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서관에 1월 20일 갔을 때,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첫 공판이 열렸다. 사건명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독직폭행). 523호 법정에서 열렸다. 취재팀은 중계석 방청권을 받았다.

왼쪽에 파란색 의자가 보였다. 검사석이었다. 중앙은 증인석, 오른쪽은 피고인과 변호인을 위한 자리였다. 정면에 법원 마크가 반짝였다. 오른쪽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방청했다.

양철한 판사가 오전 11시 입장하자 법정 경위가 외쳤다. “모두 일어나세요.” 판사는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로 공판 기일임을 밝히고 변호인과 피고인의 출석을 확인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이익이 되는 진술을 할 수 있는 권리도 있다”고 피고인에게 설명했다. 개인 정보도 확인했다. 재판 과정에서 주소가 변경되면 신고해야 한다고 알렸다. 경위가 “앉으세요”라고 하자 모두가 자리에 앉으면서 재판이 시작됐다.

▲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4번 출구

판사는 먼저 검사에게 진술 기회를 줬다. 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그대로 낭독하지 말고 적절하게 말하세요”라고 하기도 했다. 다음에는 “자, 이제 피고인 측 진술하세요”라고 했다. 양측이 각각 5분씩 진술했다.

내용이 불확실하면 판사는 질문을 했다. “폭행한 사실이 없다는 겁니까.” 변호인이 고의에 의한 폭행을 부인한다고 하자 판사는 다시 물었다. “객관적으로 행위가 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까?”

그는 한 번 더 “폭행한 행위는 아니지요? 고의도 없었다는 것이고, 피고인의 행위가 영장의 정당한 집행 행위로서 정당행위라는 주장도 있는데 그렇죠?”라고 물었다.

이어서 판사는 “피고인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피고인 일어나서 입장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십시오”라고 했다. 검사는 폭행을 주장했고 변호인과 피고인은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양 판사는 발언을 모두 듣고 ‘허허’하며 웃었다. “양쪽 입장이 반대라서.” 그의 여유 있는 웃음에 법정의 팽팽한 긴장감이 잠깐이나마 느슨해졌다.
 
첫 공판은 양측의 주요 입장을 확인하는 정도였다. 판사는 다음 공판 기일을 언급했다. “가장 빠른 건 2월 마지막 주 25일, 26일 오후인데 두 기일 중에서 말해달라”고 양측에 선택권을 줬다.

변호인이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자 판사는 존중했다. 검사도 동의하자 “이것으로 모든 재판을 마치겠습니다. 3월 10일에 다음 기일 진행합니다. 마칩니다”라며 마무리 지었다. 판사는 양측을 존중하며 재판을 차분하게 이끌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안내도

법정이 혼란스러울 때는 중재가 필요하다. “자자, 진정하세요.” 토론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사는 판사 입에서도 자주 나왔다.

취재팀이 2월 2일 찾은 501호 법정에서는 폭행 사건 재판이 열렸다. 증인과 피고인은 같은 직장에서 일하던 사이였다.

증인은 피고인이 출근하는 시간에 몰래 따라가 꿀밤을 때리려고 했다. 근무하다가 피고인에게 맞은 꿀밤을 대갚음해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피고인이 멱살을 먼저 잡자 증인이 얼굴을 때렸다. 서로 간의 폭행이 일어난 상황.
 
피고인은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그는 증인이 진술하는 중간에 끼어들어 “어디에서 기다렸습니까?”라고 따졌다. 이준민 판사는 “자자, 피고는 이따가”라며 달랬다. 피고인과 증인은 서로를 쳐다보지 않았다.

피고인은 “어디 있다가 따라온 건지 궁금합니다”라고 말했다. 증인이 “길거리 전등 근처”라고 하자 피고인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직원 120명 중 길거리에서 증인을 본 사람이 없습니다. 건물에 있다가 내려가는 것을 본 사람은 있습니다. 지금 증인이 거짓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이 판사는 억울해하는 듯한 피고인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거짓을 따지지 말고, 그건 우리가 하는 거니까. 사실관계만 말하세요.”, “자자, 그만!”

잠시 적막이 흘렀다. 판사는 재판을 끝내기 전에 부드럽게 물었다. “원래 증인이랑 사이가 안 좋았습니까?” 김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함께 웃으며 일하고 밥 먹던 시절을 떠올렸다. 판사는 검토하겠다며 이날 재판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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