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섭 부장판사가 김호제 변호사를 불렀다. 3월 30일 서울고등법원 417호 대법정에서였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 조주빈의 변호를 맡았다. 하지만 답이 없었다. 김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방청석에서 말했다. 잘 들리지 않았다. 카키색 점퍼를 입은 변호인이 대신 전달했다. “재판 시간을 착각해서 지금 출발했다고 합니다.” 문 부장판사는 30분 동안 휴정하겠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카키색 점퍼를 입은 변호인에게 갔다. 그는 피고인 천동진의 변호를 맡은 박중광 변호사다. 천동진은 변호사가 두 번 바뀌었다. 박 변호사는 천동진의 세 번째 변호사다.

박 변호사는 수사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수사가 위법이면 증거 능력이 부인된다. 어느 선까지를 적법한 수사로 인정할 것인가. 박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박사방) 피고인들은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하지만, 이 기준이 저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기준이 아니거든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기준이잖아요.” 그는 대법원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오전 10시 35분, 법정으로 뛰어왔다. 숨을 가쁘게 쉬었다. 문 부장판사는 “변호인의 관여가 많은 사건인데 시간은 지켜주셔야죠”라고 말했다. 그리고 국민참여재판 안내서를 받았는지 확인했다. 김 변호사는 원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문 부장판사는 천동진 측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를 확인하고 어떤 취지냐고 물었다. 박중광 변호사는 압수수색 과정을 언급했다. 형사는 서울경찰청으로 증거 5개를 이송하면서 변호사에게 2개만 보여줬다.

박 변호사는 이 점을 문제 삼았다. “원심에 제출한 증거를 보면 제출 파일명만 써있어서 (형사 말대로) 이게 정말 (나머지 3개와) 동일한 파일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 부장판사가 되물었다. “보여주지 않은 3개가 수사기관에 있으면 보여달라는 뜻인가요?” 박 변호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문 부장판사는 3개의 파일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변호사는 파일이 다르면 사실관계 또한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부장판사는 증거가 어디에 있냐고 검사에게 물었다. 검사는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증거는 폐기한다며 찾아봐야 한다고 대답했다.

문 부장판사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수사기관에서 압수한 파일이 있으면, 열람을 신청했을 때 보여줘야 하지 않나요?” 검사는 계속해서 “증거가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 부장판사는 검사를 꾸짖었다. “아니 (증거를) 보관하다가 나중에 제출하려고 압수 조서 목록을 만든 거 아닙니까? 변호인 측에서 보여달라고 하는데, 없다고 할 거면 조서는 왜 만듭니까? (증거물을) 엄격히 관리해야 해요.” 검사는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문 부장판사는 박 변호사에게도 증거 확인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물었다. “사용하지 못하는 증거가 범죄사실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요?”

박 변호사는 법정에 제출된 증거가 압수수색으로 획득한 증거 원본이 맞는지 의심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임의로 증거를 조작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문 부장판사는 답답한 듯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서만 말하라고 했다.

그러자 박 변호사는 증거 순번 2번과 42번이 일치하지 않다고 말했다. 증거 42번은 피고인의 스마트폰을 복사한 CD다. 이를 출력한 게 증거 2번이다. 박 변호사는 증거 2번과 42번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압수수색 과정을 문제로 삼았다.

박 변호사는 위법수사의 가능성도 주장했다. 1차 압수수색에서 다른 범죄를 발견하면 영장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경찰은 천동진을 수사하다가 추가 범죄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한 달 반이 지나서야 2차 영장을 발부했다. 박 변호사는 이 사이에 검찰이 수사하고 증거를 임의로 정리해놨다고 주장했다.

문 부장판사는 수사에 참여한 경찰과 형사를 증인으로 출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과정이 완전무결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수사에 참여한 경찰은 다음 기일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 천동진 변호인의 항소심 주장

문 부장판사는 증인으로 신청할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 박 모 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판사와 검사 모두 피해자가 법정에 나온다면 2차 피해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사가 입증 취지를 물었다. 조주빈이 입을 열었다. “이 사람은 내가 범행한 사람이 아니고 증거나 제출된 게 실제랑 달라서 확실하게 입증이 필요합니다. 이런 협박은 한 적이 없습니다.”

N번방 피해자를 담당하는 조은호 변호사는 피해자 증인 신문의 2차 가해 위험성이 확실히 크다고 취재팀에게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당시 변호인들이 모두 긴장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피고인 측 피해자 증인 신문을 받아들이면, 우리는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하나.”

다른 피고인의 순서로 넘어왔다. 강종무 측 변호인은 양형 조사를 신청했다. 피고인의 정신상태와 주변 환경을 검토하는 과정이다. 강종무는 자폐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다고 한다.

문 부장판사는 법원 양형 조사관을 통해 진행하면 어떠냐고 물었다. 변호인도 동의했다. 임영식과 장진호의 변호인 모두 양형 조사를 신청했다.

이어 문 부장판사는 검사에게 피고인 천동진에 관해 물었다. 범죄단체 조직죄가 상세하게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피고인의 이름만 열거되고 천동진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기술이 부족했다고 했다.

조직은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개개인이 행위를 분담한다. 언제 어디서 뭘 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분담했는지가 필요하다. 황성미 판사는 “구체적으로 왜 조직인지, 천동진의 범행 사실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어떻게 조직이 됐는지 규명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다음 기일은 4월 20일 오전 10시로 정해졌다. 취재팀은 조주빈을 담당하는 김호제 변호사를 만났다. 취재팀은 법정에서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피해자 증인신청을 했는데 피해자 진술 중 잘못된 부분이 있었던 걸까.

김 변호사는 강제추행죄가 협박이나 폭행을 구속요건으로 한다며 말을 꺼냈다. 공소사실에는 조주빈이 피해자에게 어떻게 협박했는지 기재돼있다. 하지만 공소사실에 기재된 협박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주빈은 항소심에서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싶어 했다. 피해자 박 씨를 공소사실처럼 협박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분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게 아니라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해보겠다는 취지에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검사가 기소한 부분 대부분을 인정하지만, 사실이 아닌 건 아니라고 하는 거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단체조직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확정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범죄단체로 볼 수 있는지는 법원에서 내릴 판단이고요. (범죄를)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건 아니죠.”

1심 형량(45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이 언젠가 사회에 나왔을 때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교화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사형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범죄자가) 언젠가 사회에 나온다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줘야 사회공동체 전체의 이익이고.”

취재팀은 피고인 조주빈의 아버지와도 만났다. 그는 여태까지 보도된 사실 중 오류가 반이라고 주장했다. 공익요원 강종무을 통해 신상정보를 빼내 피해자를 협박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강종무가 (개인 신상을) 준 게 아니라 2018년도 손석희 씨 사기 사건에 관계된 것을 최준호가 뽑아서 줬어요. 그런데 공소장에는 강종무가 준 거로 첨부가 되어 있어요.”

그는 조주빈의 범행으로 알려진 사실을 부인했다. 피해자에게 했던 가혹행위는 갓갓, 문형욱의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조주빈이 100억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부인했다. “기사라는 것은 자극적이어야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까. 조주빈 하면 100억 있는 꼴이 됩니다.”

범죄단체 조직도 부인했다. 지금까지는 박사방 조직도가 조주빈의 물품에서 발견됐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조주빈의 아버지는 조직도를 경찰이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를 증인으로 부르면 협박 여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2차 가해 때문에 고심한다. 조주빈의 아버지 또한 “아픔을 겪으신 분들을 부르면 그분들의 아픔을 반복시켜서 2차 가해가 되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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