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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4시 (9) 방청객 ② 갈등
유경민·이정민 기자 | 승인 2021.03.09 15:17

 

서울중앙지법 서관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좁은 복도를 따라 법정이 이어진다. 앞에는 피고인과 변호사가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다.

509호 문을 열고 들어가 맨 뒤 자리에 앉자 경위가 다가와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다. “방청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공판 전에 경위가 복도의 피고인을 호명했다. “OOO씨 계신가요?” 그러자 남성이 들어왔다. 오덕식 판사가 입장하자 모두가 일어났다. 주란희 검사가 오전 10시 10분에 들어와 앉으면서 재판이 시작됐다.

방청객은 대부분 피고인의 지인이었다. 업무상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과 함께 7, 8명이 들어왔다. 피고인 1명, 변호사 2명, 나머지는 방청객이었다.

상습강제추행범죄 재판에서는 4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비슷한 연배의 여성과 함께 출석했다. 남성은 피고인석에, 여성은 방청석에 앉았다. 피고인은 직장동료의 허벅지를 만지거나 가슴을 찌르는 등 10차례 추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판사가 “기소장이 있냐”고 묻자 함께 왔던 여성이 가방을 뒤지며 남성을 봤다. 여성이 가방에서 꺼낸 종이를 남성을 향해 흔들자 피고인이 방청석 쪽으로 다가왔다. 여성이 종이를 건네고 피고인은 자리로 돌아갔다.

▲ 서관 455호 앞

피해자 가족이나 지인이 재판에 참석하기도 한다. 장애인 준강간 사건의 증인 신문이 열린 2월 25일 서관 525호. 법정에서 욕설이 나왔다. “야, 이 개XX야, 말 똑바로 해. X발 때려버릴 수도 없고.” 피해자 오빠였다.

피고인은 의사 표현 능력이 4~5세인 지적 장애인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졌다. 증인은 피해자의 목욕을 돕다가 제모된 부분을 보고 피해자의 오빠에게 이야기했다. 오빠는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이 증인신문을 하는데 피고인은 자신이 직접 묻겠다며 증인에게 따졌다. “성관계 후로 피해자가 불안한 증세를 보이거나 저를 포함한 남성을 혐오한 적이 있었습니까?” “피해자가 작년 가을부터 저를 계속 찾아왔어요.” 질문이 아니라 자기변호를 늘어놓자 방청석에서 오빠가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판사는 “욕설하면 법정에 있을 수 없습니다”라며 “친오빠여서 속상한 거 이해하는데 욕설을 또 하시면 나가셔야 해요. 아시겠어요?”라고 주의를 줬다. 법정 경위가 대답하라고 재촉하자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네”라고 대답했다. 그 후 판사는 피고인의 질문을 제지했다.

취재팀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성관계를 촬영해 같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특수폭행죄로 기소된 피고인의 재판을 연달아 방청했다. 1월 29일이었다.

재판이 끝나고 취재팀이 나가려고 하자 판사는 “어떤 사건 때문에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방청을 왔다고 대답하자 판사는 “딱히 볼 사건이 아닌데…”라며 의아해했다.

모든 재판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법원은 국가의 안전보장을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으면 비공개로 재판한다.

김창형 판사는 준강간치상 사건을 다루다가 비공개로 재판하겠다고 선언했다. 2월 1일 519호 법정에서였다.

검사는 마사지 업소에서 피해자가 어떤 속옷을 입었는지 증인에게 물었다. 피해자와 증인의 진술이 달랐다. 취재팀이 내용을 수업에 적었더니 판사가 물었다. “뒤에 방청하시는 분들은 피해자 지인인가요?” 방청 중이라고 말하자 그는 비공개로 재판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방청에 달라진 점이 생겼다. 자리는 한 칸씩 띄어 앉아야 한다. ‘착석금지’라고 적힌 종이가 붙었으면 앉을 수 없다.

“방청객분은 여기까지만 방청하고 나가주실 수 있을까요? 코로나 때문에 너무 오래 계시면 안 될 것 같네요.” 2월 1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 정도를 같은 자리에 있었더니 판사가 정중히 요청했다. 취재팀과 방청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525호 법정, 2월 23일. 오후의 세 번째 재판이 시작되던 오후 4시경, 방청객 7명과 기자 4, 5명이 들어왔다. 방청객은 재판 내용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동물권 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를 문제삼은 내부 고발자들.

이들은 보호소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박 대표가 구조 동물 250여 마리를 안락사했다고 폭로했다. 박 대표와 피고인 2명은 절도, 동물보호법위반, 명예훼손, 농지법 등으로 기소됐다.

농지법 위반 혐의의 증인은 박 대표에게 충주시 부지를 소개한 공인중개사. 피고인 측 변호사와 증인이 대립했다. 변호사는 충주시 부지 계약 당시 정황을 물었다. “공사 진행 당시 주민이 ‘여기 뭐하는 거예요?’라고 물었을 때 가축 기른다고 설명하신 적 있죠?”

증인은 주민을 접촉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변호사는 “없었다고요?”라고 말하면서 다시 물었다. “박소연 씨는 이전에 민원을 받아 고생했다고 말한 적 있죠? 그러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부지를 소개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증인은 “존경하는 변호사님,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부지가 따로 어디있습니까?”라며 정중한 말투로 반박했다. 이어 피고인이 부지를 매입하기 전에 문제가 되는 부분을 증인이 설명했는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재판이 끝나자 방청객이 웅성거리며 나갔다. 기자가 다가가 사건 관계자인지 묻자 이중 한 명이 “저희는 박소연 씨의 죄를 주장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들은 박 대표를 ‘동물 보호사를 가장한 사기꾼’이라고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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