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경기 부천시 파리바게뜨 역곡역남부점 앞은 쓰레기장 같았다. 종이상자와 쓰레기봉투, 플라스틱 컵이 성인 여성의 가슴 높이까지 쌓였다.

검은색 상하의를 입은 중년남성이 캔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다가 깡통과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렸다. 30분도 안 돼 중년여성이 같은 장소에 왔다.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더니 꽁초를 땅에 지져서 버렸다. 15분 동안 성인 남성 2명과 초등학생 1명이 쓰레기를 버렸다.

하수구에는 담배꽁초와 껌 은박지, 비닐, 이쑤시개가 가득했다. 쓰레기는 하수도 관로(배수관)를 막았다. 도로 침수를 막기 위해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지만 쓰레기가 없는 하수구는 찾기 어려웠다.

3월 30일 스타벅스 역곡역 DT점에서 지하철역 쪽으로 500m를 걸었다. 하수구에 담배꽁초 16개비와 비닐봉지, 부서진 스티로폼이 찼다. 굴다리를 지나 역곡역 북부 2번 출구까지 하수구 12개에는 마스크 포장지와 아이스크림 막대, 담배꽁초 같은 쓰레기가 수북했다.

12일 뒤 2번 출구 앞에 다시 갔더니 남성 2명이 벤치에서 줄담배를 피웠다. 이들은 꽁초를 하수구에 버렸다. 기자와 눈이 몇 번 마주치자 욕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파리바게뜨 역곡역남부점 맞은편의 쓰레기(위)와 근처 하수구

버스를 타고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으로 갔다. 버스정류장에 쓰레기통 2대가 있었다. 주변 하수구는 비교적 깨끗했다. 담배꽁초 3개비와 나뭇잎이 있었지만 하수도 관로를 막지 않았다. 버스정류장에서 왼쪽으로 260m를 걷자 두 번째 쓰레기통이 나왔다.

세 번째 쓰레기통은 이후 300m 넘게 걸었지만 찾지 못했다. 신도림역에서 도보로 2분 거리 도림천은 장마철마다 물이 불어나 침수 위험이 크다. 역에서 멀수록 “나는 재떨이가 아니에요!”라는 연석 스티커가 무색하게 담배꽁초와 비닐 같은 쓰레기가 하수구에 많았다.

신도림역 앞에서 전통과자를 파는 김성조 씨(54)는 쓰레기통이 너무 적다며 쓰레기 있는 하수구는 한둘이 아니라고 말했다. “쓰레기 하나 버리려고 200~300m를 걷는 사람이 얼마나 있어요? 쓰레기통이 지금보다 5~10배는 늘어야 돼요.”

강남은 사정이 어떨까. 나흘 뒤 강남역 근처의 행인은 모두 우산을 썼다. 도로에는 빗물이 고여서 차가 지나갈 때마다 흙탕물이 인도로 튀었다.

오후 2시부터 강남역 9번 출구에서 260m를 걸으면서 하수구 7개를 관찰했다. 쓰레기통은 보지 못했다. 하수구에는 담배꽁초와 달걀껍질, 비닐, 음료수 포장지, 나무젓가락이 있었다. 9번 출구로부터 200m 지점의 빗물받이는 3분의 2가량이 쓰레기였다.

▲ 강남역 부띠크모나코 건물 앞. 쓰레기가 하수도 관로를 막았다.

빗물받이와 하수도 청소에 필요한 예산은 서울시와 자치구가 절반씩 부담한다. 서울시 하수관리팀의 박준현 주무관은 올해 서울시가 25개 자치구의 빗물받이 청소에 50억 원을, 하수도 관로의 준설에 100억 원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5개 자치구 중 절반(14개)은 빗물받이와 하수도 청소에 256억 5300만 원을 사용했다. 올해는 251억 1600만 원을 쓸 예정이다. 쓰레기가 많으면 비용이 늘어난다.

쓰레기통 설치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환경부는 종량제 시행 이후 배출자가 생활쓰레기를 부담토록 한다. 취지를 살리려면 거리 쓰레기통은 줄여야 한다. 하지만 쓰레기통 부족이 무단투기 원인이란 의견도 있어서 쓰레기통을 늘리는 지역도 있다.

경기도 자원순환과의 김민경 주무관은 “(쓰레기통은) 시군별로 늘어난 곳도 있고 줄어든 곳도 있어요. 저희가 세세하게 파악하진 못하는데 2019년보다는 2020년도에 조금 더 늘어난 걸로 알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송선영 씨(59)는 쓰레기통이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 주변을 깨끗하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쓰레기가 생기면 주머니에 넣고 집에서 버리든지 해야 하는데 먹고 획 집어던지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은 잘하는데 간혹 가다가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시민의식이 부족한 거죠.”

쓰레기통 감소에 따른 민원이 늘자 서울시는 지난해에 쓰레기통 657대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0년 12월 기준 서울시 쓰레기통은 6242대로 2019년(6940대)보다 698대 줄었다.

서울시 도시청결팀의 윤종원 주무관은 “요즘 이용량이 줄어서 쓰레기통을 늘리기보다 재정비하는 쪽으로 가고 있거든요. 수리랑 교체에 시간에 걸려서 숫자가 줄어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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