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해소하는 보도를 하고 싶다. 지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것은 무엇일까. 작년에 (광주로 발령을 받아) 내려가면서 그 고민을 하게 됐다.”

KBS광주 탐사팀의 김효신 기자는 기획배경을 위와 같이 설명했다. 농업과 경제 등 여러 분야를 교차해 얕은 보도를 하면서 피로를 느꼈다. 해답까지 이끄는 보도를 위해 농업 분야에만 집중하는 1년을 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농가에서 쪽파를 직접 출하하고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과 광주 도매시장에서 한 달 넘게 살았다. 새벽시장 경매에도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수상한 거래’를 포착했다.

공영도매시장에서 경매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일부 농작물은 경매를 건너뛰고 중도매인이 임의가격에 가져갔다. 경매사가 물건을 내놓으면 가격이 3초 만에 결정되는 일도 많았다. 입찰 참여자가 가격을 점점 올리면서 적정 가격을 결정하는 경매제 취지가 무색했다.

농업법인이 경매가격과 거래량을 줄여 보고하면서 지방자치단체 수입은 계속 줄었다. 지역농산물 대신 가락시장에서 경매한 물건을 지역 시장에서 재경매하는 일도 빈번했다. 품과 돈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길어진 유통 과정에서 채소가 시들어 발생한 손실은 ‘출하자손실보전금’ 명목으로 메웠다. 농민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전금을 엉뚱한 데 사용했다.

핵심 정보를 알기까지 주변인을 계속 추적했다. 김 기자는 ‘동심원을 그리는 과정’이라고 탐사보도를 설명한다. 농업 관계자를 100명 넘게 만났다. 모은 자료는 300기가에 이른다. 

어려운 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김 기자는 “(새벽시장에서는) 상인처럼 변장하고 다녔다. 맞지 않은 게 다행”이라며 살짝 웃었다.

취재팀은 변호사, 회계사, 교수 등 7명으로 자문단을 만들어 <시사기획 창> 다큐멘터리 원고를 빠짐없이 검토하게 했다. 문장 하나당 적어도 증거 두세 개. 김 기자가 오래도록 고수한 원칙이다.

▲ 시사기획 창 311회

탐사팀은 작년 6월 농업법인 한두레농산의 농업 보조금 ‘먹튀’ 의혹부터 12월 다큐멘터리 <시사기획 창>을 방송까지 관련 기사를 10건 넘에 보도했다. 농업법인이 농민의 개인정보와 보조금을 빼돌렸음을 밝히고 공영도매시장의 허위 경매와 불법 매수거래를 고발하는 내용.

한두레농산 건물 인근에서 유년을 보냈다는 저널리스트 김수현 씨(28)는 “모자이크 되어 방송에 나왔지만 한눈에 우리 동네인 걸 알았다”며 “항상 조용해서 주차장인 줄 알았는데 보도를 보고 놀랐다”고 했다.

하지만 양승룡 고려대 교수(식품자원경제학과)는 “본질적 문제는 출하자가 자의적으로 등급을 표기한다는 점이나 최고입찰가 방식으로 경매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며 “(해법으로 제시하는) 시장도매인제도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가 나가자 광주시는 도매시장 불법거래를 전수조사 하겠다고 밝혔다. 보전금 유용과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지자체에 전수조사를 지시하고 위법사항이 적발된 도매법인은 행정처분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김효신 기자는 스토리오브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상을 받아서 가장 좋은 점은 내가 가는 방향이 옳다고 인정해주니 힘을 받는다는 점이에요. 필드에서 떠나기 전에 더 큰 사회적 영향력을 끼치는 탐사보도를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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