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은 영장이 있거나 당사자가 동의하면 증거물을 수색하고 압수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검찰이 모든 사건에서 압수수색을 하지는 않는다.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거나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다.

스토리오브서울 취재팀은 재판을 보면서 압수수색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들었다. 서울중앙지법 서관 523호에서 ‘정진웅 검사 독직폭행 사건’ 재판이 1월 20일 있었다. 사건명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독직폭행은 법률 용어다.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하거나 형사 피의자 또는 기타 사람에 대하여 폭행 또는 가혹한 행위를 가하는 경우다.

이런 혐의를 받는 피고인은 단순 폭행죄보다 무겁게 처벌받는다. 형법상 5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

서관 4-2 출입구 앞, 기자 10여 명이 카메라를 설치했다. 정진웅 차장검사의 모습을 찍기 위해서였다. 어느 기자가 “들어갔다는데요. 안에서 봤대요”라고 외치자 탄식이 들렸다.

▲ 형사공판 진행절차 흐름도

재판이 시작되자 검사는 사건을 요약했다. 정 차장검사는 광주지검 소속으로 ‘채널A 사건’을 담당했다. 공범으로 한동훈 검사장을 입건해 수사했다. 정 차장검사는 핸드폰 유심칩을 압수하려 했다.
 
핸드폰 본인 인증을 받으려면 피해자의 동의나 별도의 영장이 필요하다. 한 검사장은 이전부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정 차장검사는 핸드폰을 이미 압수했지만 별다른 증거를 얻을 수 없었다.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의 텔레그램, 카카오톡 본인 인증 번호를 알아내 자료를 확인하고 컴퓨터의 자료를 압수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한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정 차장검사는 2020년 7월 압수수색을 위해 법무연수원 용인 분원으로 들어갔다. 한 검사장은 핸드폰을 들어 비밀번호를 눌렀다.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이 증거를 인멸한다고 생각했다. 손으로 한 검사장의 팔, 어깨를 잡고 몸 위에 올라탔다.

한 검사장은 고통을 호소했고 사무실 바닥으로 쓰러졌다. 정 차장검사는 계속해서 손으로 팔과 어깨를 잡고 얼굴을 눌렀다. 검사는 “(피고인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검사로서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해 경부 염좌 등 상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정 차장검사가 몸을 날려 자신을 붙잡았다는 한 검사장의 최초 진술을 언급했다.

변호인은 증거인멸을 우려해 핸드폰 제출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이 거부하자 정 차장검사가 핸드폰을 확보하려다 넘어졌다고 했다. 압수수색과 관련한 정당한 직무수행일 뿐 독직폭행도 아니고,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폭행이라도 직무 관련 위법성이 없기에 독직폭행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한 직무수행 행위이며 폭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판사는 “폭행을 한 행위는 아니지요? 고의도 없었다는 것이고. 피고인의 행위가 영장의 정당한 집행 행위로서 정당행위라는 주장도 있는데, 그렇죠?”라고 물었다. 변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 차장검사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공소 사실은 내용상으로는 마치 제가 고의로 몸 위에 올라타거나 누르거나 그런 행위로 기재돼 있는데 결코 제가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하기 위해 누르거나 올라타거나 한 행위를 한 사실이 없습니다. 물론 우연히 그 당시 상황이 몸 위로 밀착된 상황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은 것이지 올라타거나 넘어뜨리려고 한 사실은 없습니다. 변호인이 말했듯이 저는 이 사안이 직권 남용의 권위를 가지고 행위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직폭행이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2월 4일 303호에서는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그는 2016년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청와대 요청을 전달받고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의 재판 정보를 정리하도록 대법원 재판연구관에게 지시한 혐의(직권 남용·공무상비밀누설)를 받는다.

또 법원을 퇴직하면서 재판연구관 보고서 수십 건을 무단 유출하고 대법원 근무 시절에 취급했던 사건을 수임한 혐의(공공기록물관리법·변호사법 위반)도 받는다. 유 변호사가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자 검찰은 항소했다. 윤강열 부장판사가 항소심을 맡았다.

▲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서류를 옮기는 직원들

검사는 원심의 무죄 판결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원심에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모니터 사진과 나머지 증거를 모두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사는 약 70쪽 분량의 문서를 스크린에 띄웠다. 문서를 읽으며 촬영한 모니터 화면이 증거가 될 수 있는지부터 판단했다. 영장에는 검색어를 한정해 사건 관련 문건을 찾도록 명시됐다. 검사는 압수수색 당시 피고인의 노트북에 검색어 ‘2015후2204’를 입력했다. 관련 문건이 나타나지 않았다.

검사는 다른 검색어를 입력했다. 법원이 지정한 ‘2015후2204’가 아니라 ‘2015’, ‘후’, ‘2204’를 따로 검색했다. 그리고 양 끝에 기호(*)를 붙였다. 검사는 피고인의 노트북에서 2015, 후, 2204가 들어간 파일을 모두 찾아냈다. 이런 파일을 증거로 피고인을 기소했다.

검사는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방법으로 압수수색했다. 피고인에게 이를 허락받았는지가 쟁점이었다. 증인은 “영장에 기재된 키워드로만 검색하다가 수사팀 검사가 띄어쓰기해서 검색해보자고 했다”고 증언했다.

검사는 이 과정에서 피고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동의했다고 보고 검색했다고 해명했다. 판사는 “강제 압수수색 중에 피의자가 (검찰이) 수색 방법을 위반한 것에 반발하지 않은 것이 동의한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촬영한 모니터 화면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검사는 “모니터가 증거능력이 없다 해도 이후 발견된 2차 증거는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사는 “영장 발부 중 수색 방법을 분명 제한했는데 이를 위반한 것을 중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반해서 찾은 추가 증거들을 인정한다면 앞으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일단 위법한 뒤 증거부터 찾는 압수수색이 주를 이룰 수도 있으므로 2차 증거도 인정하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판사는 공공기록물법 위반과 절도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유지했다. 조사, 연구 보고서는 대법원 내부에서만 공유되는 내부자료이므로 공공 기록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공공기관의 위임을 받은 자료라는 주장이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무단 유출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업무 중 서류를 저장 매체에 저장해 활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USB를 퇴직 시에 갖고 나온 행위가 공공 기록물·개인정보 유출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판사는 모두 무죄라는 원심 판단을 유지하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검사 2명의 표정이 어두웠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아서다. 하지만 검찰은 두 번의 무죄 판결에 불복하고 2월 9일 서울고등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