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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4시 (12) 검사 ② 집념
오지윤‧최호진 기자 | 승인 2021.03.21 19:05

 

검사는 피고인의 죄를 입증하려고 한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죄를 인정하지 않거나 형량을 낮추려고 한다. 법정에 긴장감이 감도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서관 412호에서 피고인 조주빈과 강종무의 재판이 열렸다. 1월 20일, ‘N번방’ 사건이었다. 유사강간 등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이다.
 
조주빈 씨(일명 박사)는 2019년 8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박사방 범죄수익 1억 800여만 원을 은닉한 혐의다. 강종무 씨(일명 스토커)는 2019년 12월, 가상화폐 환전 업무를 맡았다. 환전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조 씨에게 제공하고 피해자 유인 광고를 게시했다.

검사가 조 씨의 신문을 시작하며 강 씨에게 어떤 일을 지시했는지 물었다. 조 씨는 환전과 홍보를 시켰다고 대답했다. 검사가 개인정보 조회도 시켰냐고 묻자 조 씨는 “(업무를) 바꿨다”고 했다.

검사는 기억이 없는 거냐고 물었다. 조 씨는 강 씨와 자기 사이의 유의미한 건 기억한다며 신원조회 업무를 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9년 9월에 박사방이 생겼고 신원조회는 필요 없어 “일이 필요하면 환전을 해라”라고 말했다고 했다.

검사는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했는지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목소리가 높아졌고 서류를 계속 넘겼다. 몇 분간 침묵이 흘렀다. 이현우 부장판사가 피고인에게 몇 가지를 물었고 동영상 증거 조사는 비공개로 하겠다며 “기자들과 방청객 모두 나가주세요”라고 했다.

2월 23일 525호에서는 비트코인 사기 사건의 공판이 열렸다. 증인으로 2명이 출석했다. 검사는 진술조서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공소장 맞아요? 작년 2월에 사실대로 말하고 경찰서에서 설명 듣고 서명한 거 맞죠?”라고 말했다. “검찰청에 제출한 서류 맞죠?”라고도 물었다.

증인은 피고인이 사무실로 찾아와서 수익이 5%씩 나올 수 있고 지금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 내일 6시 마감이라며 설득했다고 진술했다. 또 프로모션이 이상해서 거절했지만 피고인이 다시 전화해 프로모션을 연장했으니 투자하면 좋겠다고 했다.

검사는 “2018년 11월 27일 피고인을 만난 적 있죠?”라고 물었다. 증인은 맞다고 했다. 검사는 이어 “조건에 대해서 뭐라고 했나요?”라고 물었다. 증인이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검사는 “인공지능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한 거 맞나요?” “투자 조건은요?”라고 질문을 바꿔 물었다. 증인은 “하루에 5%씩 준다고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검사는 구체적인 투자 조건을 물으며 “10에서 1000달러는 50일 동안 투자금액 5%만, 그 이상이면 40일 동안 9%를 지급한다. 이런 적 있습니까?”라고 예를 들었다. 증인은 듣긴 들었다고 대답했다.

이어서 증인이 얼마나 투자했는지 물었다. 증인은 처음에 비트코인 3개를, 프로모션으로 7점 몇 개를 투자했다고 말했다. 검사는 “비트코인 3개 약 1400만 원, 7.7개 약 3,580만 원 투자 맞습니까?”라고 구체적으로 파고들었다. 증인은 그렇다고 했다.

검사는 다른 증인을 신문할 때도 서류를 먼저 확인했다. 피고인은 영국에 있는 지인이 회사의 대표라면서 자기 여권을 내놓으며 믿어도 된다고 했다.

검사는 피고인이 뭐라고 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예를 들면 어떤 회사인데…라며 회사에 대해 어떻게 설명했는지 말해주시면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증인은 “저는 그냥 돈을 못 벌고 있었으니까 돈을 많이 벌 줄 알고 9% 수익이 난다는 말만 기억나요”라고 말했다. 검사는 기억하지 못하는 증인에게 9%씩 40일간 지급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증인은 맞다고 대답했다.

검사는 수익을 못 받기 시작한 시점을 물었다. 증인이 “정확히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처음 받고”라고 말했다. 검사는 “정리하면 첫 번째 3개 받고 마지막 투자 이후 못 받았던 거 맞나요?”라고 물었다. 증인은 맞다고 대답했다.

▲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검 입구

긴장한 증인에게서 정확한 진술을 끌어내는 일도 검사의 몫이다. 2월 26일 418호. 방청석의 취재팀 앞에 2명이 들어왔다. 증인이었다. 1명은 법정 출석이 처음인지 떨린다고 말했다. 다른 1명은 “저도 처음엔 떨렸는데 그냥 질문하는 거에 대답하면 돼요”라며 진정시켰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재판. 피고인은 지적 장애인 준강간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피해자와 교제하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검사는 피해자의 활동보조인을 증인 신문했다. 처음이라 긴장된다던 사람이었다.

검사는 피해자의 장애 정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피해자가 스스로 씻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냐고 물었다. 증인은 “아니요, 찝어줘야지”라고 대답했다. 검사는 무슨 뜻이냐고 다시 물었다. 증인은 이 옷을 입으라고 정해줘야 입는다고 대답했다.
 
검사는 옷을 정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증인은 “안 정해주면 만약에 여름이어도 겨울옷 잡히면 겨울옷 입고, 그냥 잡히는 대로 입어요”라고 대답했다. 검사는 “여름에도 겨울옷 잡히면 겨울 바지를 입고 그런다고요?”라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어 피해자가 배변 활동이나 식사는 혼자서 하는지 물었다. 증인이 “(피해자가) 혼자서 한다”고 대답하자 검사는 혼자서 차려 먹냐고 다시 물었다. 증인은 “아, 아뇨. 차려주면 떠먹는 건 혼자 먹어요”라고 대답했다.

검사는 피해자의 인지 능력을 자세히 물었다. 글씨를 쓰는지, 문자를 주고받는지, 사물을 인지하는지, 음식과 음식이 아닌 건 이해하는지, 버스를 타고 혼자 다닐 수 있는지, 인간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증인이 글씨를 쓸 수는 있다고 대답하자 피해자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느냐고 검사가 물었다. 증인은 보이는 걸 똑같이 베껴 쓰지, 이해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검사가 피해자와 문자를 한 적이 있냐고 질문하자 증인은 “집이라고 보내요”라고 대답했다. 검사는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집에 있어요”가 아니라 “집”이라고 문자를 보내면 집에 있다는 뜻이라고 증인이 설명했다. 또 “밥 먹었어?”라고 물으면 “먹었어요”라고 말하지만 무엇을 먹었는지 설명하지 못한다고 했다.

증인은 피해자가 자주 쓰는 물건을 인지하고 자주 가는 길은 혼자 다닐 수 있지만 처음 다니는 곳은 혼자 다닐 수 없다고 진술했다. 또 타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를 좋아하고, 조금이라도 호의를 보이는 사람에게 팔짱을 끼고 친근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연락처에 있는 사람에게 이유 없이 ‘사랑해’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고 했다.

피고인은 이런 문자를 증거로 피해자와 연인 관계이며 자발적인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피해자의 인지와 판단 능력이 일반인과 다름을 입증했다. 피해자가 활동보조인 외 다수에게 ‘사랑해’라는 문자를 보냈다는 증언을 통해 피고인 주장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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