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를 모른다, 품격이 없다, 무모하다. 부정적 평가가 있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여권의 주요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인권변호사로 시작해 경기 성남시장을 지냈다.

이상락 성남시 외국인주민복지센터장은 1980년대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의 YMCA에 이 지시가 주말마다 나타났다고 회상했다. 사법연수원생이던 이 지사는 이상락 센터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YMCA에서 무료 법률상담을 도왔다. 변호사 선임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활동이었다.

이 지사의 대선 공약에서 핵심은 ‘억강부약(抑强扶弱)’이다.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성남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시절, 성남시의회에 시민을 위한 대안을 제안하고 항의하고 시위했다. 당국의 수배 대상이 돼도 멈추지 않았다.

“거의 야생마라고 보면 돼요. 야생마.” 이상락 센터장은 옳다고 생각해 결정을 내리면 바로 추진하는 성격이라고 이 지사를 설명했다. 처음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강한 추진력으로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성과를 보여주며 우려를 잠재웠다. 성남시 모라토리움 선언이 대표적이다. 성남시민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걱정했다. 하지만 2년 만에 빚을 다 갚았다. 시민운동가였던 그가 행정가로, 정치인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만희 신천지 예수교회 총회장이 작년 3월, 코로나 역학조사에 응하지 않자 검사집행을 위해 이 지사는 경기 가평의 신천지 연수원을 방문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만희 씨 코로나 검사 거부중..아무래도 제가 또 직접 가봐야할 듯”이라고 글을 올린 지 1시간 만이었다.

신속한 진행의 비결은 철저한 준비성이다. 김홍국 경기도 대변인은 50명 남짓 모이는 경기도 간부 회의가 1시간이면 끝났다고 말한다. 핵심적인 문제만 확인하고 넘어갔다. 안건을 사전에 충분히 확인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권변호사 시절부터 이 지사를 지켜본 조광주 경기도의회 의원은 벤치마킹을 통한 정책 추진을 이 지사의 장점으로 언급했다. 다른 지역, 다른 국가의 정책을 보고 현실에 맞게 변형해 추진한다는 뜻이다.

울산시 울주군을 벤치마킹한 하천 정비사업이 대표적이다. 자신의 독자적 정책이 아니라고 꺼리지 않는다. “그게 중요한 거잖아요. 시민이나 국민을 위해서 하는 거니까.” 조 의원이 이 지사를 대단하다고 여기는 이유다.

이 지사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에 가지 못했다. 공장에서 노동자로 생활하며 주경야독해서 검정고시를 통과했고 대학에 갔고 사법고시를 통과했다. 이런 이유로 청소년과 청년에 관심이 많다고 조정미 작가는 말했다. 조 작가는 이 지사의 소년공 시절을 다룬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를 이 지사와 함께 썼다.

▲ 이재명 지사는 16살에 소년공이었다. (출처=인스타그램)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청소년 복지상담 대상 학교를 지정했다. 또 중학생에게 근로기준법을 교육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과 청년을 돕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 착취를 막고 싶어서다.

경기도의 청년정책 사업은 약 50개다. 2015년에 시작한 청년 기본소득부터 면접 수당, 중소기업 청년노동자 지원사업, 노동자 통장, 군 복무 상해보험 가입지원 등 다양하다.

다른 연령층을 소외시킨다고 의회에서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이 지사는 청년이 가장 불이익을 당한다는 판단을 굽히지 않았다.

이 지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아프니까 청춘이다(X) 도전하니까 청춘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렸다. 여기서도 청년을 향한 관심이 보인다.

“(청년의) 성공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매우 두렵고 우리 사회가 실제로 시도했다가 실패할 경우 재도전하기가 매우 어려운 사회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도전과 실패에 관대하고 재기를 위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기를. 좀 더 많은 젊은이에게…기회가 부여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미취학 어린이를 위해 ‘경기도 가정보육 어린이 건강과일 지원’도 시행한다. 제철 과일을 제공해 어린이 건강에 도움을 주려는 사업. 어린 시절 쓰레기통에 버려진, 시든 바나나를 먹을 수밖에 없었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올해부터는 지원대상을 임산부까지 확대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이던 2013년 독립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생존애국지사의 보훈명예수당을 인상하고 무공수훈자회원을 위한 일자리를 마련했다.

변성완 부산 선대본부장은 이 지사의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계곡 정비사업을 시작하자 일부 주민이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다. 그럼에도 현장 방문을 꺼리지 않고 주민 설명회를 통해 의견을 들었다. 김훈래 고양풀뿌리공동체 이사장은 남들이 하지 못한 일이라고 했다.

홍정민 캠프 대변인은 이 지사가 실제로 국민의 삶을 개선했으니 공약을 반드시 실천할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이 지사는 부족한 점이 있다면 백번이고 천 번이고 경청하겠지만, 비난과 저항이 두려워 피하지는 않겠다고 유튜브에서 밝혔다.

“그것이 바르고 옳은 길이라면, 그렇게 세상이 좋아진다면 듣고 또 듣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에, 할 말은 하는, 할 일은 하는 이재명이 되겠습니다.”

이 지사는 자신의 공직 11년을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한마디를 지켜내기 위한 부단한 사투의 기록”이라 평가한다. 그러면서 국민의 뿌리 깊은 정치 불신을 없애려고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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