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0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1차 보건복지위원회가 4월 23일 열렸다. 김화숙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이 질의 중에 이렇게 외쳤다. “말은 따스한 채움터에요. 그런데 안 따뜻해요. 서늘해, 서늘하다고.”

‘따스한채움터’는 노숙인 무료급식을 위해 서울시가 서울 용산구에 마련한 시설이다. 노숙인복지법상 노숙인급식시설은 아니다. 노숙인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와 봉사 단체를 연결한다.

김 의원은 따스한채움터를 5번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또 노숙인 공공일자리 참여자가 타성에 젖어 생기는 업무 태만도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현장을 좀 가보세요. 현장을 안 가보시면 답이 안 나와요. 책상에 앉아서 아무리 탁상공론 해 봤자 답이 안 나온다고. 실장님, 제가 부탁드립니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오래 일하던 이들의 업무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일자리가 주기적으로 순환배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위회에서는 다른 노숙인 정책에 대한 업무 보고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거리노숙인 순찰 및 상담기능 강화’였다. 김 실장은 자치구 2곳의 거리 상담을 12곳으로 확대하고, 상담원은 23명에서 63명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계기는 ‘방배동 모자 사건’이다.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장애아들과 살던 60대 여성이 생활고로 숨졌지만 반년 만에 발견됐다. 김 실장은 “거리상담을 본격 운영하고 종합지원센터와 연계해서 궁극적으로는 탈노숙까지 지원하도록 강화하겠다”며 보고를 마쳤다.

김제리 의원(더불어민주당·용산1)은 탈노숙 지원 강화가 어떤 뜻인지를 물었다. 김 실장은 “근본적인 목표는 탈시설할 수 있는 분에게 탈시설을 유도해서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복귀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전국 노숙인의 40.4%가 있는 서울에서 상담과 일자리 정책은 노숙인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 거리노숙인 상담은 노숙인 발생지역을 상시 순찰하고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알려주고 지원하는 제도다.

노숙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숙인에는 세 종류가 있다.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거리노숙인,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시설노숙인, 쪽방촌 등 취약한 환경에서 사는 주거취약계층. 거리상담은 이 중에서 거리노숙인을 위한 정책이다.

시민사회단체 홈리스행동의 안형진 상임활동가는 “노숙인 중에는 지도를 볼 줄 모르고 한글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 영어로 된 간판은 더더욱 못 읽는다. ‘LH’를 ‘내’라고 읽는 사람도 있다”며 복지제도 안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홈피스행동의 야학 활동(출처=홈리스행동)

취지는 좋지만 취재 결과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상담원의 근무 기간이 길지 않아 노숙인과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기 힘들었다.

서울시 서초구가 올해 3월에 냈던 ‘노숙인 거리상담반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공고를 보면 거리 순찰, 노숙인 상담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의 채용 기간은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이다.

“홈리스행동에서도 매주 금요일에 거리노숙인을 상담하러 간다. 용산역으로만 5년을 다녔는데도 아직 인사만 받아주는 분도 계신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원활동가들만 거리상담을 나간다.”

서울시 자활지원과 관계자는 “거리상담반 지원사업을 확대할 때 확보한 예산이 6개월치였다”며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서 채용 기간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리 상담을 확대한 자치구 12곳을 대상으로 서울시는 4월 13일과 15일에 거리 상담 실무, 정신 질환 노숙인 지원 방법, 노숙인 상담 이력 관리를 교육했다.
 
동대문구는 노숙 경험이 있는 사람이 거리노숙인을 상담하도록 했다. 비슷한 경험을 했기에 노숙인 아픔을 더욱 잘 이해하고 효율적인 상담과 지원이 가능하다고 기대한다.

거리상담반은 4명. 2인 1조로 하루에 두 차례 나간다. 나머지 두 차례는 담당 공무원이 한다. 동대문 관계자는 “복지제도 안내 등 거리상담반의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 보니 갑자기 노숙인이 발견됐다고 민원이 들어오면 담당 공무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노숙인 시설 이용·입소자 및 쪽방 주민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제공한다. 근로 능력에 따라 공동작업장, 공공일자리, 민간일자리로 나뉜다.

공동작업장은 공공이나 민간일자리에 취업하기 전에, 근로 능력이 낮은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다. 노숙인 공공일자리에는 반일제와 전일제가 있다. 반일제는 하루에 5시간씩 주 3일, 전일제는 하루에 8시간씩 주 5일 근무한다.

서울시는 올해 노숙인 일자리 지원사업에 119억 7339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해보다 약 25억 6000만 원 늘었다.

홈리스행동은 예산 증가가 반드시 제도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공공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일자리 갖기’(현 전일제)는 2018년 366개에서 2019년 154개로 줄었다.
 
봉양순 의원(더불어민주당·노원3)은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 위원장이던 2020년 7월 9일 “노숙인 일자리 사업의 질을 높여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반일제의 기본 참여 기간은 지금도 3개월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 자활지원과는 65세 이상 또는 건강상 문제가 있는 자는 시설장 확인 후 반일제 근로 기간을 2회 연장하도록 올해부터 지침을 바꿨다. 최대 9개월까지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주거취약계층 인권 보장을 위한 권고문을 통해 “공공 영역을 중심으로 전일제 일자리를 최대한 많이 발굴”해야 한다고 5월 13일 밝혔다.

권수정 의원(정의당·비례대표)은 “노숙인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아도 제대로 하는지 끊임없이 감시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 발생한다. 의원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민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의회에서 노숙인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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