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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는 지금 (13) 서울시의회 제3차 본회의
조혜민 기자 | 승인 2021.03.14 20:21

 

“세 손가락 경례로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에 적극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3월 5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3차 본회의는 미얀마의 정치 상황에 대한 안건을 다뤘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자 시민들은 반대투쟁을 하는 중이다.

서울시의회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및 구금자 석방, 민주주의 질서 회복 촉구 결의안’을 찬성 90인, 반대 1인으로 가결했다. 의원들은 일어서서 세 손가락 경례(Three-finger salute)를 했다. 영화 ‘헝거 게임’에서 유래한 동작으로 독재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김인호 의장(더불어민주당)이 오후 2시 9분에 입을 열었다. “성원이 되었으므로 제299회 서울특별시의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개의하겠습니다.” 의사봉을 세 번 두드렸다. 올해 첫 서울시의회 회기 중 마지막 날.

첫 순서는 김희갑 의사담당관의 보고다. 회의장은 여전히 어수선했다. “이상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김 담당관이 자리로 돌아간다. 검정 마스크의 의원이 회의장에서 들어온다. 의장석과 가장 가까운 맨 앞줄 자리다. 본회의를 시작한 지 2분이 지났다.

“다음은 서울시 교육청 인사발령에 따른 신임 간부 소개가 있겠습니다.” 김 의장은 늦게 들어오는 의원을 봐도 개의치 않는다. 조희연 교육감이 단상으로 향한다. 화면이 회의장을 다시 비춘다. 방금 들어온 의원은 휴대폰 화면을 봤다.

조 교육감이 새로 부임한 인사를 소개한다. 교육위원회 소속이 아닌 의원을 위해 설명을 덧붙인다. 조 교육감은 소개를 마치고 김 의장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처리할 안건은 119건. 상임위 10곳에서 각각 4~20건을 내놓았다. 통과되고 20일 이내로 이의가 더 없으면 조례가 된다. 한 건이 ‘기립표결’, 나머지 118건이 ‘이의 유무 표결’로 진행됐다.

기립표결 중에 누군가 외쳤다. “의장님, 이의 있습니다!” 보건복지위원회 김용연 의원(더불어민주당‧강서 4)이다. 본회의와 상임위를 통틀어 출석률이 100%인 의원 중 한 명이다.

의원들이 화면 왼편으로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김 의장이 말했다. “안 들립니다. 크게 얘기하십시오.” 김 의원이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일시적으로 오늘 본회의장에서 나온 본 안건을 일괄적으로 기립해서 통과시키려는 그러한 작태는….”

장내가 술렁인다. 김 의장이 의장석 옆의 누군가에게 말한다. “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정대로 미얀마 결의안의 투표를 진행했다. 김 의원의 외침이 몇 초간 들리더니 조용해졌다.

▲ 서울시의원들이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모습(출처=서울시의회 홈페이지)

미얀마 결의안은 의원 31명이 발의했다. 찬성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회에서 손을 들거나 직접 일어나는 모습은 예외적이다. “미얀마 쿠데타 관련해서 퍼포먼스로 겸해서 한 것입니다.” 스토리오브서울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김희갑 의사담당관이 이렇게 말했다.

두 명이 종이와 펜을 들고 나타났다. 의사진행 보조요원. 첫 줄부터 재석의원을 확인한다. 87명이 출석했다. 시의원은 109명. 출석하지 않은 의원이 22명이다.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검지 중지 약지를 이용해 경례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김 의장의 말이 끝나자 화면은 의석으로 바뀐다. 회의장이 어수선했다. 의원 4명이 들어오면서다. 오후 2시 20분. 이 중 한 명이 옆 좌석을 슬쩍 바라보고 같은 모양으로 손가락을 편다.

장상기 의원(더불어민주당‧강서 6)이 뒤를 봤다. 안건을 발의한 의원 중 한 명. 그는 엄지 검지 중지를 폈다. 다른 의원은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중지 약지 소지를 세웠다. “재석의원 91명 중 찬성 90명, 반대 1명.” 김 의장이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린다.

회의는 일사천리였다. 김 의장이 “의원 여러분 이의 없습니까?”라고 물으면 의원석에서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김 의장은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리고 안건을 가결시킨다. 같은 발언이 45분가량 되풀이됐다.

