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리는 미국 중부에 있다. 한인은 대도시인 세인트루이스나 캔자스시티에 많지만 한국 언론인 사이에서는 컬럼비아가 친숙한 도시로 꼽힌다. 미국 대표 저널리즘스쿨로 꼽히는 미주리대 저널리즘스쿨이 있기 때문이다.

미주리대는 저널리즘스쿨의 시조새 격으로 꼽힌다. 1908년 설립돼 세계 최초 저널리즘스쿨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에서는 그동안 내로라하는 언론인이 배출됐다.

필자는 미주리대를 견학하고 교수와 면담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다. 우버를 타고 60㎞를 달려간 캔자스시티 버스 정류장에서 하필 그날 컬럼비아행 버스가 취소됐다. 한 시간 연착, 두 시간 연착이던 버스가 결국 취소됐다.

그날의 일을 소상히 설명하고 죄송한 마음을 담아서 이메일을 보내자 엘리자베스 스티븐스 교수는 흔쾌히 화상회의로 미주리 저널리즘스쿨에 대해 설명해주겠다고 했다. 선진 저널리즘스쿨에서 한 수 배우고 싶다는 취지가 대견했던 모양이다.

스티븐스 교수는 기자 출신이다. 경제 전문 매체의 에디터로 일했고, 조지아주 지역신문의 편집부장을 지냈다. 이후 모교로 돌아와 교수로 봉직한다.

스티븐스 교수의 강의는 강의실에서만 하지 않는다. 편집국이 곧 강의실이고 취재 현장이 곧 실습장이다. 그는 미주리대 학보사인 컬럼비아 미주리안의 디지털 디렉터 겸 지역사회 봉사 에디터다. 또 미주리대에서 NBC와 제휴한 지역방송 KOMU-TV를 운영한다. 학내에서 방송을 제작해 역내에 송출하는 것이다.

컬럼비아 미주리안은 1908년부터 발행된 미주리대 저널리즘스쿨의 언론이다. 하지만 학내 이슈만 다루지는 않는다. 7월 28일자 뉴스레터만 보더라도 톱 뉴스가 올림픽 체조 스타 사이먼 바일스에 대한 내용이다.

이와 더불어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라는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새 코로나 19 가이드라인에 대한 미주리주의 새 지침을 소개했다. 그리고나서 학내 소식을 한두 꼭지 다루고, 지역의 사건사고를 전했다.

실제로 컬럼비아 미주리안은 컬럼비아 지역의 거의 모든 뉴스를 커버한다. 미주리 저널리즘스쿨의 교수진이 이 신문의 에디터와 디렉터이고,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일선 기자다. 전체 학생 기자 중 3분의 1 가량이 대학원생이라고 한다.

학생은 취재 경험을 학점으로 인정받는다. 현장에 나가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가 교과과정이 된다. 이 때문에 학생은 기성 언론사의 기자와 마찬가지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며, 이 경력을 살려 졸업 후 다른 언론사로 입사한다.

▲ 미주리대 저널리스쿨(출처=인스타그램)

스티븐스 교수의 고민은 학보사의 디지털 혁신이다. 뉴욕타임스를 필두로 전 세계 언론의 디지털화가 수년 째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 대학의 학보사 역시 디지털 혁신을 고민할 시기가 된 것이다. 또 컬럼비아 미주리안이 현지 지역신문의 역할도 겸하므로 지역 언론의 디지털퍼스트의 일환이기도 하다.

미국 저널리즘스쿨에서 독자 분석과 관여 등 디지털 저널리즘에 대해 많은 내용을 가르치는 점도 눈에 띄었다. 학보사에 디지털 에디터를 두는 미주리대는 물론이고, 앞서 다뤘던 캔자스대에서는 아예 시카고트리뷴 정치에디터 출신의 교원이 학내 미디어를 미디어그룹으로 만들어 대표를 맡고 디지털 전략을 수립한다. 애리조나주립대에서는 학기 내내 디지털 독자 분석 수업만 듣는 학생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미주리대 저널리즘스쿨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점이 학교 내 레이놀스저널리즘연구소(RJI)에서 쏟아내는 연구 보고서다. 자료를 볼 실력이 부족한 필자 같은 현업자가 블로그 형식의 설명 자료만 읽어도 실력이 늘어남을 느낄 정도다.

최근 관심 있게 읽은 RJI의 연구로는 이곳 펠로우를 지낸 포인터연구소의 크리스틴 하레 기자가 발표한 플로리다 지역신문 탬파베이타임스의 부고 기사 관련 연구가 있다. ‘부고 기사를 소생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What does it take to revive feature obituaries?)’라는 제목이니 원문을 찾아서 읽어봐도 좋다.

부고 기사는 인물면에 들어갈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한국 언론계의 통념이다. 유명 인물이 사망한다면 종합 1면에 다루고 온라인 기획을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중요한 인물이면 사람면에 쓰고, 그렇지 않으면 온라인에 부고 알림을 띄우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이 신문은 지역신문의 특성을 살려 현지 독자의 참여도를 높인 점이 특징이다. 연구에서 하레 기자는 20만 페이지뷰(PV)와 30만 분(engaged minutes)의 방문 시간, 유료 구독자 226명 등의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기사 한 꼭지를 읽는데 걸린 시간은 1분 30초라고 한다.

부고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미국 지역 언론도 있다. 필자가 방문했던 캔자스주 로렌스 소재 지역신문 로렌스저널월드는 종합 2면에 부고면을 운영한다. 한 주에 이틀 정도는 부고면이 있다. 이곳에서는 부고를 독자 서비스 겸 광고 지면으로 운영한다.

지역에서 발생한 부고라면 무료로 지면에 짧게 실어준다. 하지만 긴 호흡의 내용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타계를 기억하고 싶은 사람은 60~200달러 정도의 광고비를 내고 긴 부고를 싣는다고 한다.

은퇴자 비율이 높은 로렌스 지역에서 독자들이 부고를 통해 지역사회와 주민에 대해 꾸준히 알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신문에 대한 애정을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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