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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교수의 세계여행기 ㉗ 도쿄 올림픽과 오다이바 해변공원
심재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 승인 2021.07.25 21:07

 

제32회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성화 봉송의 마지막 주자는 오사카 나오미(大坂 なおみ)였다. 미국에서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는 나오미가 일본을 대표해야 하느냐에는 이견이 있었다. 나오미가 일본인 여성과 아이티계 미국인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통해 인류가 서로 다른 모습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이제 우리 함께’ 힘을 합쳐 세기적인 코로나 정국을 극복하자는 주최 측의 의도가 엿보인다. 이번 올림픽의 모토(motto)가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 함께(Faster, Higher, Stronger – Together)’이다.

올림픽 모토인 ‘더 빨리(citius), 더 높이(altius), 더 힘차게(fortius)’는 제1회 그리스 올림픽이 개최된 1896년 이후로 변함이 없었다. 이번에는 기존 구호에다 ‘함께’를 추가했다. 2020년부터 개최지에 따라 새 모토를 쓸 수 있다.

▲ 도쿄 올림픽이 예정보다 1년 늦게 개막됐다. (출처=SBS TV 중계 캡처)

올림픽 경기가 앞으로 2주 진행되고 8월 8일 폐막한다. 관중 없는 경기가 TV를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된다. 평상시라면 이웃 나라이기에 여러 관광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경기를 차치하고라도 도쿄에서 하루 관광할 시간이 있다면 어디를 방문할 수 있을까. 도쿄의 관광명소로는 개막식 TV 중계에서 스쳐 지나갔듯이 아사쿠사나 긴자나 신주쿠를 방문할 수 있다.

아사쿠사는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긴자나 신주쿠에 번화가로서의 입지를 내줬다. 하지만 에도시대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센소지(淺草寺)와 상징물인 가미나리몬(雷門)이 있다. 센소지는 도쿄에서 가장 큰 절로 고려 승려 혜허(慧虛)가 그린 수월관음도를 소장한다.

도쿄도(東京都)는 일본 전국을 행정구역으로 나눌 때 사용하는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의 첫 번째에 나오는 도다. 도쿄부(東京府) 시절의 23개 구와 인근 다마 지역과 이즈 제도, 오가사와라 제도로 구성된 지방자치 단체다.

도쿄 중심인 신주쿠구에 개막식이 열린 국립경기장(国立競技場)이 있다. 주변의 45층 도청 전망대나 도쿄 타워 혹은 도쿄 스카이트리에 오르면 도쿄만과 세계 3대로 꼽히는 도쿄 도심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도쿄를 방문한다면 레인보우 브리지를 건너서 오다이바 해변공원을 걸어 볼 것을 추천한다. 철인 삼종과 이번에 신설된 스케이트보드 등 하계올림픽의 상당수 경기가 그곳에서 진행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도쿄만의 지형을 살린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오대호의 하나인 미시간호 서남쪽에 형성된 미국 시카고의 솔저 필드(Soldier Field)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도심의 마천루를 보았을 당시의 환상적인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곳이야말로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21세기형 미래 도시의 전형이다. 일본이 ‘잊힌 10년을 넘어 잃어버린 20년’ 속에서도 여전히 성장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 오다이바 해변에서 바라본 레인보우 브리지(출처=도쿄 트래블 가이드)

지금부터 35년 전인 1986년 여름, 도쿄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이후로 외국을 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쿄를 경유지로 택해 2~3일씩 묵었다. 당시나 지금이나 시내 도로 폭이 미국은 물론 한국보다 좁았다. 교통난 때문인지 외곽 동네에서는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지금도 요코하마에 사는 친구 집 근처에 수많은 자전거가 군집을 이루어 역 앞에 세워진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 버려진 자전거는 도시미관을 헤치는 사회 이슈로까지 떠올랐다. 지진 때문인지 높은 건물이 별로 없었다. 전후에 세워진 고택이 대다수였다. 말이 좋아 고택이지 헌 집이었다.

하지만 일본을 방문할수록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쪽의 홋카이도부터 남쪽의 규슈까지 어디를 가더라도 길가에 담배꽁초 하나 없이 깨끗하다.

1980년대 일본의 경제력은 세계 2위였다.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곧 경제력에서 세계 1위 국가가 될 듯이 보였다. 일본은 1968년 이후 세계 경제 2위였으나 2010년에 그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 교수는 1979년에 <일본이 최고(Japan as Number One)>란 베스트셀러를 썼다. 상당수 사회과학자가 그의 논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일본은 소위 ‘잃어버린 10년’이란 1990년대를 보냈고, 그 이후에도 정체되는 듯이 보였다. 이번 하계올림픽이 유치된 배경이다.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 1986년에 인구는 1억 1800만 명 정도였다. 그중 10분의 1이 도쿄에 모여 살았다. 이러한 인구는 2000년대 초에 1억 3000만 명으로 늘었다가 2020년 4월 1일 현재 기준으로 1억 2342만 명이다. 직전 해와 비교할 때 54만 명이나 줄었다.

