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
박사방의 세계 (8) 항소심이 끝났다
이세희 기자 | 승인 2021.08.08 20:26

 

“다 못 들어갈 수도 있어요.” 법원 직원이 말했다. 6월 1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2층 로비. 5번 출입구 앞에 줄이 길었다.

취재팀 앞에는 23명이 있었다. 박사방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을 보기 위해 모였다. 오후 1시 35분이었다. 직원은 남은 방청석을 파악하고 한 명씩 들여보냈다. 취재팀도 입장할 수 있었다.

서울고법 대법정 417호에 방청객이 70명 이상 보였다. 피고인 천동진의 변호인은 방청석에 앉았다. 박중광 변호사는 가방으로 자리를 맡고 재판 10분 전에 다시 들어왔다. 긴장된다고 했다.

중요한 공판에는 수사 검사도 들어온다. 2심에서 검사가 바뀌었다. 기존 검사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임명돼서 퇴직했다. 박 변호사는 “(새로운 검사가) 수사를 처음부터 안 하고 뒤에 들어오셔서 많이 힘들어하신다”고 했다. 검사실에 서류 박스가 30개 이상 쌓여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마지막 기일에도 의견서를 제출했다. 재판마다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 그는 항소심 내내 천동진 수사 과정에 위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주장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아니요. 자꾸 생각나죠”라고 답했다.

▲ 서울중앙지법 서관 5번 출입구 앞

문광섭 부장판사가 오후 2시에 재판을 시작했다. 피고인, 피고인의 변호인, 피해자의 변호인을 호명했다. “2020노2178 등 피고인 조주빈 등 사건 판결 선고하겠습니다.” 법정에 긴장감이 흘렀다.

1심에서 피고인 조주빈은 징역 45년, 천동진은 15년, 강종무는 13년 2개월, 임영식은 8년, 장진호는 7년. 이지민은 소년범으로 장기 10년에 단기 5년이다. 범죄단체조직죄는 피고인이 모두 부인했다. 조주빈이 단독으로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배포했다는 이유였다.

문 부장판사는 범죄단체조직죄를 먼저 언급했다. 조주빈은 2019년 8월부터 텔레그램에서 ‘박사’로 활동했다. 피고인 강훈을 만나 최초의 박사방 ‘무법지대방’을 개설했다. 성 착취물을 올리고 유명해졌다. 2019년 9월에는 ‘박사광역시방’을 개설해 등급 시스템을 도입했다. 참여자는 ‘시민’ 등급을 얻으면 ‘시민의회’라는 소규모 그룹 방에 입장할 수 있었다.

조주빈은 참여자 요청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했다. 나머지 피고인은 조주빈과 결합해 박사방 존속·유지에 기여했다. 역할 분담도 했다. 문 부장판사는 “오로지 음란물을 공유·배포 목적으로 박사방에 모였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항소를 기각했다.

다음은 개별 항소를 언급했다. 조주빈은 일부 피해자를 협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 부장판사는 피해자 입장을 설명했다. 조주빈이 신상 정보와 노출 사진을 갖고 있어 신상 유포의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또 위법한 증거 수집이라는 주장에는 “범죄 혐의 사이에는 인적인 또한 객관적인 관계 모두 인정된다”고 했다. 조주빈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천동진은 위법한 수사 과정을 주장했지만 기각됐다. 전례에 따르면 영장의 범죄 사실과 인적, 객관적 관련성이 있으면 압수수색의 결과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문 부장판사는 해당 절차는 필연적이라고 했다.

증거 파일의 해시값이 다르다는 주장도 기각했다. 그러나 박사방을 조직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인정했다. 천동진이 합류했을 때 이미 조주빈과 강훈이 체계적으로 관리했기 때문이다.

강종무는 네 가지를 주장했다. 박사방이 범죄집단인지 몰랐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모집을 공모하지 않았다. 피해자를 살인하려는 계획은 없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어 감경돼야 한다. 문 부장판사는 모두 기각했다. 그러나 “(질병은) 양형 판단 시 정상 범위에서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민 임영식 장진호는 모두 범죄집단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기각됐다. 장진호는 한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지 몰랐다고 했다. 문 부장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계속 읽었다. 양형 결정 판결, 개개인의 양형. 약 1시간이 흘렀다. “모두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피고인의 나이, 성향,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을 모두 고려했다.

“피고인 겸 피부착 명령 청구자 조주빈 피고인을 징역 42년에 처한다.” 10년간 신상 공개한다고 했다. 또 아동·청소년, 장애인 복지시설에 10년간 취업 제한,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약 1억 800만 원 추징. 1심보다 형량이 3년 줄었다.

조주빈 아버지는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다. 문 부장판사는 조주빈이 초범이고 경찰 수사에 협조한 점도 언급했다. 조직 검거를 도왔다. 천동진은 1심보다 2년 줄었다. 징역 13년. 역할 분담과 가담 정도가 크지 않다는 이유였다.

강종무는 13년. 확정적인 범의가 없었고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어서 2개월 감형했다. 이지민 임영식 장진호는 1심과 같았다.

▲ 조주빈의 반성문

피고인이 판결에 불복하면 7일 이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대법원까지 가야 한다. 올해 안에는 (모든 재판이) 끝날 거다”라고 했다.

재판이 끝나자 출입구 앞에 기자들이 몰렸다. 조주빈의 변호인과 아버지를 인터뷰하기 위해서다. 김호제 변호사는 “피고인 가족이 겨우겨우 마련한 돈으로 일부 피해자 회복을 위해 조그마한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조주빈의 아버지는 반성문을 내밀었다. 조주빈이 자필로 작성했다. 그의 아버지는 “죄를 지은 것은 눈곱만큼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인정한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피해자 25명 중 약 10명과 합의했다. 나머지 피해자에게 3년 안에 찾아가 무릎 꿇고 사죄하겠다. 정말 잘못했다. 그러나 범죄단체조직죄는 지은 죄가 아니다.

▲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법원 동문 앞이 북적였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기자회견을 했다. 피해자 변호를 맡은 조은호 변호사도 있었다. 그가 먼저 마이크를 잡고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개인의 일탈이 아닌 중대한 범죄라는 것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최근 어느 피고인의 기사를 접했다. 성 착취물을 다운받아 보관했지만 집행유예를 받았다. 감형 이유는 초범이었다. 피해자 지원 단체는 양형위원회에 기존 감경사유가 의례적으로 적용되면 안 된다고 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의 활동가 유영 씨는 4월 20일 공판에서 피해자 실명이 공개된 점을 언급했다. “피해자가 어떻게 사법부를 믿고 정의를 실현해달라 요청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활동가 노선이 씨는 “(이번 판결이) 디지털 성폭력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남기는지 직시할 기회”라고 했다.

공대위는 텔레그램 성 착취 박사방 엄벌촉구 탄원서도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들은 외쳤다. 우리는 더 나아간 판결을, 더 나아간 사회를 원한다! 스피커가 크게 울렸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11-1 이화여자대학교  |  대표전화 : 02-3277-2267  |  팩스 : 02-3277-2908
발행인·편집인 : 이재경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경
Copyright © 2013~2021 스토리오브서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