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에 도로는 한산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붐볐다. 1월 21일 취재팀은 법정 복도에서 변호사와 피고인을 전혀 구분할 수 없었다. 사회복무요원이 “정장을 입은 분은 주로 변호사님이세요”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복도 풍경이 다르게 보였다.

2월 15일 서관 317호 앞. 변호사는 깔끔한 남색 정장을 입고 황금색 배지를 찼다. 그는 검사가 주장하는 죄가 피고인의 책임 범위 밖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준비한 대로 변호했다. “증거 순번 80, 83 투자금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인정합니다.”

변호인은 피고인 측 증인을 신청하고 신문이 30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김용찬 판사는 다음 기일을 3월 22일 오후 2시로 정했다.

▲ 서울중앙지법 내부

법정에서 변호인은 피고인을 대신해서 목소리를 낸다. 대변인인 셈이다. 변호인이 증인을 신문하는 중 피고인이 끼어들자 이준민 판사가 제지했다. 억울함을 주장하는 피고인 대신 변호인이 침착하게 증인에게 질문했다.

일반인은 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변호사에 의지한다. 2월 10일, 서관 318호. 복도에 많은 사람이 몰렸다. 피고인이 많아서 자기 사건이 시작되기 전에는 법정에 들어갈 수 없었다.

피고인만 법정에 들어서자 다른 사람은 답답해했다. 그들은 변호사에게 빨리 전화하자고 말했다. “항소가 기각되었다고요? 그럼 좋은 건가요?” 변호사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다가 피고인이 웃으며 나오자 법원을 떠났다.
 
변호사는 피고인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재판이 끝나고 복도에서 어느 변호인이 집행유예가 나올 거라며 피고인을 안심시켰다.

2월 15일 서관 317호에 피고인이 들어섰다. 사기죄로 구속돼 녹색의 죄수복을 입었다. 재판이 끝나자 변호인이 웃으며 몇 가지 서류를 건넸다. 피고인도 변호인이 반가운 듯 악수를 청했다.

경찰이 막아서며 서류를 확인했다. 아무 문제가 없자 피고인은 서류를 갖고 갈 수 있었다. 그는 경찰의 지시에 따라 법정 밖으로 향했다. 죄수복을 입은 피고인과 양복을 입은 변호인.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 같았다.

변호인은 피고인과 상의하며 판사의 질문에 대응한다. 2월 2일 서관 408호에서 허선아 판사는 “국민 참여 재판을 원하십니까?”라고 물었다. 피고인은 조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25억 원의 허위 세금 계산서를 발행한 위반행위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변호인이 피고인과 한동안 상의하다가 목소리를 냈다. “아니요. 원하지 않습니다.”
 
피고인이 불출석하고 변호인만 참석하기도 한다. 2월 4일, 서관 513호 법정. 김준혁 판사와 검사가 모두 들어왔지만 피고인석은 비었다.

변호사가 급히 뛰어오며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피고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판사는 숨을 고르던 변호인에게 피고인과 연락이 닿았냐고 물었다. 변호인은 “이메일로만 서신을 주고 받았다”고 대답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연락도 없이 불출석하자 당황한 모습이었다.

2월 15일, 서관 523호 법정에서도 피고인은 보이지 않았다. 양철한 판사가 피고인 이름을 부르자 누군가가 일어섰다. “30분 전에 연락이 왔는데 상태가 안 좋다고….” 판사가 변호인이냐고 묻자 맞다고 했다. 이처럼 피고인이 불출석하면 재판이 다시 열린다.

▲ 서울중앙지법 서관

드라마에서는 변호인과 검사가 법정 중앙으로 나와 치열하게 공방을 벌인다. 실제 법정에서는 자료가 워낙 많아 앉은 상태에서 자료를 보며 이야기한다. 서로를 쳐다볼 시간도 없다.
 

양측은 날카롭게 비꼬거나 자기주장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기일이 여러 번이니 철저히 준비해서 간략하게 주장할 뿐이다.

2월 2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서관 408호에서 열렸다. 피고인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사전투표가 조작됐다는 영상을 여러 번 올렸다. 또 공명선거 지원단에 사전선거의 불신을 조장하는 소책자를 제작, 발송하고 1인 시위를 독려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소책자를 배부하고 캠페인을 독려한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자유 방해죄, 선거선동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선거법을 어기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피고인의 행위는 공식선거법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변호인은 8번과 22번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에 모두 동의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4·15 총선을 앞두고 방송한 내용은 선관위의 선거 시스템에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선관위가 알고 해결해주기를 바란 취지였습니다”라며 선거의 자유를 방해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사건 당사자가 아니고 법정 규율을 아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변호인은 사건에 감정적이지 않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검사와 논쟁을 벌이기 보다는 자기 입장을 판사에게 전달하려 노력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재판이 2월 5일 열렸다. 변호인은 검사 측에서 사전조사와 의견서로 현장심문을 대체하는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동시에 박남천 판사에게 직접심리주의를 지켜주길 요청했다. 판사가 변론을 직접 듣고 증거를 조사하는 방식을 말한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판중심주의의 대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증거 조사와 증인 신문을 판사가 주재하는 공판에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변호인은 법적 근거를 들어 “증인에 대한 배려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직접심리주의만 강조하면 형사법 소송이 진행될 수 없다고 했다. 또 재판부 변경 가능성이 있기에 서면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판부 변경은 항상 있을 수 있으니, 그 때문에 현장심문을 하지 않으면 불합리하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변호인은 “검찰 측의 주장은 형식적 기회만 강조하는 것으로 공판주의를 형식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실질적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재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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