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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4시 (11) 검사 ① 생활
최호진·오지윤 기자 | 승인 2021.03.21 19:04

 

미디어 속의 검사는 권력 지향적이다. 야망에 눈이 멀어 부정부패를 일삼는다. 영화 <더 킹>에서 주인공 박태수는 이렇게 말한다.

“검사, 그랬다. 그래, 저게 진짜 힘이다. 사람을 감옥에 넣고 심지어는 무기징역, 아니 사형까지 시킬 수 있는 사람. 난 그때 결심했다. 검사가 돼야겠다고.”

무소불위의 권력. 검찰에 붙는 단골 수식어다. 불신과 개혁의 대상이기도 하다. 정의의 수호자와 무소불위의 권력. 검사는 어느 쪽일까.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525호 법정에서 사기 사건의 공판이 열렸다. 2월 9일 오후였다. 검사석에 법복을 입은 검사가 앉았다. 갈색 금속테 안경에 짧은 머리였다.

공판을 시작하기 전에 젊은 남성이 이동식 선반을 끌고 법정에 들어왔다. 서류가 가득했다. 모두 합하면 높이가 1m는 넘을 듯했다. 검사는 서류를 계속 검토했다. 노랑, 분홍, 연두…. 여러 색깔의 포스트잇이 보였다.

검사가 증인석으로 향했다. 서류를 보여주며 말했다. “OOO 씨, 이따가 증인이라고 부를게요.” 상냥한 말투였다. 증인이 조리 있게 대답하지 못하면 “다시 정리해서 물어볼게요”라며 이어갔다. 인내심이 인상적이었다.

고압적인 태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상담실장이 뭐라고 했어요?” “미용시술 왜 받게 되신 거예요?” 쉬운 표현으로 천천히 물었다.

이번 사건만 그런 건 아닐까. 스토리오브서울 취재팀은 공판이 끝나고 자리를 지켰다. 오후 4시 같은 법정에서 폭행 사건의 공판을 방청하기 위해서였다. 검사는 한결같았다. 증인 앞으로 가서 서류를 보여주며 “증인이라고 부를게요”라고 말했다.

▲ 서울중앙지검 청사

424호 법정 검사석은 비어 있었다. 2월 18일 오전 11시. 필로폰 투약 사건의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하늘색 수의를 입은 피고인이 교정 직원 3명과 함께 들어섰다. 그는 변호인과 작은 목소리로 대화했다.

“검사님 오면 진행하겠습니다.” 정종건 판사가 말했다. 법정 안은 조용했다. 변호인이 서류를 넘기는 소리만 간혹 들렸다.

검사는 오전 11시 9분 입정했다. 9분 지각. 법복을 입지 않았다. 쥐색 정장에 짙은 파란색 넥타이 차림. 말끔했다. 결재서류라고 적힌 검은색 파일을 들었다. 검사가 지각이라니. 인간미가 느껴졌다.

피고인은 2020년 4월 모텔 객실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범죄 전력 고려할 때 구속영장 발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고인은 “다시 구속이 될 경우에는 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피고인이 진술을 끝내자 판사가 공판을 마무리했다.

2월 26일 오후, 424호 법정 앞 복도는 조용했다. 취재팀은 30분 일찍 도착했다. 살인 사건 방청이 처음이라 미리 가서 대기했다. 곧 열릴 공판을 상상했다. 살인 사건을 맡은 검사는 어떤 모습일까. 사기, 폭행, 특수상해 사건보다 날카로운 질문이 오가지 않을까.

공판은 오후 4시 시작됐다. 검사석에는 법복을 입은 검사가 앉았다. 단발 파마머리가 발랄한 느낌이었다.

피고인들은 각각 살인과 살인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1명은 산부인과를 경영했다. 다른 1명은 의사다. 이들은 제왕절개로 꺼낸 태아를 물이 가득한 양동이에 넣어 질식시켜 살해하고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고인들은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1명은 사체손괴 혐의를 인정했지만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다른 1명은 살인방조 혐의를 부인하고 의료법 위반 혐의만 인정했다.

산부인과 직원 4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중 수술에 참여한 간호사 2명은 이 사건의 다른 피고인이기도 했다.

“기억이 불분명한데 명확한 것처럼 말하는 것도 위증이고 거짓말입니다.” 판사의 단호한 말과 함께 증인신문이 시작됐다. 검사가 서류를 들고 다가갔다. 오른쪽 엄지손가락에 파란색 골무를 꼈다.

“진술 조서 맞, 맞나요?” “보, 보시죠” 검사가 말을 더듬었다. “본인이 진술한 조서가 맞는가요?” 자리로 돌아오면서 긴장이 조금 풀린 듯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근무했습니까?” “OOO는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했습니까?” 이전보다는 또렷하게 질문했다.

아기 시신은 어떻게 처리했냐고 물었다. 원장이 양동이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했다고, 수술 전에 양동이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이어졌다. 증인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자 “오케이. 잠깐만요. 기억을 되살려보세요”라며 채근했다. 변호인은 피고인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고 했다.

판사의 신문이 끝나고 변호인이 증인에게 더 물었다. 판사의 질문에 증인이 수술로 인센티브 20만 원을 받았다는 진술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지 모른다고 우려한 듯했다. 변호인이 다른 수술에서도 인센티브를 받지 않았냐고 묻자 증인은 받았다고 진술했다.

공판이 1시간 30분 넘게 이어지자 검사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다. 추가로 질문하겠냐고 재판장이 묻자 검사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증인에 대한 신문이 이어졌다. 검사는 8분, 변호인들은 23분 동안 했다.

▲ 검찰 상징 마크와 로고(출처=검찰 홈페이지)

검찰의 공식 로고에는 직선 다섯 개가 있다. 대나무의 올곧음을 모티브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담았다. 좌측부터 각각 공정, 진실, 정의, 인권, 청렴을 상징한다.

“세상을 속이는 권모술수로 승자처럼 권세를 부리거나 각광을 훔치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지만, 하루하루 촌로처럼 혹은 청소부처럼 생활로서 검사 일을 하는 검사들도 있다.”

책 <검사내전>의 저자(김웅 국민의힘 의원)는 자신을 생활형 검사로 표현한다. 미디어 속의 검사 모습과 현실은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검찰이 조직이니 거기서 일하는 검사도 여느 직장인과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간다고 얘기한다. 취재팀이 봤던 검사는 그랬다. 정의의 수호자와 무소불위의 권력. 둘 중 어느 쪽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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