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국 와서 살았으면 좋겠어….” 한광자 씨(77)는 최근 3개월 동안 마음 편히 잠든 날이 없다. 미국 뉴욕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딸이 걱정돼서다. 3월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백인 남성의 총기 난사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뉴스를 보자마자 한 씨는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음이 울리는 동안 침을 세 번 삼켰다. 딸이 전화를 받자 한 씨는 “미국은 무서우니 밖에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한 씨는 TV 뉴스를 볼 때마다 한숨을 푹푹 쉬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미국에서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범죄가 끊이질 않아서다. 국제전화와 카카오톡으로 딸에게 수시로 연락해 조심하라는 말을 계속하는 이유다.

인권단체 ‘Stop AAPI Hate’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3월에 미국 내 증오범죄가 3795건에서 6603개로 늘었다. 무슨 일이 언제 또 일어날지 몰라 한 씨는 TV 뉴스를 틀어놓는다. 요리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청소할 때도.

이체수(57) 김미선 씨(52) 부부도 심경 역시 비슷하다. 딸 세 명이 모두 모두 미국에서 살아서다. 미국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도 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원래 총기 규제가 잘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애틀랜타 사건을 들었을 때는 달랐다. “이렇게 증오범죄가 계속되면 한국에 들어오라고 말할 거다. 나는 원래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 씨는 아침에는 미국 뉴스를, 저녁에는 한국 뉴스를 보며 현지 상황을 확인한다.

김 씨는 이 씨보다 더 걱정이 많은 편이다. 딸들과 통화할 때면 조심하라는 말을 입에 달게 된다. 딸 셋 모두 몸집이 왜소해서 더 그렇다. 마트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막내딸에게는 “방탄조끼 있으면 사서 입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한 적도 있다.

주성휘 씨(57)는 2008년에 외동딸을 미국으로 유학 보냈다. 하루에 한 번은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애틀랜타 사건이 일어났던 날에도 통화했다. “당연히 걱정되죠, 왜 안 되겠어요.”

주 씨의 딸 김영진 씨(26)는 부모 마음을 잘 안다. “증오범죄를 피하거나 없애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나도 없고 엄마도 없는 현실 자체가 슬픈 것 같다.”

권희연 씨(57)의 딸은 8월부터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권 씨는 “증오범죄 사건은 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문제라, 우리가 막을 수 없다면 만약의 경우는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겠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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