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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의 세계 (2) 그들은 누구인가 ①
이정민‧이세희‧오지윤 기자 | 승인 2021.07.11 20:19

 
박사방 항소심 3차 공판이 3월 30일 열렸다. 방청석에서 누군가가 전화하며 큰 소리를 냈다. “이러시면 어떡해요.” 피고인 조주빈의 아버지였다. 김호제 변호사가 재판에 오지 않아서다.

조주빈의 아버지는 언론 보도를 ‘오류 반, 진실 반’이라고 했다. 그는 아들의 잘못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러나 조주빈이 하지 않은 행위까지 보도됐다고 말했다.

박사방과 n번방. 피고인과 범죄 목적이 다르다. 박사방은 조주빈(박사), n번방은 문형욱(갓갓)이 개설했다.

서울중앙지법 홈페이지에서 1심 판결문을 찾아봤다. 열람할 수 없었다. 판결이 확정돼야 열람이 가능하다. 취재팀은 동아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연합뉴스 SBS 등 21개 매체의 80여 개 기사를 참고해서 박사방 피고인에 대해 알아봤다.

▲ 판결이 확정돼야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다. (출처=서울중앙지법 홈페이지)

박사방 주요 피고인은 10명이다. 조주빈(박사) 강종무(도널드푸틴) 천동진(랄로) 이지민(태평양) 임영식(블루99) 장진호(오뎅) 강훈(부따) 한지훈(김승민) 남경읍 이원호(이기야). 이중 5명(강종무 이지민 임영식 장진호 천동진)이 조주빈과 함께 재판받았다. 나머지는 각자 재판받았다.
 
조주빈 외 5인은 1심 첫 공판부터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성 착취물의 제작 및 유포. 대신 양형을 줄이려고 했다.

조주빈은 2020년 4월 29일부터 2021년 2월 4일까지 1심 재판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현우 부장판사)가 담당했다.

조주빈은 2019년 9월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만들었다. n번방 운영자 '갓갓'이 시들해진 때였다. 조주빈은 더 자극적인 성 착취물을 제작해 금전적 수익을 얻었다.

운영 방식은 이랬다. 먼저 ‘맛보기’ 대화방을 만들었다.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대화방에서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이후 1~3단계 대화방을 만들어 입장료를 받았다. 영상물 수위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돈을 내게 했다.

검찰은 조주빈은 2020년 4월 13일 기소했다. 14개 혐의였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강제추행,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협박, 사기 등.

조주빈은 첫 공판준비기일에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지만 아동 강제추행·강요, 아동 유사성행위 및 강간 미수 혐의 중 일부는 부인했다. 영상 제작 과정에서 폭행과 협박이 없었다고 했다.

1심 선고일은 작년 11월 26일이었다. 재판부는 조주빈의 성범죄 관련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닉네임으로 특정이 가능한 다수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집단이며, 구성원들이 범행을 목적으로 가담한 조직이다.” 가상화폐 취득을 목적으로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질렀다고 했다.

2월 4일은 추가 혐의 선고일. 재판부는 협박하지 않았다는 조주빈 주장을 배척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조주빈이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은 참작했다. 그러나 피해자 신상을 공개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혔다고 봤다. 피해자를 증인으로 나오게 했던 점도 문제 삼았다.

장기간 사회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재판부는 조주빈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또 범죄수익금 1억 600만 원을 추징하고 10년간 신상정보를 공개하며 30년간 위치추적을 명령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출입 및 접근 역시 금지한다고 했다.

강종무는 사회복무요원이었다. 조주빈이 아르바이트를 위해 공익요원을 구한다고 광고했다. 강종무는 피해자 개인정보를 조주빈에게 넘겼다. 강종무는 자금운반책 역할도 했다. 박사방 유료회원이 보낸 가상화폐를 현금화했다. 조주빈에게 전달하고 수고비를 받았다.

강종무의 변호인은 조주빈과 영상물 제작을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폰서 광고를 모집한다는 글을 올린 책임은 인정했다.

또 다른 공범인 이지민도 공소 사실을 인정했다. 조주빈 지시를 받아 성착취물을 대량으로 유포하고 박사방 관리를 도왔다. 이후 별도로 ‘태평양원정대’라는 방을 개설해 성 착취물을 유포했다. 이지민의 변호인은 영리 목적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천동진은 공무원이었다. 미성년 피해자를 유인해 성 착취 영상을 제작했다. 조주빈 검거 이후 박사방 유료회원을 모집했다. 천동진의 변호인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점을 내세웠다. 천동진의 진술로 부따를 검거했다는 주장.

장진호와 임영식은 박사방 유료회원이다. 범죄자금을 대고 조주빈의 지시를 이행했다. 박사방에서 파생된 다른 유료방에서 피해자에게 촬영을 강요했다.
 
범죄단체조직죄는 조주빈 외 피고인 5명 모두에게 적용된다. 작년 6월 22일, 검찰은 피고인들을 범죄단체조직죄로 추가 기소했다. 범죄단체조직죄는 1심부터 항소심까지 이어진 핵심 쟁점이다. 모든 피고인이 부인했다. 조직으로 인정되면 처벌이 더 강해진다.

검찰은 박사방이 조주빈을 중심으로 피해자 물색·유인, 성 착취물 제작, 성 착취물 유포, 성 착취 수익금 인출 등 4개 역할을 나눠 수행한 ‘유기적 결합체’라고 봤다.

범죄단체조직죄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작년 7월 9일이었다. 조주빈 측은 범죄단체 활동은 아니라고 했다. 강종무 측은 조주빈의 일대일 지시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사방이 조주빈을 비롯한 조직원 38명으로 구성된 범죄단체라고 결론 내렸다. 청소년 및 성인 피해자 74명을 상대로 방대한 분량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했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작년 11월 26일 박사방을 “각자의 역할을 분담한 통솔 체계가 있는 범죄집단”으로 인정했다. 범죄단체조직죄가 디지털성범죄에 처음 적용됐다.

조주빈은 “공범들은 나에게 돈을 낸 고객이지 동업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나머지 피고인은 조주빈의 개인적 부탁을 들어줬지 체계적인 조직이 아니라고 했다.
 
박사방이 범죄조직인지 몰랐다는 공범의 주장은 기각됐다. 강종무는 강하게 부인했다. 박사방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재판부는 강종무가 박사방 운영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종무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천동진은 징역 15년, 장진호는 7년, 임영식은 8년 형이다. 이지민에게는 장기 10년에 단기 5년을 선고했다. 소년범 최고형량이다.

조주빈과 강종무는 작년 10월 21일,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이 조주빈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기 하루 전이었다. 조주빈은 최소 38개의 박사방을 운영하며 가상화폐로 수익을 챙겼다. 53회에 환전해 약 1억 800만 원의 수익을 은닉한 혐의였다.

범죄수익은닉 혐의 첫 재판이 작년 11월 12일 열렸다. 조주빈과 강종무는 일부 사실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선고에서 범죄수익은닉 혐의 등으로 조주빈에게 징역 5년, 강종무에게 징역 2개월을 추가했다.

조주빈의 변호인은 “중대 범죄임은 분명하지만 어떤 범죄든 사회적 책임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지민의 변호인 역시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어른들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조주빈은 “악인의 삶은 끝났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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