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겪는 어려움을 공감하고 함께 나누며 기존의 대책을 넘어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주시길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4월 13일 국무회의 발언이다. 4.7 재보궐선거가 끝난 지 1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지시였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의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표를 던졌고, 20대 여성의 약 15%는 기타정당 후보를 선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분석과 쇄신안을 내놓았을까. 권지담 청년대변인, 박성민 전 최고위원, 박영훈 전국대학생위원장, 장경태 의원 등 당내 청년 인사의 의견을 들었다.

4월 15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인근의 카페에서 만난 권 대변인은 2030 이탈이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고 했다. “청년층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율 평균보다 항상 낮았다.”

권 대변인은 ‘내 삶의 문제를 다루는 정당’이라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작년 총선 이후 민주당은 검찰개혁에만 적극적이었지, 채용 과정의 공정성이나 여성이 안전한 사회 등 청년이 피부로 겪는 문제에 비교적 무관심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완화해달라는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데, 고위 관료들은 이미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형성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민주당이 개혁 세력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 권지담 대변인이 취재팀과 이야기하는 모습

박 전 최고위원도 “한 가지 사건, 한 순간에 의해 투표가 이뤄진 게 아니”라고 분석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으로 민생이 도외시되고, 부동산 규제에도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계속 높아졌다는 얘기다.

청년의 삶을 살피지 못한 게 무능이라면, 박 전 위원은 여기에 오만과 위선까지 더해졌다고 봤다. “조국 사태, 지차체장의 성 비위 사건에 대한 당의 미흡한 대응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청년층의 반감에 결정적이었다.”

초선으로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장경태 의원은 “동대문구에서부터 청년을 만날 계획”이라면서 “간담회는 물론 영상통화, 줌 회의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상시적으로 들을 준비가 돼있다”고 답했다.

자신이 위원장인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청년위)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청년위는 청년 소통 강화의 최전선인 만큼, 소통 프로그램을 만들어 청년에게 바로 달려가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에서는 청년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2030 문제를 중점적으로 살필 예정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이철희 정무수석 주도로 청년 정책을 전담하는 TF를 꾸렸다.

박영훈 위원장은 “그동안 민주당이 20대 남성을 챙기지 못한 건 사실”이라며 이대남(20대 남성)을 위한 정책이 있었는지, 논평 한번 낸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페미니즘 정책 때문에 20대 남성이 등 돌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에게 어떤 어드밴티지를 줄 것인가하는 고민은 필요한 시점이다.”

박 전 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군 가산점제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 수십 년 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났던 제도를 여권에서 책임감 없이 들고 나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박 전 위원은 20대 남성의 표심을 군 문제로 치환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청년을 성별로 갈라치기해서 갈등을 조장하고 성평등 공론장을 좁히는 움직임에 단호히 반대한다.”

민주당에서는 청년 조직을 재정비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동안 당과 청년 사이를 청년국의 청년 또는 대학생위원회가 연결했다. 청년국이 실무를 담당한다면 위원회는 청년층 민심이 당론이나 법안에 반영되는데 중간 역할을 한다.

장 의원은 청년위를 청년민주당으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청년위는 당내 당 성격의 전국청년당으로 3월에 승격됐다. 하지만 기능이나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당 대표 직속의 청년 보좌관 신설을 제안했다. “국무총리 같은 경우에는 ‘목요대화’라고 해서 목요일마다 사회 각 계층을 만나는데. 그와 비슷하게 청년 소통을 담당하는 보좌관이 일주일에 한 번씩 당 대표를 만나는 거죠.”

어떤 청년 정책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박 위원장은 “586이 주를 이루는 정부와 여당에서 먼저 논의하고 정책을 내놓는 것보다, 청년층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수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기타정당 후보가 보여준 비전이 내 삶의 문제와 더 닿아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면서 차별금지법, 기본소득, 기후위기처럼 청년층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문제에 민주당이 발 벗고 나서야 다시 지지를 보내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취업준비생 박혜원 씨(27)는 “민주당의 쇄신을 체감하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기보다 논의만 무성한 것 같아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황수연(29) 씨는 핀트를 잘못 잡은 것 같다고 답변했다. “청년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갑자기 부동산 규제를 풀고, 이남자가 떠나갔다는 이유로 군 가산점제 같은 시대착오적인 이슈를 다시 띄우는 걸 보면서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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