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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리 집이 무너진다면…포항 지진, 그 뒤 3년 ③
김윤정·백승연·양수민·이준엽 기자 | 승인 2021.01.17 18:49

 

윤세영저널리즘스쿨 1기인 김윤정 백승연 양수민 이준엽 씨가 제3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수상작 <어느 날 우리 집이 무너진다면>은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 이후의 3년을 다뤘다. 심사위원회는 “기존 보도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사건 그 후의 이면들을 좇았다. 주민이나 단체 간의 이견과 충돌·불협화음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보여줌으로써 지진 피해 이후 트라우마와 갈등의 속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진흥회의 동의를 받아 수상작을 게재한다. 스토리오브서울 양식에 맞추면서 표현을 일부 고쳤다. <편집자 주>

3부. 포항 지진은 가해자가 있다

자연재해는 피해자에게 닥친 ‘불운’으로 여겨진다. 포항 지진이 자연 지진으로 여겨지는 동안, 피해자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았다. 유난스럽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구 노력을 벌였다.

그런데 포항 지진은 인재다. 포항 북구 흥해읍 남송리의 지열발전소에서 시작된 지진으로 밝혀졌다. 땅에 시추공을 뚫어 고압의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단층을 자극해 지진이 촉발됐다.

3차로 고압의 물을 주입 완료한 2017년 4월 15일, 규모 3.1의 지진이 났다. 작업은 중단되지 않았다. 7개월 뒤인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의 원인이 됐다.

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곳 근처에 지열발전소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포항지진촉발진상규명대응시민회의의 보고서(누가 어떻게 포항 지진을 만들고 불러냈나)에는 발전소 근처에 사는 박래근 씨(64)의 증언이 나온다.

그는 지진 2년 전인 2015년부터 함포 소리 같은 ‘쿵쿵’ 굉음을 들었다. 주로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며칠 뒤 같은 시간대에 주변을 살펴보니 작업복을 입은 인부가 야간작업을 했다.

굉음은 2016년 1월부터 심해졌다. 침대에 누우면 물을 조금 덜 채웠을 때 출렁대듯이 꾸룩꾸룩하는 소리가 났다. 어느 때는 집 마당에 1t 바위가 떨어지듯이 ‘꽝’하고 굉음이 났다. 이 밖에도 비포장도로를 탱크가 지나가는 듯한 잡음, 맷돌로 무언가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견디다 못해 박 씨는 그해 12월 12일 지열발전소로 갔다. 현장 직원에게 항의하자 넥스지오의 김 과장이라는 사람이 음료수 한 상자를 들고 찾아와 사과하고 갔다.

박 씨는 2017년에도 똑같은 굉음을 듣고 살았다. 국가사업이니 국민으로서 참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참고 또 참는데 11월 15일 지진이 닥쳤다. 우르르 소리와 함께 위아래로 흔들렸다. 주변의 감나무 가지를 잡고 버텼다. 과수원의 커다란 플라스틱 물통이 영화처럼 쿵쿵 뛰었다.

지열발전사업 주관사인 넥스지오와 관계기관은 지진 발생 가능성을 알았다. ‘포항 EGS 프로젝트 미소진동 관리 방안’이라는 지진 대응 보고서를 2015년에 공동으로 작성하고도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발전소 인근 주민과 소통해야 한다는 보고서 내용에도 불구하고 공청회 등 주민과의 대화가 없었다. 지역 언론에도 알리지 않았다. 4~5차에 걸쳐 초고압 수리자극(물 주입)을 강행했다.

보고서는 미국 에너지부가 마련한 미소진동 관리 7단계 프로토콜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를 따르지 않았고, 오히려 3.1 규모의 유발 지진을 은폐했다.

규모 3.1 지진은 일부 포항 시민도 느꼈다. 하지만 지열발전소 때문이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1년 전에는 자연재해였던 경주 지진이 있었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관련 여진이라고 생각하는 시민이 많았다.

2017년 8월 30일부터 9월 28일까지는 유럽의 통상적 수준보다 4배나 강력한 수압을 가했다. 지열발전소는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이 나고서야 가동을 중단했다. 유발 지진이 63회나 발생한 후였다.

▲ 지열발전소는 지진 이후에 가동이 중단됐다

지열발전소 건립은 2002년부터 이어진 대형 국책사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고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포스코, 이노지오테크놀로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서울대가 참여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흥해읍 일원에서 지질을 탐사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발전소를 건립하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 시험발전을 시작했다. 지진은 문재인 정부 들어 일어났다.

피해자 김종덕 씨는 “전 정부와 현 정부 모두 관련돼 있다 보니까 낙동강 오리알 같은 느낌이 든다. 누구 하나가 파헤치는 순간 어깨가 무거워지니까 서로 떠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해자가 없을 수는 없다. 지열발전소 사업이 지진을 유발하는지 알면서도 강행했다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범대본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상해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한 이유다. 책임자로 백운규 전 산업자원부 장관, 윤운상 넥스지오 대표, 박정훈 포항지열발전 대표를 지목했다.

지진 직후에는 전문가 대부분이 자연지진에 무게를 뒀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지구환경과학과)와 김광희 부산대 교수(지질환경과학과)의 논문이 인공지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팀은 2016년 경주 지진(5.8 규모)에 관심이 많았다. 큰 규모 지진이 흔치 않은 한국에서 자료를 가능한 많이 수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경주에 관측 장비를 설치하고 여진을 1년 정도 관찰했다.

그 과정에서 특이점을 발견했다. 포항에서 작은 지진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경주에서 지진이 잘 일어난다는 점은 널리 알려졌다. 포항은 지진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되는 곳이었다.

