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본 정치인 중에 가장 뛰어난 사람.”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유승민 전 의원을 이렇게 평가했다. 지인들은 유 전 의원의 장점으로 능력과 따뜻함을 꼽았다.

유 전 의원은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장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손을 내밀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활동에 제약을 받았던 시기다.

고등학교 동창인 소병수 변호사는 당시를 회상했다. “어느 날 의논할 게 있다며 친구 몇 명에게 저녁을 먹자고 그러더라고요. 여의도 연구소장을 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정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연구만 하는 거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친구들 생각처럼 흘러가진 않았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리고 2020년까지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이어 2022년 20대 대선에 다시 도전한다.

▲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왼쪽)에게서 여의도연구소장 임명장을 받는 모습(유승민 전 의원 측 제공)

“유승민은 처음부터 ‘나는 (대통령 선거가) 내 정치 인생의 마지막 챕터’라고 이야기해왔어요. 국회의원을 오래 하면 국회의장이나 국무총리, 장관이 되는 데 관심 있는 정치인이 많잖아요. 그런데 승민이는 3선 무렵부터 그런데 전혀 관심 없다고 하더라고요.” 소 변호사의 말이다.

유 전 의원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정치를 하는가? 저서에서 “국가안보는 누구보다 정통보수의 길을 가지만 민생은 고통 받는 국민들의 편에 서겠다. 그리고 보수를 혁신하자는 것이었다. 그것이 내가 내린 결론, 내가 설정한 정치의 좌표였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을 언급하며 가난한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사 먹을 수 있도록 부정식품을 규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8월 2일 페이스북 글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새로운 보수는 자유뿐만 아니라 정의, 공정, 평등, 생명, 안전, 환경이라는 헌법가치들을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합니다. 성장뿐만이 아니라 복지와 분배도 추구해야 합니다.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이 늘 옳은 것은 아닙니다. 경제학자들은 오른손을 쓰기도 하고 왼손을 쓰기도 하니 그들의 말은 가려서 들어야 합니다.”

▲ 유승민 전 의원(유승민 전 의원 측 제공)

유 전 의원은 경제 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민현주 전 의원은 유 전 의원이 정책의 디테일에 강하다고 했다.

“숫자 하나하나 직접 이해하고 계세요. 혹자는 대통령이 모든 정책에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적어도 경제 안보 외교는 대통령이 확실하게 알아야 할 분야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구상하는 국정 운영 방향과 맞는 사람을 기용해야 하잖아요.”

17대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맞붙었을 때다. 유 전 장관은 박근혜 캠프에, 진 전 장관은 이명박 캠프에 있었다. 진 전 장관은 “유 전 의원의 비판이 가장 아팠다. 논리적으로 정확했기 때문이다”고 회상했다.

이명박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내놓자 유 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의 운하 방식으로는 수도권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공개 질의서를 냈다.

유 전 의원은 “준설을 하면 강이 뒤죽박죽돼 도저히 강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진 전 장관은 “방어하기 힘들었다. 상대가 당황할 정도로 정곡을 꿰뚫는다. 개인적으로는 서운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에게 유 전 의원은 공정소득과 기본소득을 주제로 끝장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공정소득은 유 전 의원의 공약이다. 이 지사는 “공정소득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면 토론에 참여하겠다”며 거절했다.

기자는 취재를 위해 팬클럽 ‘유심초’에 가입했다. 6월 29일부터 8월 19일까지 카페를 188회 방문했다. 지지자들은 그의 낮은 지지율을 걱정했다.

‘유심초’의 서진석 운영지원팀장은 “팬의 입장에서 아쉽다. 정책만 좋으면 대중이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중의 감성을 건드리는 홍보에도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 1977년 여름 서울농대 딸기밭으로 놀러 간 유승민 전 의원(오른쪽 두 번째)

유 전 의원을 오랫동안 지켜본 고등학교 동창 박찬정 청주대 교수는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그렇다고 했다.

“승민이가 노골적으로 자기를 홍보하는 스타일은 아니죠. 우리가 좀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친구까지 정치판에 끌어들이기 싫다고 하더라고요. 친구라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훌륭한 후보인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어서 많이 아쉬워요.”

박 교수는 배신자라는 낙인 때문에 유 전 의원을 지지하지 않는 동창도 많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유 전 의원을 겨냥해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13일 만에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그와 측근은 공천을 받지 못했다. 결국 유 전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배신자로 지목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저서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근혜 정부의 단기부양책과 창조경제, 소통 부족을 비판했던 때를 회상했다. 박 대통령이 반대하고 야당이 제시하던 국회법 개정안 일부를 수용했던 일도 떠올렸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자 유 전 의원은 2017년 1월 24일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진 전 장관이 그의 연설에 감명을 받고 캠프 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유 전 의원은 8월 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기자가 배신자 프레임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한 사람의 헌법 기관으로서 2016년에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 오래 고민했고, 여전히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저는 2년 전부터 탄핵의 강을 건너자, 뭉쳐서 정권교체하자고 주장해왔다. 그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어릴 때부터 유복하게 자라 금수저라는 시선도 있다. 아버지는 대구에서 잘나가는 판사 출신 변호사였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서민의 아픔에 공감하는 정치인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새로운 보수를 꿈꾸는 의원들과 모여서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봤다. 복지 사각지대를 비판하는 내용. 2015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서 팀장은 이 연설을 듣고 그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이번 대선에서 유 전 의원이 강조하는 가치는 공정이다. 소득이 낮은 저소득층을 더 많이 지원하는 공정소득이 대표 공약이다.

그는 7월 26일 공정소득과 기본소득의 차이점을 언급하며 페이스북에 평등(equality)과 공정(equity)의 개념을 비교하는 사진을 올렸다. 국민 88%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비판하면서 올린 글에는 그가 지향하는 공정의 가치가 엿보인다.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복지국가의 기본 철학과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연 소득이 2,000만 원도 안 되는 가구와 1억 2000만 원이 넘는 가구에게 똑같이 1인당 25만 원을 드린다는 이 정책, 너무나 잔인하고, 비인간적이고 불공정한 정책입니다. 이런 식으로는 ‘따뜻한 공동체’를 실현할 수 없습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