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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4시 (7) 변호사 ② 호소
오지윤 기자 | 승인 2021.03.09 15:10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08호. 횡령 사건 재판이 2월 2일 열렸다. 증인은 피고인에게 5억 원 정도를 투자했다가 2019년 6월 12일 돌려달라며 강압적으로 행동했다. 변호인은 처음에 피고인과의 관계 같은 기본적인 정보를 묻다가 점점 구체적 내용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변호인은 “피고인이 핸드폰과 차 키를 빼앗은 적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증인은 테이블이 너무 좁고 커피가 다 나오자 지저분해서 치웠다고 대답했다.

변호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핸드폰이나 차 키는 주머니에 넣으면 되지 않나요?”라고 되물었다. 증인은 강제로 빼앗지 않았다고 했다. “거기가 아주 좁은 테이블이에요. 이미 핸드폰이 다 꺼내져 있어서 그냥 치운 것뿐입니다.”

허선아 판사는 여기에 의문을 가졌다. “증인, 그때 녹음을 신경 쓴 것인가요?” 판사는 테이블 옆에 핸드폰을 둘 만한 탁자가 따로 있었는지도 물었다. 증인이 계속 똑같은 진술을 반복했지만 변호인과 판사는 모두 이해가 안 되는 듯한 표정이었다.

취재팀은 방청권을 구해 옵티머스 사건의 재판을 봤다. 2월 4일이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김재현 윤석호 유현권 이동열 씨와 변호사 4명을 봤다.

이날 증인은 피고인 이동열 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이었다. 김재현 씨의 변호사에 따르면 2018년부터 사실상 비서 역할을 했다.

변호인이 “증인은 이동열을 위해 유리한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맞습니까?”라고 묻자 증인은 “지난 2~3년이 부정당한 기분이어서 그랬다”고 대답했다. “조사에서 이동열 사장이 청렴하다는 취지로 증언했는데 맞느냐”고 물었을 때도 “네”라고 답했다.

변호인이 “이동열과 김재현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다고 주장하셨죠?”라고 물었고 증인은 안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다시 질문했다. 증인은 “대화 내용은 정확히 모르지만 두 분의 관계는 알고 있었습니다. 두 분이 상하 관계인 것은 알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변호인은 “증인이 (이 대표와 김 대표의 관계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하셨잖아요”라고 추궁했다. 또 변호인이 “이동열이 청렴한 사람이라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맞습니까?”라고 묻자 증인은 인정했다. 변호인이 질문을 이어가다가 증거와 증인의 진술이 다른 점을 발견했다.

“이동열 씨가 사모사채를 발행해 자금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요.”
“저는 몰랐습니다.”
“증인은 이동열과 직원들 모두 모른다고 증언했는데요. 이 씨도 모르는 것처럼 썼는데 이동열이 아는지 몰랐는지 몰랐다는 겁니까?”
“네, 몰랐습니다.”
“수사기록 3662쪽, 카톡 스크린 화면을 보겠습니다. 증인과 이동열의 다른 직원이 대화한 내용입니다. 카톡 내용을 보면 출연자금이 펀드에 관한 자금임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데 아닙니까? 이상입니다.”

▲ 서울지하철 2호선 교대역 부근의 변호사 사무실

취재팀은 2월 8일 서관 320호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의 재판을 지켜봤다. 피고인은 법정 옆문에서 초록색 계열의 죄수복을 입고 경찰과 함께 나왔다.

검사는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한 날짜와 양을 말했다. 일정 기간 꾸준히 투약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소변과 주사기와 관련된 추가 증거를 제출했다.

이동희 판사는 제출된 증거를 정리했다. 검사가 제출한 조서와 추가 증거물, 압수된 필로폰의 양, 피고인의 범죄 전력 등이다.

변호인은 최종변론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반성하고 있습니다. 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서 이번에는 마약을 끊는 데 성공하겠습니다. 국가자격증 취득 등 사회 복귀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선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피고인의 태도와 말투 또한 조심스럽고 공손했다.

이런 모습은 2월 3일, 서관 526호 법정에서도 비슷했다. 변호인은 강제추행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고소당한 이후 피고인은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고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피고인은 “맞다”고 대답했다.

“피고인 죄를 인정하고 피고인의 수익이 260만 원 밖에 안되며, 작년 아내의 사별로 현재 정신적, 육체적 상태가 미약함으로 인해 판사님께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게임장 관련 일을 많이 했지만 앞으로 게임장 관련 업무에 종사하지 않겠습니다. 최근 딸 결혼식과 관련해 일이 있으니 선처 부탁드립니다.”

“피의자 반성하고 있고 당시 술을 마시고 난 후 피해자와 서로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집에서 나가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준 사실은 분명 죄에 해당하나 피의자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합의를 하지 못했고 구직이 쉽지 않아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는 점을 양형에 참작해 주십시오.”

사건은 다양하지만 최후 변론은 비슷하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가정을 부양하고 정신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마지막 변론이 감정적 호소처럼 들렸다.

1월 21일 서관 509호 법정에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사건의 재판이 열렸다. 피고인은 여성 탈의실을 훔쳐본 혐의로 기소됐다. 목격자는 쇼핑몰 직원이었다.

피고인은 같은 종류의 범죄로 벌금을 냈던 적이 있다. 오덕식 판사는 “특이한 취향을 가지고 계시네요?”라며 쳐다봤다.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했다. 검사는 징역 1년, 3년간 취업제한 명령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현재 피고인 반성하고 있는 점,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아내, 딸이 있는 점, 피고인이 징역을 살게 되면 가정을 부양할 수 없는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으로 선고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판사는 “이건 벌금형은 아니지. 징역 아니면 집행유예예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변호인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피고인이 느끼는 중압감과 불안감이 달라진다. 변호인의 역할은 심리적인 면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건의 핵심을 법리적 쟁점으로 방어하거나 변호인 의견서로 피고인 의견서를 대체할 수도 있다.

국선 변호인 제도를 운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사람에게 법정에서 자신을 방어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취재팀이 만난 변호사는 피해자의 항변과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이렇게 피고인의 동반자로서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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