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긴장감이 흐른다. 방청객 30여 명은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변호인이 “이의 있습니다”라며 벌떡 일어선다. 검사는 날카롭게 노려보다가 끼어든다. 그리고 방청석을 향해 사건을 설명하며 언성을 높인다.

판사는 피고인을 향해 “피고, 예, 아니오로 대답해. 이 자술서 썼다, 예. 안 썼다, 아니오!”라고 소리친다. 피고인이 “쓰기는 했는데요…”라고 하자 판사가 말을 끊는다. 영화 <변호인>의 장면이다.

판사는 매우 독단적이며 절대적인 권력자처럼 나온다.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법정에서 쫓겨나는 등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실제는 어떨까.

▲ 서울법원종합청사 안내도

서울 서초구에는 법원종합청사가 있다. 지하철 2호선 교대역 10번 출구를 나오면 정문으로 이어진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회생법원이 있다.

건물은 본관과 별관(4곳)으로 나뉜다. 본관의 동관에서는 민사재판이, 서관에서는 형사재판이 열린다. 중앙에 법원 마크가 보인다. 출입문 앞에서 20층 건물을 따라 시선을 올리니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 서울법원종합청사 본관

스토리오브서울취재팀은 2021년 1월 18일부터 2월 19일까지 서울중앙지법 서관을 20회 정도 찾았다. 처음 갔던 1월 18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일이었다. 기자, 유튜버, 시민, 경찰. 서관 출구가 북적였다.

누군가 나올 때마다 시선이 집중됐다. 출입문을 드나드는 이들의 복장과 표정은 다양했다. 누구의 목에는 직원 명찰이, 누구의 정장에는 노란색 배지가 보였다. 누군가 변호사와 얘기하면서 들어가는데 불안감이 묻어났다.

서관 출입구로 들어가면 ‘정의의 여신’ 디케(Dike)의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두 손에 법전과 저울을 들었다.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면 로비다. 게시판을 보면 어떤 공판이 열리는지 알 수 있다. 어느 날에는 두꺼운 종이 뭉치가, 어느 날에는 한 칸에 한 장만 걸린다.

법정은 본관 3~5층에 있다. 엘리베이터 앞에 보안검색대와 직원이 있다. 컨베이어 벨트에 가방을 올리고 통과해야 한다. 액체류는 반입되지 않는다. 취재팀은 가방의 생수를 직원에게 맡기고 들어갔다.

▲ 보안검색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복도가 나온다. 약 100m. 법정 앞에 의자가 보인다. 앉아서 기다리는데 법정에서 누군가 나왔다. 깔끔한 검은색 정장 차림.

그는 피고인의 이름을 부르고 서류를 나눠줬다. 나중에 물어보니 법정 경위라고 했다. 판사를 도와 법정 질서를 유지한다. 재판이 끝날 때마다 복도로 나와 다음 재판의 피고인을 불렀다.

▲ 공판 안내 모니터

법정 앞의 모니터는 ‘오늘의 공판 안내’를 보여준다. 시간·사건번호·사건명·피고인명·상태가 10분 단위로 빽빽하다. 판사는 오전 10시부터 재판을 시작한다. 연달아 20건을 맡기도 한다.
 
낮 12시가 되자 점심시간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판사는 그제야 숨을 돌린다. 하지만 오전 재판이 밀리면 계속 진행한다. 점심을 먹고 오후 2시가 되면 재판을 다시 시작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 판사는 재판을 어떻게 진행할까. 그들은 어떤 역할을 할까. 궁금증을 풀려고 취재팀은 법정에 들어갔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