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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4시 (15) 피고인 ② 기회
박선정‧이세희 기자 | 승인 2021.03.21 19:14

 

선처하면 정말 반성할까. 취재팀은 재범을 저지른 피고인을 만났다. “앞으로는 유혹에 안 빠지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의 말이다.

판사는 “예전에도 마약 관련 실형을 받았고, 또 하면 실형이 더 높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텐데 다시 범죄를 저지른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피고인은 “친구가 유혹했다. 유혹을 못 참고 또 저질렀다”고 했다.

검사는 징역 2년, 추징금 30만 원을 구형했다. 피고인은 “매일 반성하고 있습니다. 사회 복귀를 위해 약물 치료도 받고 열심히 살겠습니다”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다른 피고인도 같은 죄목으로 재판을 받았다. 판사는 “지금 집유(집행유예) 중인데…”라며 서류를 훑었다. 변호인은 교화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관대하게 처벌해 달라고 했다. 피고인은 “잘못했습니다. 지금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지금’을 강조했다.

▲ 서울중앙지법 서관 출입구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사건. 피고인은 운전자를 폭행한 전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2019년 8월 2일, 전 아내를 폭행하고 피해자 보호 명령 처분을 받았다. 2020년 4월 9일까지 접근을 금지한다는 명령이었다.
 
피고인은 카카오톡으로 두 번 연락했다. 전 아내는 불안하다며 형사처분을 원한다고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고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료일을 4월 8일로 착각했다”고 했다. 판사는 “앉아서 말씀하세요”라고 했다.
 
피고인은 “당시 밤새 영업하고 직장 선배 5명에게 감사 카톡을 한꺼번에 보내다가 실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발언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판사가 증거의 적합성을 물을 때는 대답하지 않고 개인사를 늘어놓았다.

“제가 서울에 살고 집은 경주에 있고 이혼한 지는 10년이 됐는데…. 제가 접근금지법을 위반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이미 징역 2년을 받았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그가 횡설수설하자 판사는 “피고인, 다시 앉으세요. 재판을 순서대로 해야죠”라고 했다.

피고인이 다시 말했다. “(지금 이 상황에) 벌금형까지는 과합니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직장도 못 다니고 있는 어려움을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잘못을 온전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변호인 없이 재판이 끝날 때까지 개인사를 이어갔다.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은 “전과가 있어 가중처벌자인 것을 안다”며 입을 열었다. 2월 9일, 425호에서였다. 그는 차를 이용해 4년간 영업했다. “다시는 범죄가 재발되지 않을 것이고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며 끝냈다.

남성 10명이 525호에 들어왔다. 2월 18일이었다. 2명은 피고인이고 나머지는 지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의 사건이다. 그들은 서울지검 정문 앞에서 집회를 했다. 진압하던 경찰관을 폭행하기도 했다. 검사는 2명에게 각각 벌금 70만 원과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피고인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1급 시각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그 후 겨우 먹고 살아왔지만 장애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집행유예를 받으면 사회복지사 자격이 취소됩니다.”

변호인에 이어서 피고인은 “반성하고 자중하겠습니다. 제가 사회복지사 꿈을 이루고 살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재판이 끝나자 그들은 지인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을 나갔다. 

▲ 서울중앙지법 증인지원실 안내판

2월 26일 낮 12시 반, 취재팀이 찾은 서관 5층은 조용했다. 점심시간이었다. 그런데 522호 법정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모니터를 보니 피고인이 8명인 사건이었다. 오전 11시 30분에 시작한 재판이 1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피고인들은 주한 미국 방위비 분담금 요구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 중구 정동 미 대사 관저 담장을 넘었다. 기소된 8명 중 7명이 법정에 출석했다. 이들은 당당했다. “판사님께 묻고 싶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 민주주의는 있습니까?”

다른 피고인은 마이크를 넘겨받자 목을 한번 가다듬고 말했다. “오늘 우리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과 주한 미 대사 해리스의 내정간섭 망발을 규탄했다는 이유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재판장에 서야 할 것이 과연 우리 청년 학생들인가 묻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주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했기 때문에 죄가 없다고 주장했다. 5분 넘게 발언했다.

다음 피고인도 비슷한 맥락으로 말했다. 한국의 자주독립을 강조하고, 민중이 제국주의에 맞서 싸웠던 역사를 하나씩 열거했다. 감정이 격해졌는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익과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애국적 양심에 따라서 행동했다.” 피고인들은 서로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했다.

2월 26일 피고인이 교도관 2명과 함께 입정했다. “피고인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죠?” 판사가 묻자 피고인은 “무면허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판사가 다시 물었다. “아니 생년월일이요, 생년월일.” 피고인은 긴장한 모습이었다. 직업과 주소를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페인트 도장을 하는 자영업자다. 무면허 운전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그 기간에 다시 무면허 운전을 했다.

판사가 물었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독해가 힘들다고 돼 있네요?” 변호인은 읽기는 조금 가능하지만 쓰는 게 어렵다고 했다. 피고인은 변호인을 통해 문맹자를 위한 구술 운전면허시험을 알게 됐다. 출소 후에 반드시 운전면허를 따겠다고 약속했다.
 
판사는 피고인이 재범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무면허로 문제 생긴 지 1년도 못가 또 운전한 이유가 뭡니까?” 변호인은 생업에 꼭 필요한 일이라 불가피했다고 변론했다. 운전을 담당하는 직원이 자리를 비워 피고인이 할 수밖에 없었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경제 상황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피고인에게는 중학생과 고등학생, 두 딸이 있다. 아픈 아내가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계를 겨우 이어간다고 했다.

피고인은 사회로 복귀하면 다시는 불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나가서 면허증을 따고 앞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재판이 끝나자 교도관이 피고인을 데려갔다. 법정을 나가기 전에 피고인은 방청석으로 몸을 틀었다. 파란 점퍼를 입은 방청객이 쳐다봤다. 둘은 2초 정도 눈을 마주쳤다. 방청객의 눈은 피고인이 나간 문을 계속 향했다.

▲ 교정동반기업 선정기준 점검표(정원영 교도관 제공)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가면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면 범죄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5년 출소자에서 출소 후 3년 이내 재복역률이 26.6%다.

충북 청주여자교도소의 정원영 교도관은 “출소 후에 사회에 정착하도록 직업훈련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재소자는 교정 시설에서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한다. 출소가 임박하면 교도소가 마련한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에서 기업 관계자를 만난다.
 
법무부가 2009년부터 재소자 취업 지원을 확대하면서 취업률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전체 출소자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청주여자교도소에서 2019~2020년에 이 프로그램으로 취업에 성공한 출소자는 1명. 정 교도관은 “민간 기업과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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