digital, tech oriented media)다. 2020년 총매출은 17억 8000달러, 이익은 1억 7000달러다. 매출에서 구독료가 67%, 광고가 22%를 차지한다. 유료 구독자의 90%는 뉴욕타임스를 디지털로 구독한다.

여기까지 오면서 뉴욕타임스도 어려움을 겪었다. 2000년대 초반 아돌프 옥스 설즈버거 주니어(Adolph Ochs Sulzburger Jr.)는 멀티미디어 제국을 만들고자 했다. 미국 지역 신문사, 방송사를 매입하기 시작한 이유다. 2000년 뉴욕타임스의 계열사는 36개였다.

그러던 중 악재가 이어졌다. 2002년 제이슨 블레어(Jayson Blair) 기자의 표절 사건. 그의 기사 73건 중 최소 36건에서 표절이 있었다. 그 후 주디스 밀러(Judith Miller) 기자의 기사에서는 익명 취재원이 문제가 됐다. 신뢰성이 낮아졌다.

신문 광고와 구독에 의존한 비즈니스 모델도 휘청거렸다. 2008년 금융위기에는 직격탄을 맞았다. 뉴욕타임스가 소유한 지역 신문사의 재정난으로 부채가 14억 4000만 달러가 됐다. 주가가 4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당시 일요일 신문 1부 가격이 4달러였다.

뉴욕타임스는 자회사를 팔았다. 본사인 뉴욕타임스만 남았다. 2008년부터 9년 동안 명예퇴직을 6번 실시했다. 2010년 1만 1140명이던 편집국 인원은 이듬해 1100명이 됐다. 편집국 간부도 임금을 자진 삭감했다.

▲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출처=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뉴욕타임스는 구명보트를 타야 했다. 디지털 전환이다. 항해도를 그렸다. 2014년 5월 공개한 ‘혁신보고서(Innovation report)’다.

송 선임기자는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전환에서 살아남은 가장 큰 이유는 즉흥적으로 대응한 게 아니라 내비게이션처럼 항해도를 만들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크 톰슨(Mark John Thompson) 당시 최고경영자(CEO)는 사내에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 ‘끝장 토론’을 마련한 이유다.

2015년 4월부터 7개월 동안 최고위 임원 6명이 매주 금요일 낮 12시부터 퇴근할 때까지 토론했다. 평기자도 참여했다. 이후 경영진은 A4 12장 분량의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Our Path Forward)’라는 전략 메모를 공개했다.

여기서 경영진은 5년 후인 2020년까지 디지털 부문 매출을 2배로 늘리겠다고 다짐했다. 2017년에는 ‘2020 보고서’가 공개됐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항해도를 탄탄하고 계획적으로 그려갔다.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전환을 위해 많은 디지털 상품을 시도했다. NYT Now 앱, 타임스 프리미어(Times Premier), NYT Opinion이다. 모두 2014년 출시했다.

‘NYT Now’는 디지털 구독료의 절반 가격에 기사 40건을 선정해 제공했다. 애플의 ‘2014년 최고의 앱’에 선정됐다. 사업적으로는 실패했다. 유료가입자는 2만 명뿐이었다. 2015년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타임스 프리미어’도 마찬가지.

하지만 디지털 유료화에 박차를 가해 가입자가 4년 만에 100만 명이 넘었다. 송 선임기자는 “아무것도 안 하다가 (잘 됐을 때) 시작한 게 아닙니다. 그전에도 계속 시도하고 씨앗을 뿌려놓고 그랬었는데, 결국 이것이 하나의 디지털 근육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뉴스제작 방식도 완전히 바꿨다. 전에는 종이 신문 제작이 최우선이었다. 이후에 웹사이트에 기사를 올렸다. 이를 뒤집었다. 스마트폰이 가장 우선이었다. 그다음은 웹사이트. 마지막이 종이 신문이다.

송 선임기자는 뉴욕타임스가 “완전히 디지털로 리얼라이먼트(realignment)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기사뿐 아니라 콘텐츠 전면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탐사보도에 위성 카메라와 3D 카메라를 활용한 동영상을 넣었다. 언론인 자말 카쇼기(Jamal Khashoggi) 암살사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뚫고 메르세데스 승용차를 손에 넣는 과정을 쉽게 보여줬다.

뉴욕타임스는 위기일수록 핵심 역량을 중시했다. 디지털 비즈니스를 확장함과 동시에 ‘퀄리티(Quality) 저널리즘’에 힘썼다. 아무리 어려워도 편집국 인원을 1100명으로 유지했다. 또 타사의 유명 저널리스트를 스카우트했다.

오너 가문, 발행인, 경영진 모두 퀄리티 저널리즘에 대한 확신과 공감대가 있었다. 현재 편집국 인원은 1700명이다. 신문 기업 중 세계 최대 인력이다. 톰슨 전 CEO는 퀄리티 저널리즘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디지털 비즈니스도 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공 요인 중 기자가 가장 인상을 받은 부분은 기자 시스템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자가 많다.

송 선임기자는 헤드릭 스미스(Hedrick Smith) 기자를 예로 들었다. 스미스 기자는 1976년부터 3년 동안 뉴욕타임스 워싱턴 지국장을 지냈다.

송 선임기자가 1998년 미국 워싱턴 D.C를 연수차 방문했을 때 장관, 외교관, 공사 참사관이 모두 스미스 기자의 책 <파워게임(The Power Game)>을 추천했다고 한다. “어떤 정치학 책보다 실감나고 팩트에 충실한 책이었다.”

현재 뉴욕타임스의 워싱턴 지국장은 엘리자베스 부밀러(Elisabeth Bumiller)다. 1956년생이지만 여전히 기사를 쓴다. 데이비드 생어(David Sanger) 기자는 1960년생이다. 6년 동안 도쿄 지국장을 했다. 데스크를 맡지 않고 현장 기자로만 활동한다.

공채제도가 없다는 점도 한국과 다르다. 외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기자를 스카우트한다는 뜻이다.

매기 하버만(Maggie Haberman)을 보자. 23세부터 뉴욕포스트의 메트로부 기자로 일했다. 뉴욕데일리와 폴리티코를 거쳐 42세에 뉴욕타임스로 옮겼다. 지금은 백악관을 담당한다. 2016년 단독 바이라인이 599건, 트위터 팔로워가 170만 명이다.

디지털 전환과 기자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데에 경영 철학이 한몫했다. 옥스-설즈버거(Ochs-Sulzburger family) 가문이 5대째 경영을 맡고 있다.

시조인 아돌프 옥스(Adolph Ochs)는 39년간 발행인을 지냈다. 그 기간에 2만 5000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지 않았다. 전체 이익의 3%만 가문에 배당했다. 뉴욕타임스가 존경받는 진정한 신문이 되고 이런 정신이 후대에도 영속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송 선임기자는 뉴욕타임스 미래가 밝다고 본다. 현재 디지털 유료 구독자는 793만 명. 홈페이지 가입자는 1억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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