김 의장의 눈과 입만 바쁘다. 그는 각기 다른 제목의 안건을 읽고 의원의 태도를 지켜본다. 18번째 안건을 처리했다. “의원 여러분 이의 없습니까?” 의원석에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김 의장이 다시 물었다. “이의 없습니까?” 의원들이 전보다 큰 소리로 대답했다. “없습니다.” 다음은 49번째 안건. “의원 여러분 이의 없습니까?” “이의 없습니다.”

의사봉을 놓고 김 의장이 잠시 의석을 본다. “여기서 보면 대답하시는 분, 안 하시는 분 잘 보입니다.” 의석에서 웃음이 나왔다. 김 의장이 50번째 안건을 처리한다. “의원 여러분 이의 없습니까?” “없습니다.” 전보다 많은 의원이 대답한다. 119건이 모두 가결됐다.

다음은 5분 자유발언. 의원 6명이 나섰다. 화면이 회의장으로 바뀌었는데 의석의 절반 이상이 비었다.

보건복지위원회의 김화숙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이 발언했다. 화면에 ‘서울시 사회복지의 정의는 아직 살아 있는가?’라는 글씨가 보였다. 사회복지시설의 비위에 대해 서울시에 감사를 요청했으나 처리가 늦다고 했다. “그야말로 고무줄 행정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목소리가 올라갔다. “조치가 빠른 시일 내에 이행되지 않으면 다음 의회 기간에 새로운 시장님 앞에서 정식으로 시정 질문을 다시 하겠습니다.” 경고성 발언이다. 김 부위원장이 “충성!”하며 마무리했다. 의석에서 “와”하는 탄성이 들렸다.

다음은 교육위원회 이석주 의원(국민의힘‧강남 6). 단상에서 넥타이를 고쳐 맸다. “오늘은 국내 최고의 높이로 짓겠다던 105층 GBC를 낮추면 안 된다는 주제로 포문을 열겠습니다.”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현대차그룹이 만들 건물이다. 건물이 105층이어서 한국의 마천루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런데 50층으로 계획을 바꾸자 이 의원이 비판했다. “이왕 지을 거 좀 높게 지으면 국가의 재도약과 함께 기업도 크게 이미지가 상승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발언 시간을 넘겨 마이크가 꺼졌다. 이 의원은 네 문장을 더 말하고 발언을 마쳤다. 마이크는 꺼져도 목소리가 잘 들렸다.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이 의원이 단상을 내려간다. 김 의장이 일어선다. 작은 한숨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들린다. “이석주 의원님 수고하셨습니다.” 잠시 말을 중단하고 모니터를 봤다.

김 의장이 세 번째로 발언할 의원을 불렀다. “다음은 교육위원회 소속 김수규 의원님 나오셔서 발언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 의원은 파란색 마스크에 캐릭터 스티커를 붙였다. 시내버스정류소 민원에 대해 말했다.

교통위원회 성중기 의원(국민의힘‧강남 1)이 네 번째였다. “잠시 영상을 같이 보시겠습니다.” 지난해 개장한 지하철 7호선 청담역 사진. “미세먼지 프리존이 설치된 곳은 청담역 단 한 곳뿐입니다. 이제 그 하나가 유일이 아닌 최초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

이어서 교육위원회 양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영등포 4)은 행정실무사의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의 발언에는 물음이 많았다. 왜 안 된다고만 하십니까,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걸 공정한 처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조희연 교육감을 부른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왜 하셨습니까?” 발언이 끝나자 회의장에서 “옳소!”라는 외침이 나왔다.

▲ 자유발언 시간에 의석이 많이 비었다. (출처=서울시의회 홈페이지)

보건복지위원회 권수정 의원(정의당‧비례대표)이 마지막 발언자였다. 화면에 백합 한 송이가 보인다. 마스크와 옷을 검은색으로 맞췄다.

“오늘 저는 추모의 마음을 담아 5분 발언을 하려고 합니다.” 변희수 전 하사의 부고 소식을 언급하며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간이 지나자 마이크가 꺼졌다. 권 의원의 목소리가 화면 밖으로 작게 새어 나온다. “함께 버티고 함께 살아갑시다.” 의석은 대부분 비었다. 김 의장이 마무리 발언을 하고 제3차 본회의가 끝났다. 누군가 어떻게 끝까지 남았냐고 말한다. 녹화 영상에서는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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