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은 사전투표 첫날이었다. 서울 중구의 숭례문 오거리가 북적였다. 낮 12시 30분이 되자 박영선 후보가 등장했다. 진행자는 “최초의 여성 시장이 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박영선 후보님이 오셨다”며 호응을 유도했다. 지지자가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유세는 시민의 지지연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첫 순서는 대학생 이하정 씨(23). 아르바이트하러 가기 전에 시간을 내서 왔다고 했다.
그는 청년들이 박영선 후보를 많이 지지하는데도 20대가 박영선 후보에게 등을 돌렸다고 보도하는 언론에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청년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가 있는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선 후보는 지원금과 일자리 등을 제공해 청년에게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서울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청년을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은 박영선이라고 확신한다.”
다음은 이종승 씨.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위원장이자 연극배우다. 서울시는 시민과 문화예술을 이끌어온 상징적인 도시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민주당이기 때문에 문화예술인의 권익, 안전한 환경을 위해 이만큼 힘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민주당에도 부족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문제들이 존재한다”면서도 “그동안 민주당이 이뤄놓은 서울시를 홧김에 퇴보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박 후보가 시장이 되도록 마음을 내어달라며 연설을 마쳤다.
마지막은 장애인 테너 최승원 씨였다. 소치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애국가를 독창했다. 그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삽입곡인 ‘지금 이 순간’을 부르며 등장했다. “서울특별시에 정말 제대로 딱 어울리는 서울시장 박영선!”. 최 씨는 열렬한 지지를 호소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서울시에 40년 넘게 살았지만, 아직도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으로서 생각의 턱이 없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장애인과 예술문화인이 원하고 기다려왔던 행복한 서울시를 만들어줄 수 있는 박영선 후보를 서울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박 후보가 등장하면서 최 씨의 노래에 보답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지금 이 순간’을 불렀다. 지지자는 함께 부르며 박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박 후보는 ‘청년 데이터 바우처’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만 19세부터 24세 이하 청년에게 매월 5G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내용.
“통신과 데이터는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청년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필수재이지만, 취업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에게 매달 5만∼6만 원의 통신 요금은 커다란 벽이고 부담이다. 데이터를 켤 때마다 조마조마한 청년에게 작지만 든든한 힘이 될 것이다.”
연설이 끝나자 가수 전인권 씨의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가 흘러나왔다. 유세를 보던 이진모 씨(67)는 데이터 바우처 공약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청년이 나라의 미래인 만큼 이들을 위한 정책이 많았으면 좋겠다.”
선거운동은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으로 이어졌다. 오후 6시, 유세차량 앞으로 지지자가 모였다. 일부는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진행자가 “동대문구의 미래를 위해 나아갈 박영선 서울시장!”이라고 외치자 지지자가 박수를 치며 박 후보 이름을 외쳤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의 회원인 김영숙 씨(48)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위한 공약이 더 많다는 점에서 박영선 후보가 오세훈 후보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에게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과 취업이 활성화된 서울시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박 후보는 청량리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출신 대학(경희대)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청량리는 자신의 젊음이 묻어있는 곳, 청량리의 변화로 서울의 변화를 실감한다고 말한 뒤에 국민의힘의 오세훈 후보를 비판했다.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 서울시를 이끌고 가겠나, 거짓말뿐만이 아니라 그를 실패한 시장으로 낙인찍었던 그 많은 일에 아직까지 변화가 없다, 사회적 약자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사람은 시장이 될 수 없다….
청량리 유세에는 민주당의 신동근 최고위원 안규백 장경태 의원이 동참했다. 안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미래를 여는 후보를 선택하는 날”이라면서 “4월 7일 무능한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 유능한 후보를 선택한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등장한 장 의원은 사전투표를 했는지 가장 먼저 물었다. 그리고 아직 투표하지 않았다면 다음 날에도 사전투표를 할 수 있으니 꼭 박 후보에게 표를 행사해달라고 부탁했다.
박지연 씨(26)는 박 후보에 대해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면서도 “바빠서 투표를 고민하던 도중 오늘 유세를 보고 후보에 대해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 후보에게 투표하고 싶다고 전했다.
신 위원은 박 후보와 대학 동문임을 강조한 뒤에 오세훈 후보를 비판했다. “거짓말을 일삼는 오세훈 후보가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준비된 후보 박영선을 선택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 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인 위재원 씨는 연설에서 “오세훈 후보가 자신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또 “오세훈 후보는 밥 한번 먹을 때도 멸시의 눈물을 흘려야 하는 아이들의 슬픔을 알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광장에서 유세를 주의 깊게 듣던 이훈주 씨(33)는 박 후보가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적극적이라고 생각해서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서울시장에게 바라는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주거 문제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