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의힘이 만 45세 이하 당원 351명을 대상으로 청년정치의 중요성을 묻자 응답자의 77.1%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청년정치 활성화 수준에 대해서는 52.1%가 매우 침체라고 평가했다.
 
‘청년국민의힘(청년의힘)’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지난해 12월 6일 출범한 청년당이다. 독일의 ‘영유니온’, 영국의 ‘청년보수당’ 등 선진국의 청년조직을 벤치마킹했다. 청년의힘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서도 각각 전국청년당과 청년정의당이 나왔다.

스토리오브서울 취재팀은 4월 29일 서울 영등포구의 국회의원회관에서 청년의힘 대표인 황보승희 의원을 만났다. 청년의힘 출범 당시 김병욱 전 국민의힘 의원과 초대 공동대표였지만 김 의원이 탈당해서 황보 의원이 단독 대표가 됐다.

청년의힘 이전에도 국민의힘에서는 중앙청년위원회, 대학생위원회, 차세대위원회 등 시도당 차원의 청년조직이 활동했다 황보 의원은 이들이 발전적인 역할을 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조직이 완장을 차기 위한 관문으로 전락해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경쟁하거나 분열하는 위기에 직면했던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힘은 보수정당이고 노회했다는 이미지가 있어 청년을 앞세우기는 하지만 정작 청년 역량을 키워주거나 기회를 주지는 않았다.”

▲ 황보승희 의원이 취재팀과 이야기하는 모습

청년의힘은 4.7 재보선을 앞두고 ‘청·바·시(청년들이 바라는 시장)’라는 정책공모전을 열었다. 청년 세대가 바라는 정책을 내면 우수작을 선정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서울시 니트족 지원센터 개설, 미혼여성의 냉동 난자 제도적 지원 정책 등 서울부문 우수작 9건과 부산부문 4건이 각각 오세훈 박형준 당시 후보에게 전달됐다.

최근에는 ‘내손내만(내손으로 내가 만든 법안)’이라는 입법지원단 활동을 하는 중이다. 청년의 시각에서 청년을 위한 법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청년의힘은 5월 12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청년의힘의 당내 기반은 아직 강하지 않다. 출범 다섯 달이 지났지만 당헌·당규를 고치지 못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이 청년당과 정치인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온다.

황보 의원은 비판에 동의한다고 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전국위원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늦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초 청년당을 출범시킨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당헌·당규 재개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 국민의힘 조직. 빨간색은 청년 관련(출처=국민의힘 홈페이지)

국민의힘 사무처에 청년국이 있다. 청년 활동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청년위원회, 대학생위원회 등을 지원한다. 청년국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 당원이다.

전인성 청년국 국장은 청년 정당 출범에 당의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에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이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청년 문제, 특히 당헌 당규 개정에 특별히 관심 많다. 조만간 청년의힘이 출범할 것으로 기대한다.”

전·현직 국회의원 중심으로 청년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모임도 있다. ‘요즘것들 연구소(요연)’다. 간담회와 토론회를 개최해 청년 의제를 집중 조명하려고 작년 6월에 생겼다.

소장인 하태경 의원은 요연이 청년을 ‘위한’ 단체라고 했다. 그는 20대만 청년 문제를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청년에 의한 정치도 필요하지만, 청년을 위한 정치도 필요하다고 했다.

“청년 이슈의 전위부대다. (청년 문제에 관해) 국민의힘에 잔소리하는 곳이다. 그동안 우리 당이 청년 문제를 잘 대변하지 못해서 요연이 만들어졌다.”

하 의원은 청년에 ‘의한’ 정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체 당원 중 40세 이하는 7%밖에 안 된다며 청년조직이 당을 이끄는 실제 힘을 가지려면 청년 당원을 더 모아야 한다고 했다.

요연은 공정과 청년 일자리에 주목한다. 첫 활동은 인천국제공항 협력회사 직원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관한 성토대회였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화라는 건 약자를 돕는다는 면이 있지만 돕는 방식은 공정해야 한다. 비정규직이 청년들에게 갑질하는 것에 불과했다. 가장 약자는 실업자다. 비정규직은 일자리가 있다.”

▲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전 국장은 청년을 이여자(20대 여자), 이남자(20대 남자)로 나누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힘 청년국은) 성별보다는 20대가 분노하는 이유에 대해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분노의 원인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공정과 정의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보선 이후 국민의힘을 보는 20대 유권자의 생각은 어떨까.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는 김성호 씨(22)는 “20대 남녀 표심을 가른 가장 큰 이슈는 젠더 갈등이다. 국민의힘이 청년을 위한다면 젠더 갈등을 봉합해줄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청년 대부분이 공공 부문 일자리의 부작용을 걱정한다”며 “국민의힘이 한국에서 보수당의 역할을 맡았으니 민간 부문의 일자리 확장을 통해 청년의 취업난 해소를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수현 씨(23)는 국민의힘이 취업, 공정, 계층사다리, 주거 등 주요 의제에 대해 민주당과 차별화되는 대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고 했다. 20대 여성이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에 표를 주지 않은 것은 민주당에 분노해도 국민의힘이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본다.

“보수당이라고 경제만 생각하고 진보적 의제는 배척하는 진영논리의 시대는 갔다. 국민의힘이 공정·주거·취업·경제 등 이슈에 현실적 대안을 내놓되 젠더나 환경 등의 의제에 대해서도 진보 정당보다 훨씬 깨어있는 움직임을 보여주면 청년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익명을 요구한 전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은 당내에 청년당원이 계속 활동할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당이 청년 정치인을 키우고 싶다면 어디서 데려오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열심히 활동하던 친구들이 계속 활동할 수 있게 잡아줘야 한다.”

한편 중앙청년위원회는 위원회 간부진을 임명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퇴로 활동이 보류된 상태다. 전당대회 전에 전국위원회가 열려서 청년의힘이 통과가 되면 청년의힘으로 편입된다. 만약 통과가 안 되면 청년최고위원을 따로 뽑아 중앙청년위원장을 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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