하지만 수도로의 인구 집중은 지속돼 올해 도쿄도의 인구수가 1390만 명이다. 지난 15년 동안에 200만 명 가깝게 늘었다.

도쿄는 1990년대에 늘어나는 대도시 인구를 수용하며 도시의 미관을 바꾸기 위해 오다이바 인공해변 재개발에 다시 나섰다. 시민이 머리를 식히고 관광이나 레저, 미디어와 통신을 포함한 미래사회 시설이 들어섰다.

그런데 이 사업은 용산철도 부지를 포함한 서울의 재개발 사업처럼 지지부진했다. 2007년경에 비좁고 꽉 막힌 도쿄 시내를 거닐다가 레인보우 브리지를 건너 오다이바 해변공원의 모래사장을 걷게 됐다. 주위 뷰가 확 틔어서 좋았다. 신선했다. 다른 대도시와 차별화가 되지 않던 도쿄가 새롭게 느껴졌다. 더디게 진행됐으나 도심 재생 사업이 성공한 덕분이다.

도쿄만에는 프랑스에서 1998년에 가져온 자유의 여신상의 모형이 세워졌다. 2013년 4월 19일에는 오다이바 해변에 세워진 일본의 민영방송사인 후지 TV 본사를 대학관계자와 함께 방문했다.

후지 TV는 1997년 3월 10일에 신주쿠 사옥에서 지금의 오다이바 지역으로 이전 완료했다. 미래사회를 상징하듯 좌우 건물이 다리로 연결됐다. 좌측 상단에 도쿄 야경을 270도 파노라마로 볼 수 있는 둥근 전망대가 눈길을 끈다.

▲ 오다이바 해변에 세워진 후지 TV 본사(출처=도쿄 트래블 가이드)

서울시도 오다이바 해변공원 개발을 벤치마킹한 듯이 보인다. 한강대교를 중심으로 용산과 마포, 여의도와 반포를 잇는 도심 관광 레일을 설치한다는 계획이 보도되곤 했다. 하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이번 하계올림픽의 관전 포인트는 과연 델타 변형이 확산하는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참가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느냐이다. 개막 전에 전체 일본인의 22%만이 올림픽 개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미국에서는 설문 응답자의 53%가 이번 올림픽 개최에 동의했다.

여러 가지 악재 속에서도 하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리라 예측해 본다. 올림픽의 의미가 반감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글로벌 이벤트이다.

도쿄 올림픽의 조직과 운영 뒤에는 세계적인 일본의 광고회사인 덴쓰(電通, Dentsu)가 있다. 덴쓰가 일본 기업을 통해 360억 달러의 올림픽 운영 기금을 마련했다고 외신이 전한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인 NBC도 125억 달러에 해당하는 올림픽 광고를 수주했다.

올림픽은 전형적인 TV 미디어 이벤트이다. 미디어 이벤트는 3C의 속성을 갖는다. 3C란 경쟁-정복-대관(Contest-Conquer-Coronation)의 영어 첫 알파벳을 뜻한다. 스포츠 정신으로 경쟁해서 이기고 승리의 월계관을 쓰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나타낸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의 현대판 스토리텔링으로 볼 수 있다.

▲ 도쿄 국립경기장 상공의 올림픽 엠블럼(출처=SBS TV 중계 캡처)

언론사 편집국이나 보도국에서는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라 한다. 일반적으로 나쁜 뉴스일수록 크게 보도된다. 하지만 스포츠 이벤트에서는 금메달 획득과 같은 긍정적이며 좋은 뉴스일수록 크게 보도되는 경향이다.

미디어 이벤트의 또 하나의 특성은 사건 사고를 포함해 어떤 이변이 일어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1972년의 뮌헨 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선수에 대한 아랍 테러범의 공격에 따라 피로 얼룩진 올림픽을 치렀다.

올림픽 주최 측은 팬데믹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덴쓰는 이번 도쿄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장인정신(never let go of a job, even if it kills you)’으로 배수진을 쳤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 조건을 걸지 말고 참여했으면 어땠을까. 개인이나 나라나 어려울 때일수록 이웃을 배려함이 마땅하다. 20년 이상이 걸린 도쿄의 오다이바 해변공원 개발 사례를 통해 서울도 어떻게 매력적인 국제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살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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