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늘 묻는다. 질문하며 권력을 감시한다. 하지만 대답을 듣기 힘든 기관이 있다. 검찰과 법무부다.

“절차대로 했다. 하지만 그 절차는 비공개라 알려드릴 수 없다.” 검찰은 수사의 밀행성을, 법무부는 업무의 현저한 지장을 이유로 규정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비공개 내규는 감시 역할을 어렵게 했다.

경향신문이 취재를 시작했다. 윤지원 기자가 검찰, 허진무 기자가 법무부를 맡았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검찰 내규 48개, 법무부 내규 16개를 공개했다.

검찰 내규에서 4개는 전문을 공개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의 비공개 내규 전문을 공개한 최초 보도”라고 한국기자상 공적설명서에 밝혔다. 지금까지 일부를 발췌해 문제점을 지적한 보도는 있었다. 전문 공개는 처음이다.

윤 기자는 복수의 취재원으로부터 비공개 내규를 확보했다. 2년 7개월 동안 입수한 비공개 내규는 10개 정도다. 취재 도중 검찰이 공개 전환한 내규를 제외한 뒤, 법률 자문과 검토를 거쳐 전문 공개 대상을 정했다. 전관예우의 원인으로 꼽히는 ‘사건배당지침’도 있었다.

검찰은 접근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기관 중 하나다. 기자들의 ‘단독 경쟁’도 치열하다. 취재원과의 관계 유지가 중요한 상황에서 예민한 내부 규정을 취재하고 보도하기는 쉽지 않았다.

윤 기자는 “검찰 안에서 기자가 검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수사기관으로서 갖는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중요한 수사 정보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수사 보도와 검찰 견제라는 두 역할이 모두 중요하다고 봤다. “검찰이 가진 절차의 문제가 무엇이냐를 외부에서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데, 비공개로 쥐고 있는 건 진짜 문제라고 생각했다.”

▲ 법무부의 비공개 내규를 다룬 경향신문 기사

2017년부터 법조를 3년간 출입한 현직 기자는 국민 알 권리 측면에서 좋은 취지의 기사라고 경향신문 보도를 평가했다. 특히 사건 배당 등 검찰에 관한 논란이 일 때, 외부에서 판단할 기준을 공개한 점을 호평했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심언엽 씨(27)는 형사소송법 과목을 공부하며 검찰 내규에 따라 사건이 배당되는 건 알았지만 비공개라는 점까지는 몰랐다고 했다. 심 씨는 “의미 있는 문제 제기라고 생각했고 법조인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사가 나가자 대검 간부가 윤 기자에게 항의했다. 자체적으로 판단해 비공개했던 내규를 무슨 권한으로 공개하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대검 연구관들이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압박했다.

법률 전문가와 송사에 휘말린다고 생각하니 윤 기자는 두려웠다고 했다. 요가로 마음을 다스리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소송이 걸리면 회사도 나도 힘들어지는 걸 알기 때문에 걱정이 됐다.”

회사의 든든한 지지 덕분에 용기를 냈다. 옳은 일을 하는데 법적 소송을 당하면 오히려 회사에 좋은 일이라며 부장이 다독였다고 한다. 1~2회로 예정했던 기사는 5회로 늘었다. 검찰에 이어 법무부의 내규도 다뤄보자고 데스크가 제안했다.

▲ 허진무(가운데) 윤지원 기자

허진무 기자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3회에 걸쳐 법무부의 비공개 내규 문제를 지적했다. 비공개 내규에는 수형인·난민·이주민의 인권과 직결된 내용이 있다.

기사는 법무부가 지침을 공개하지 않아 권리 침해에 항의할 수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헌법재판소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에서 교정당국이 과밀 수용, 사생활 침해 등 수형인의 권리를 침해한 사례를 취재했다. 또 외국인보호소에  2년 6개월간 구금됐다가 이유도 모르고 풀려난 이주민 사례를 넣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의 강성준 활동가는 수사나 재판 과정에 비해 교정은 관심에서 소외된 영역이라며 “수용자의 권리 측면에서 (법무부) 내규 비공개 문제를 널리 알리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 동행(감동)’ 고지운 변호사는 “이주민이 구금되고 본국으로 바로 송환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주민의 현실을 알린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과소 대표된 사람들. 허 기자는 수형인·난민·이주민을 이렇게 표현했다. 관심 갖지 않으면 이들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법무부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다른 부서로 옮겨도 웬만하면 우리 사회에서 과소 대표되고 있는 사람을 위한 기사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 보도로 법조언론인클럽이 수여하는 상경 법조언론인상도 받았다.

허 기자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생각보다 기사로 세상이 잘 안 변한다. 기사를 열심히 썼는데 반향도 없고 바뀌는 거 같지도 않고. 특히 법조기자는 욕을 많이 먹는다. 그런데 상을 주면 적어도 내 기사를 누군가는 좋은 기사로 읽었구나 하는 격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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