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이 구청장을 답변대에 세운다. 의원은 화가 난 듯 발언대를 손톱으로 긁는다. 한숨을 크게 쉬고 구청장의 건설 비리를 폭로한다. “20년 가까이 버려진 땅이 신도시 개발부지로 선정된 것과 구청장님이 정말 무관합니까?” 구청장은 답변을 거부하고 문을 박차고 나간다.

지방의회를 다룬 드라마 <출사표>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는 시정 질문을 암투가 가득한 시간으로 묘사했다. 실제는 어떨까.

서울시의회 본관에서 제299회 임시회의 제2차 본회의가 시작됐다. 2월 23일 오전 10시. 서울시정과 교육행정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 의원 102명, 서울시 및 서울시교육청 공무원 37명이 출석했다. 김광수 부의장이 진행했다.

시정 질문은 시의회가 시 집행부를 견제하는 절차다. 의원이 시장 등 핵심 공무원에게 시정 전반을 직접 물을 수 있다. 의원은 답변 시간을 포함하여 40분 이내로 질문한다.

첫 질문자는 김용연 의원(더불어민주당·강서구 제4선거구). 정수용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을 답변자로 불렀지만 김 의원은 지역 안건을 설명하는데 시간 대부분을 사용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서울시 건설 자재 폐기물 60%를 강서구 방화동의 임시보관소, 중간처리업체가 담당한다, 처리 과정에서 비산먼지와 소음이 생겨 구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60% 이상, 서울시에서 발생하는 건축물 폐기물을 저희 강서구에서 다 받고 있잖아요!” 김 의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PPT도 준비했다. 일본과 영국 등 해외의 건설 자재 폐기물 처리장 사진이었다.

“일본을 보십시오. 특징 실내화, 지하화. 그다음 런던 폐기물. 실내화.” 해외에서는 건설폐기물을 실내화, 지하화한 공간에서 처리해 주민 피해를 줄인다고 했다. 의원들은 흥미로운 듯 고개를 화면 쪽으로 돌리고 경청했다. 

발표를 마치고 김 의원은 정 본부장에게 “(방화동) 자리에 실내화가 가능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정 본부장은 가장 큰 업체가 올해 중 실내화를 완료할 예정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가건물 식으로 슬럼화되는 그런 실내화를 바라는 건 아니죠”라며 “실내화가 되려면 자치구에 맞게끔 부지 선정부터 제대로 해나가야 한다 이거죠”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양손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정 본부장은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고 대답했다.

김 의원은 자치구가 공사장 생활폐기물 공공선별장의 옥내화 또는 지하화를 하도록 하는 ‘서울특별시 폐기물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한 상태. 조례가 통과되면 5t 미만의 공사장 폐기물 처리를 전담하는 공공선별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5t 이상의 폐기물에 대해선 불가능하다.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5t 이상 건설폐기물은 배출자가 처리토록 규정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상위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시의회는 5t 이상 폐기물에 공공이 개입하는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다.

“국회의 문을 열어서 법률 개정을 우리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앞서주기 바랍니다.” 김 의원이 요청했다. 정수용 기후환경본부장은 “의원님들과 계속 상의해서 법 개정도 함께 요구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 채유미 의원의 시정 질문(출처=채유미 의원 블로그)

다음은 채유미 의원(더불어민주당·노원구 제5선거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답변대에 세워서 서울도솔학교 문제를 질문했다.

도솔학교는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공립특수학교다. 특성상 경력이 많은 교사를 임용해야 하지만 신규교사를 작년에 12명, 올해 13명 배치했다. 전체 교원 45명 가운데 절반 이상. 

채 의원은 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학교인데도 “신규교사만 전적으로 배정하는 이유가 특별히 있나요?”라고 물었다. 차분하고 공손한 말씨였다.

조 교육감은 “저도 의원님이 질문하신다고 그래서 찾아봤는데요”라며 신규교사 문제를 최근에야 알았다고 했다. 경력 교사가 이동할 때는 희망을 감안하지만 신규교사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경력 교사가 도솔학교를 기피해 신규교사만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채 의원은 문제를 인지한 지 1주일이 안 됐다는 조 교육감을 강하게 질책했다. “교육청 담당 부서 공무원들이 교육감님을 기만하신 겁니다!” 학부모들이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1년 넘게 민원을 제기했는데 아무도 교육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조 교육감은 미소를 지으며 “(올해 임용된) 13명 중 11명이 3년 이상 경력자입니다”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임용고시를 막 통과했지만 기간제 교사로서 학교경력을 쌓아온 인원이 11명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더 많은 경력 교사를 배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세 번째는 최선 의원(더불어민주당·강북구 제3선거구)이었다. 그는 시정 질문을 하기 전에, 10분가량 단독으로 발언했다. 아동급식카드에 대해서였다. 저소득층 학생이 급식을 받기 어려우면 식사비로 한 끼에 6000원을 지원한다.

최 의원은 서울시 평균 점심값이 7500원을 웃돈다며 지원액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동급식카드의 사용처를 분석한 자료도 화면에 제시했다. 편의점이 70% 정도로 가장 많았다.

“6000원 한도에 맞춰 음식을 고르다 보니 주로 냉동 스파게티, 소시지 빵, 컵라면, 삼각김밥 등 냉동식품과 즉석식품들로 매일 끼니를 때우고 있습니다.” 저소득층 학생이 편의점 음식으로 하루를 버틴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건강한 식사보다는 싸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식품이….” 최 의원은 목이 메는지 기침을 하고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30초 정도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본회의장에 흐느끼는 소리만 들렸다. 김광수 부의장이 일어나서 “진정하시고 천천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숨을 쉬고 다시 발언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등교 제한은 학습격차뿐 아니라 영양 격차를 드러냈다고 했다. 이어서 “아동의 건강 상태에 대한 서울시의 최근 통계가 2015년 자료입니다”라며 서울시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노동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시의회 주변에서는 집회가 자주 열린다. 본관 앞 공간이 협소해서 시의원은 회의장에 입장하면서 이런 모습을 본다.

본회의 2일 차였던 2월 23일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9시 30분 노동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통공사, 서울신용보증재단 콜센터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회견은 1시간가량 이어졌다.

취재팀은 정장 차림의 의원이 회견 참가자에게 전단을 받아 가는 모습을 봤다. 집회 내용은 시정질문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날이 그랬다. 최선 의원이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에 물었다.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기자회견이 있는 것도 봤는데요.”

질문을 요약하면 이렇다. 서울시는 2020년 12월 서울교통공사, 서울신용보증재단 콜센터 노동자 직고용을 해당 기관에 권고했다, 하지만 교통공사와 신용보증재단은 지금까지 추진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서울시 계획은 무엇인가.
 
서 시장대행은 “기관이 속도를 낼 수 있게 적극적으로 지원 역할을 하겠습니다”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최 의원도 더 캐묻지 않고 “(계속) 챙겨보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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