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저널리즘스쿨 15기인 진태희 이슬아 전혜진 씨가 한국일보의 제2회 기획취재물 공모전에서 일반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수상작 <장애아동 입양 불모지>는 해외입양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장애아동 입양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심사위원회는 “끊임없이 지적되어온 주제이지만 현장에서 생생하게 사례를 취재하고 문제점을 깊이 있게 분석한 점이 돋보이며 짜임새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의 동의를 받아 수상작을 게재한다. 스토리오브서울 양식에 맞추면서 표현을 일부 고쳤다. <편집자 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해외입양을 보내는 유일한 국가다. 정부는 1970년대 이후로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입양기관에 해외입양을 축소하고 국내입양을 우선 추진하도록 했다. 그러나 장애아동 입양의 경우 여전히 해외에 의존한다.

2019년 ‘건강 이상’ 국내외 입양아동은 163명이다. 이 중 3분의 2가 넘는 112명이 해외로 입양됐다. 입양은 주로 아이가 0~1세 때 이뤄져 장애를 판정하기에는 이른 시기라 장애가 의심되는 아이들은 ‘건강 이상’ 범주로 묶인다.

▲ 서울 종로의 라파엘의집에서 지내는 아동의 손(라파엘의집 제공)

해외로 입양되는 장애아동 비율이 국내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적 지원 부족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입양 후에는 수술비, 치료비, 재활기구비 등 계속해서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돈은 많이 드는데, 정부 지원 비용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입양을 담당하는 기관은 홀트아동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3곳으로 모두 민간에서 운영한다. 익명을 요구한 입양기관 관계자는 “잠재적 장애 가능성 아이의 상태를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부모를 찾아서 매칭을 하는 게 국내에서는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장애와 입양 양쪽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겹겹이 쌓인 것도 이유다. 숙명여대 강현아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장애아동 교육이나 복지 체계가 해외보다 미흡하다”며 “성인이 된 다음에도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입양에 대해서는 “장애아동뿐만 아니라 남아, 연장아(만 1세 이상)인 경우 입양이 잘 안 된다”며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이라고 말했다.

▲ 국내외 입양통계(보건복지부, 한국일보 그래픽 재구성)

국내입양 우선 추진 정책 때문에 장애아동의 해외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져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해외입양을 줄이려는 시도는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됐다. 6·25전쟁을 겪으며 고아와 혼혈아동이 급증하자 이승만 정부 시절인 1953년부터 해외입양이 이뤄졌다.

산업화 이후에도 해외로 가는 입양아동이 급증하자 ‘전쟁 때보다 나라 살림이 나아졌음에도 대규모 해외입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쏟아졌다. 이후 정부는 해외입양을 줄이고 국내입양을 늘리는 방향으로 입양 제도의 큰 틀을 수정했다.

이 중 하나가 2007년 1월부터 실시된 해외입양 할당제다. 국내입양 건수에 따라 해외입양 건수를 정하는 제도다. 국내입양 건수가 많아져야 해외입양 기회도 늘어나는 구조다.

‘국내입양 우선 추진제’도 같은 이유로 실시됐다. 이 제도에 따라 입양기관은 입양대상으로 결정된 아이에 한해 5개월간은 국내입양을 먼저 추진하고 해외입양 추진은 중단해야 한다.

제도뿐 아니라 법에서도 국내입양 우선 추진을 명시했다. 2012년 전부 개정된 입양특례법에는 국내입양을 우선 추진한다는 조항이 새롭게 포함됐다.

이화여대 정익중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아동에 한해서는 (국내입양 우선 추진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원가정 보호, 국내입양이 바람직하지만 장애아의 현실은 더 열악하기 때문에 장애아 입양에서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해외입양을 가기 위해서 아이가 최소 3번 입양을 거절당해야 한다고 정해둬서, 아이는 입양이 안 될 걸 알고도 억지로 만나야 한다. 보여주는 사람도 고역이다. 국내입양 활성화를 이유로 반인권적인 행위를 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입양기관 관계자는 “정부는 단 1%의 확률인 국내입양 가능성을 보고 5개월 동안 국내입양을 우선 추진하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입양특례법에 따라 장애아동이 결과적으로 해외로 입양을 많이 간다고 해도 국내입양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할당제와 관련해서는 “국내입양 우선추진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장애아동을 국내 가정에 우선 입양하도록 추진하는 일이 정부의 탈시설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입양기관에서 아동의 장애 정도가 심각해 해외입양 부모를 찾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입양을 추진하지 않고 장애인 시설로 보낸다.

입양기관 관계자는 “(입양에 실패할 경우) 친생부모가 키우거나 기관에서 친생부모에게 장애아 시설을 알아보라는 안내를 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입양기관마다 수용하는 장애 기준은 다르다. 서울의 입양기관 중 한 곳은 뇌병변 장애 영유아를 받지 않는다.

입양이 성사되지 않은 장애아동 대부분은 장애영유아, 아동 거주시설로 옮겨진다. 시설로 가면 입양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장애영유아 거주시설은 장애로 인해 가정 내 보호가 포기되거나 입양이 보류된 만 6세 미만의 장애 영유아가 생활 지원을 받는 시설이다.

2017년 장애인거주시설 입·퇴소 현황을 보면 장애영유아 거주시설의 입소자의 경우 70.6%가 다른 장애인 시설로 옮겨진다. 장애아동 거주시설도 사정은 마찬가지.

▲ 장애인거주시설 입퇴소 현황(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일보 그래픽 재구성)

서울 종로의 복합 중증 장애아동 거주시설 ‘라파엘의집’ 채미경 복지사는 “(라파엘의집) 시설로 오는 친구들은 이미 입양 갈 수 없는 닫힌 상황”이라며 “장애 때문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동복지시설로 보호 조치한 아동을 입양·가정위탁 의뢰 등 가정 보호로 변경하기 위한 절차 규정도 따로 없어서 관련 조치를 사실상 시설장 등의 재량에 맡긴 점도 문제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9년 2월 말 기준 아동복지시설에 보호 중인 입양 대상에 해당하는 아동 총 2654명 중 250명(9.4%)만 입양됐다. 생후 12개월 미만 아동도 35.3%만 입양 의뢰 등 조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입양기관 관계자는 “장애영유아 거주시설이 워낙 적다 보니 보낼 수 있는 시설도 제한적이다”며 “정원이 차서 못 갈 때는 다른 지역의 영유아 거주시설을 찾는다”고 말했다. 장애영유아 거주시설은 전국에 9곳으로 이 중 4곳이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에 모여있다.

그는 “국내 가정으로 갈 수 있다면 해외입양을 안 가도 좋지만, (장애아동의 경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며 “보호가 필요한 장애아동은 계속 발생하니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해외에라도 아이에게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입양이 잘 안 되는 장애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가정에서 성장할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장애인 통합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어릴 때부터 교실에서 같이 생활하면서 장애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바뀌어야 한다.”

프랑스는 장애 입양 가정 지원제도를 잘 갖췄다. 지자체별로 ‘장애인의 집(MDPH)’을 운영한다. 장애인 혹은 장애 가능성이 있는 아동과 성인을 돌보고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서 2005년 2월 11일 만들어진 법적 기구다. 희망 가정에 한해 생애 주기에 걸쳐 입양 아동을 돌봐주기도 한다.

미국 연방정부도 ‘Title IV-E’ 입양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장애아동 등 입양이 어려운 아동의 입양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었다. 아동을 입양한 가정에 경제적 비용이나 의료 혜택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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