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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우는 방문 노동
정회인 기자 | 승인 2021.01.24 20:32

 

김영애 씨(가명‧57)는 경기 남양주시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했다. 거동이 불편한 고엽제 후유증 환자의 집을 매일 방문해 식사와 청소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2018년 10월, 이용자는 “뽀뽀를 해주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집 안에는 둘 뿐이었다.

“어르신, 이미 저는 돈을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은(스킨십은) 제가 하는 게 아니에요.” 김 씨는 거절했다. 이용자는 김 씨를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재가복지센터에 통보했다. 1년 계약이었지만 김 씨는 해고됐다. 이용자의 말만 듣고 김 씨의 근무 태도를 문제 삼았다.

가스 점검원 김선옥 씨(가명‧47)가 가스 밸브를 여는 순간, 고객이 뒤에서 다가와 안는 모양새를 취했다. 6개월 후 같은 집을 또 방문했다. 이번에는 김 씨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말했다. “요즘 성희롱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정 방문 노동자는 이렇게 정신적 또는 신체적 희롱이나 폭력에 시달린다. 문제는 피해를 증명할 자료를 남기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증거가 없으니 회사에 알려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양난주 교수(52)는 “방문형 사회 서비스 노동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노인장기요양서비스와 사회바우처 사업 때문에 많이 늘었다. 어떤 일을 당해도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노동이기 때문에 입증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 회사는 피해가 생기면 증거를 확보하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에 따르면 사업주(사용자)는 고객의 폭언‧폭행 등으로부터 건강장해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조치할 의무가 있다. 상담원과 연결되기 전에는 통화내용이 녹음된다는 음성 안내가 나오거나 작업장 내 폭언, 폭행 등 금지를 요청하는 문구를 게시해야 한다.

그러나 가정 방문 서비스 노동자가 보호를 받기는 어렵다. 서울도시가스분회 김윤숙 분회장(53)은 “점검을 갔더니 고객이 알몸 상태로 나와서는 점검 안 받겠다고 고함을 쳤다. 몸캠을 갖고 다닐 수 없고 개인정보 때문에 녹취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스 점검원 김선옥 씨(가명‧47) 역시 고객으로부터 “니가 어떻게 내 번호를 알고 전화했냐”, “니가 정말 도시가스 직원이면 나한테 신분증을 찍어 보내라”는 말을 들었다. 회사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피해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가스 점검원은 업무용 전화기를 사용해 고객을 응대하지만 통화내용은 녹음되지 않는다. 김 씨는 “회사에 통화내용만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너희가 경찰이냐’ 같은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우체국 집배원은 다르다. 전화가 연결되면 안내가 나오면서 통화내용이 녹음된다. 서울 동대문우체국에서 근무하는 박수광 씨(가명‧50)는 “안내 멘트가 추가된 이후 고객의 태도가 부드러워진 걸 느낀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 김영애 씨(57) 또한 “성추행을 당하고 센터에 바로 신고했더니 이용자를 대상으로 성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돌아왔다”며 답답함을 나타냈다.

이런 상황이라 지난해 울산에서는 경동도시가스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던 여성 점검원이 성희롱을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고객은 “진짜로 점검만 하러 왔느냐”며 1시간 가까이 점검원을 감금했다.

공공운수노동조합 이장우 울산본부장(53)은 “점검원이 가까스로 탈출하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접촉이나 추행이 없었기에 조사하기 애매하다고 결론 지었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나래 상임활동가(33)는 2인 1조 근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정 방문 노동자의 경우 위험 상황에 대한 기록을 메모 또는 녹취로 남긴다고 해도 효력이 발생하기 어렵다. 동행자가 있어야 한다.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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