연구팀은 포항에 갔다. 지열발전소 탑이 보였다. 김광희 교수는 지열발전을 위해서 지하에 물을 집어넣어야 한다는 점을 알았다. 액체를 지하에 집어넣으면 지진이 생길 수 있다. 포항에서 일어나는 의심스런 증상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관측을 해야겠다 싶었다.

자료를 모으려면 장비를 설치한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논밭 한가운데나 숲속을 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장비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포항에서는 자주 분실됐다. 처음에 1대를 설치했으나 잃어버렸다. 뒤이어 4대를 설치했으나 2대는 사라지고 2대만 회수했다.

분석을 위해서는 적어도 4개 지점에서의 관측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자료 수집에 문제가 없도록 8대를 설치했다. 2017년 10월 경주 분석을 마치고 장비를 수리해 포항으로 옮겼다. 지열발전소와의 관련을 확인하려고 근처에 설치했다. 11월 10일, 포항 지진 5일 전이었다.

지진이 일어난 날에 이진한 교수가 뉴스에서 인공지진설을 주장했던 이유는 이렇게 미리 준비한 덕분이었다. 기상청은 15~20km마다 장비 1대를 두고 지진을 관측한다. 연구진은 진원 반경 2km 내에 장비 8대를 설치했다.

인공지진설을 뒷받침할 자료가 여럿 나왔다. 전에는 흥해 지역에 지진기록이 없었다. 2017년 11월 15일 5.4 규모 지진이 일어나기까지 5일 사이에 작은 지진이 꾸준히 관측됐다. 깊이는 지하 4.5km 부근이었다. 자연지진이 일어나기엔 지나치게 얕았다.

지열발전소에서 지하 파이프 2개를 뚫는 작업이 완료됐다고 공표한 시점부터 작은 지진이 일어난 점을 확인했다. 지진이 일어난 깊이와 위치가 두 개 파이프와 일치했다.

많은 전문가는 반대 의견이었다. 주입된 물의 양이 적다고 했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이 정도 물이 유발하는 지진은 규모 2나 3 정도였다. 포항 지진의 규모는 이보다 880배 정도 크다.

포항과 가까운 경주에서 1년 전에 큰 지진이 난 점도 자연지진설에 무게를 실었다. 경주에서 방출된 큰 에너지가 포항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냐는 의견이다.

이진한 김광희 교수가 주장을 검증하려면 더 많은 자료가 필요했다. 언제, 어느 시점에 물을 주입했는지 알아야 지진과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포항 EGS 프로젝트 미소진동 관리 방안’을 입수하면서 연구를 계속했다.

포항은 과거 10년간 지진이 없는 곳이었다. 넥스지오에서 물을 주입할 때만 규모 1~3의 지진이 일어났다. 물 주입이 5번, 지진은 6차례 일어났다. 물을 주입하지 않았는데도 생긴 지진의 비밀은 나중에 풀렸다. 시추공을 뚫는 과정에서 물을 넣는 것과 거의 비슷한 효과를 내는 활동이 있었다.

연구를 바탕으로 2018년 4월 25일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에 논문을 실었다. 넥스지오는 두 교수가 지열발전 자료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학교에 연구윤리 위반 문제를 제기했다.

조사 결과 문제가 없었지만 윤리위원회 출석 자체가 연구자로서 괴로운 일이었다. 정부조사연구단이 인공지진이라고 2019년 3월 20일 결론을 내리면서 논란은 막을 내렸다.

▲ 지열발전소에 방치된 자재

김광희 교수는 연구단의 구성과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구단은 국내의 전문가를 믿을 수 없다는 포항 시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해외 전문가 패널을 별도로 꾸렸다. 연구단의 중립성을 위해 김 교수는 참여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지진을 미리 막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거기 있는 사람들이(넥스지오) 놀랐을 거 아니에요. 그럼 물 집어넣는 걸 멈췄을 거 아니야. 그럼 또 지진 활동이 바로 멈췄어요. 한 번이 아니라 6번이나 반복된 걸 봤을 때 정부에서도 사전에 좀 알았다면 여기에 대한 주의를 기울일 수 있지 않았을까.”

연구단 자료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의 학자들이 포항지진의 경우를 상당히 주목하고 있어요. 기존의 모델이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니까요. 이미 여러 가지 면에서 조사가 상당히 잘 이뤄진 포항 자료를 확인하면 분명히 지진 없이 지열발전을 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국가가 상당한 연구비를 지급한 사업이니 자료를 공익적으로 검토하도록 공개하면 좋겠다고 김 교수는 생각한다.

지진 원인이 규명되면서 ‘포항 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피해구제법)은 재적의원 171명에 찬성 170표, 기권 1표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다.

법에 따라 발족한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는 2020년 4월 1일부터 2021년 3월 31일까지 활동하며 발생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힐 예정이다.

포항지진진상규명및피해구제지원단의 송지영 사무관은 “활동 종료 이후 그 결과를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고, 주민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공식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구체적인 진행사항은 밝힐 수 없다”로 설명했다.

피해구제법은 대위변제 성격을 띤다. 정부가 피해자를 먼저 지원하고 지역발전소로부터 나중에 받아낸다는 취지다. 하지만 책임이 규명돼도 정부가 지원금액을 회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넥스지오는 법정관리에 들어가 파산 절차를 밟는 중이다. 지열발전소는 4년째 방치됐다.

취재진이 흥해읍의 지열발전소를 찾았을 때는 많은 시설이 철거된 뒤였다. 기자가 택시에서 내리며 “허허벌판이네”라고 하자 기사가 대답했다. “그렇제. 폐허가 돼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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