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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상 특집 ⑥ 2020 부동산 대해부-계급이 된 집(서울신문)
전혜진 기자 | 승인 2021.02.21 19:49

 

‘단발성 이슈에 매몰되기 쉬운 경제보도의 전범을 제시한 수작.’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는 서울신문의 ‘2020 부동산 대해부-계급이 된 집’ 기획을 이렇게 평가했다.

시작은 작은 물음이었다. 부동산 시세는 왜 잡히지 않고 특히 청년에게 점점 더 멀어지는가. 생활공간의 의미를 넘어 사회‧경제 계층을 보여주는 지표. 취재팀은 부동산을 해부하기로 했다. 부동산은 계급이라는 명제를 데이터로 증명하고자 했다.

김동현 세종팀장의 아이디어로 처음에는 부동산 등기등본만 떼려고 했다. 회의를 하며 기획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경제부 전체(김동현 임주형 하종훈 장은석 홍인기 강윤혁 나상현)가 참여하게 됐다.

▲ 서울신문 2020년 1월 7일 1면

취재 방향을 잡으니 질문이 좁혀졌다. 누가 수십억 원짜리 집을 어떻게 사나. 왜 강남 집값은 비싼가. 고위 관료의 강남 거주 비율은 어떻게 되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 했다.

중점을 뒀던 부분은 데이터 수집이다. 정부 자료 말고 직접 모은 원자료(raw data)로 현실을 드러내자는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주택등기부등본 8000여 통을 떼서 598개 아파트의 매수자 연령과 성별, 대출 금액, 거주지 정보를 파악했다. 또 도로와 철도 관련 예비타당성 조사 370건을 조사해 지역별로 분류했다.
 
자료를 수집했던 나상현 기자는 퇴근 후에도 엑셀 작업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 아니니까 매일 경제부 기사를 쓰면서 기획 취재를 병행해야 했다. 시간을 쪼개 취재하니 집에 가서도 계속 일을 하게 됐다.”

강윤혁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부동산 기획을 위해 주말을 반납해야 평일에 경제부 기사를 쓸 수 있었다.

“기획 취재는 사실 가욋일이나 마찬가지다. 동기부여가 없으면 귀찮게 느껴질 법 하다. 그래서 기자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었지만 이렇게 상도 받고 좋은 경험이 누적되면 다음에 또 하고 싶은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어렵지만 기억에 남는 일도 있다. 나 기자는 두 번째 기획으로 보도했던 ‘집값 정책 결정하는 그분들… 80%가 강남에 집 있다’를 꼽았다. 고위 공직자의 주택 보유 현황을 보여주려 했다. 주소 데이터를 넣으면 지도 위에 점을 찍는 ‘비즈GIS’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프로그램을 돌리니 서울 남동쪽이 새빨갛다. 고위 공직자의 주택이 강남쪽에 몰려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수치나 글로 접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기사에서도 직접적으로 보여줘야 효과적일 거라 생각해서 그래픽으로 구현했다.”

▲ 서울에 있는 고위 공직자의 주택 분포 현황(출처=서울신문)

이 기획이 다른 보도와 차별화됐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나 기자는 “정부가 생산한 자료가 아니고 기자가 직접 모은 양적 데이터를 가지고 현실을 보여줬던 게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데이터 저널리즘이고, 어떻게 보면 노가다 저널리즘”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강 기자는 고위 공무원의 집값 상승률을 취재하면서 엄밀성에 특히 신경을 썼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의 아파트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잘못 보도하면 항의를 받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독자의 영역이니까 기자로서 엄밀한 수치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취재팀은 다주택자인 고위 공무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다. 장관이든 수석이든 가리지 않았다. 1년에 한 번 나오는 관보만 믿고 취재를 할 수는 없어서다.

관보와 달리 일부는 집을 팔아서 더이상 다주택자가 아니었다. 일부는 전화를 받지 않거나 거부했지만 할 수 있는 연락을 다했다고 취재팀은 자신했다.

강남과 강북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비율에 차이가 있다는 내용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균형 발전에 더 신경 쓰겠다고 했다. 강남 부동산 등기등본을 떼서 보여준 대물림 케이스 보도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더 주의 깊게 감시하겠다는 설명자료를 냈다.
 
강 기자는 “언론 보도가 정책을 직접 바꾸기는 어렵지만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이렇게 우회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 왼쪽부터 강윤혁 나상현 기자

나 기자는 부동산 보도의 아쉬운 점으로 전문가 풀을 꼽았다. “기사에 교수 멘트가 나온다. 어느 보도든지 비슷하다. 했던 말을 또 하게 된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한 방향을 가진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니까 다양성 확보에 실패하고 의견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신문과 방송> 2월호에 따르면 보수·진보·경제 매체 모두 부동산 보도에서 각자의 성향에 맞는 취재원과 제한적으로 접촉하는 성향이 있다.

서울신문 경제부는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고 했다. 다섯 차례의 기획을 마무리하며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의 좌담회를 게재한 이유다.

나 기자는 “시장주의자인 심 교수와 부동산 개혁을 외치는 김 국장이 토론하면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2월 18일 스토리오브서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언론 보도를 보면 한 편의 얘기를 듣는 게 많은데 서울신문 기사는 좌담회 형식으로 상반된 시각을 담아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전문가로서 언론에 대한 당부도 덧붙였다.

“앞으로 부동산 보도가 서민의 구체적 사례를 더 많이 다뤘으면 한다. 정책은 어차피 사회가 판단을 하기 때문에 부동산 때문에 정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을 언론에서 많이 다뤘으면 한다.”

다섯 번째 기획(청년·신혼부부에게 부동산은 불가능이다)을 하면서 강 기자는 SH행복주택 등 정책의 수혜를 받은 청년과 신혼부부를 만났다.

“수혜자는 만족도가 엄청 높아서 본인만 누리는 걸 아쉬워했다. 그런데 사실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굉장히 소수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보완한다면서 핀셋 혜택만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다가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다.”

취재원의 생생한 사례를 다룬 덕분일까. 올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이다솜 씨(25· 경기 용인시)는 기사가 자기 이야기 같다고 했다.

“몇 주 전에 경기도에서 자취를 하려고 월세를 구하는데 매물이 거의 없고, 있더라도 값이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월세도 이런데 나중에 정말 부모찬스 없이 본인 순수 월급으로만 집을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취재팀의 계획을 물었다. 나 기자는 “부동산 보도로 상을 받기는 했지만 원래 출입처는 기획재정부”라며 “의원실과 협업해 쓰고 남은 불용예산에 대한 취재를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강 기자는 육아휴직 중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에 강한 반감을 갖고 쓴 ‘피어(Fear)’나 ‘화염과 분노’ 같은 책을 읽으며 권력의 핵심부를 이렇게 세세하게 취재할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며 “좋은 보도를 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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