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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리 집이 무너진다면…포항 지진, 그 뒤 3년 ⑤
김윤정·백승연·양수민·이준엽 기자 | 승인 2021.01.17 18:41

 

윤세영저널리즘스쿨 1기인 김윤정 백승연 양수민 이준엽 씨가 제3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수상작 <어느 날 우리 집이 무너진다면>은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 이후의 3년을 다뤘다. 심사위원회는 “기존 보도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사건 그 후의 이면들을 좇았다. 주민이나 단체 간의 이견과 충돌·불협화음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보여줌으로써 지진 피해 이후 트라우마와 갈등의 속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진흥회의 동의를 받아 수상작을 게재한다. 스토리오브서울 양식에 맞추면서 표현을 일부 고쳤다. <편집자 주>

5부. 다음 재난을 생각한다

‘포항 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피해구제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지진 당시, 경보나 대피소 설치에서 드러난 미비점이다. 재난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기상청은 2017년 11월 1일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관측 19초 만에 조기경보를 발령했다. 경주지진 당시의 26초보다 7초 빠르다.

보고 체계는 한 단계 줄였다. 기상청이 국민안전처에 보고하면 국민안전처가 국민에게 보내던 긴급재난문자를 기상청이 직접 보내도록 했다. 덕분에 포항 지진 당시 긴급재난문자는 조기경보 발표 4초 뒤인 23초 만에 전송됐다.

경보 시스템이 경주 지진 때보다 개선됐지만 일부 시민은 문자를 받지 못했다고 회고한다. 김홍제 씨는 “지금은 (재난 알림) 문자라도 오지 그때는 문자도 안 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기경보를 받지 못하는 지역(blind zone)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진 조기경보는 P파와 S파의 특성을 이용한다. 먼저 도착하는 P파로 지진을 감지해, 큰 피해를 일으키는 S파가 도달하기 전에 경보를 울린다. 진원과 먼 곳이면 여유가 있지만 가까우면 시간이 부족하다.
 
김정곤 한국재난정보학회 연구소장은 “오히려 (지진 발생지와) 거리가 먼 곳이 속보가 먼저 올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 곳은 먼저 흔들리고 나서 속보가 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경보를 앞당기는 데에 한계가 있다면 대피요령을 널리 전파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행정안전부가 2020년 만든 <지진·지진해일·화산재 행동요령>에 따르면 지진 발생 시 기억할 6가지는 다음과 같다.

① 몸을 보호하고 튼튼한 탁자 아래로 들어가기! ② 가스와 전깃불을 차단하고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 ③ 집에서 나갈 때는 신발을 꼭 신고 이동하기! ④ 꼭 계단으로 대피! ⑤ 유리와 담장으로부터 멀리! ⑥ 올바른 정보에 따라 행동!

▲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지진·지진해일·화산재 행동요령

이런 수칙을 떠올린 주민은 드물었다. 대다수는 우왕좌왕했다. “우린 지진 나면 안 내려가요. 내려가다 다 죽거든.” 신순옥 씨의 말이다. 김홍제 씨는 아파트 복도에 놀라서 주저앉은 노인을 발견해 부축하며 내려왔다.

택시기사 조규성 씨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대피요령을 떠올리지 못하고 차에서 지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지진 나면 차에서 대피하라고 하잖아요? 개뿔, 밖으로 못 나와요. 나올 여유가 없어. 아무리 침착한 사람도 못 나와. 한 사람도 나온 사람 없어.”

전문가들은 교육과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김 소장은 “재난이 닥치면 (행동 요령이) 사람 몸에 잘 안 와 닿는다”며 “현실감 있는 대국민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소에 도시 기능이 마비됐을 때를 가정하고 훈련하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한가지 일화를 들려줬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일본에서 다녔어요. 지진 훈련을 늘 한 거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어느 날 학원 선생님한테 전화가 오더라고요. 경보기가 울리니까 다른 아이들은 이거 뭐야 하는 사이에 우리 아이가 없어졌대요. 무조건 건물 밖으로 튀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체화된 거죠.”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김혜원 연구원은 “일본은 대규모 지진의 경험을 통해 자조(自助) 의식을 길렀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진발생에 따른 피해 시나리오를 공개한다. 이를 바탕으로 주민과 함께 대비훈련을 계획하고 실시하는 ‘체감형 교육훈련 콘텐츠’를 만든다.

걱정 없이 집에서 지내지만 재난상황에서는 위험한 공간으로 변할지 모른다. 언제 다시 흔들릴지 모르는 집을 떠나 많은 시민이 거리에 나왔다. 집이 안전해질 때까지 대피소가 중요해진다.

지진 당시 일부는 대피소에 들어갔지만 일부는 모텔에서 잠을 청했다. 지진은 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에 일어났다. 김홍제 씨는 대피소에 저녁 8시 도착했다. 대피소가 어디인지 많은 주민이 몰랐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모여 대피소 공간이 부족했다. 세면, 샤워, 세탁 모두 불편했다. 흥해실내체육관 화장실의 세면기는 3개. 첫날 체육관에 모인 이재민 700여 명이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빨래라든가 이런 게 안 돼 가지고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공무원들이랑 싸우기도 엄청 싸웠어요.” 김홍제 씨의 말이다.

▲ 김종덕 씨가 찍은 흥해체육관의 대피소 모습. 1000여 명이 몰리면서 남자 샤워실(왼쪽)과 남자 화장실에서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김종덕 씨는 화장실 사용이 처음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재민에 자원봉사자까지 1000명 가까이 몰렸지만 남자화장실에는 좌변기가 5개, 소변기가 13개였다.

지진을 자주 겪어서인지 일본의 대피소 화장실 매뉴얼은 한국보다 구체적이다. 김 소장은 일본 국립소방재난연구소를 찾았다가 놀랐다. 재난 상황에서의 화장실 운영을 연구한 서적만 책꽂이 2, 3개를 채웠다.

왜 화장실이었을까. 김 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물 공급이 끊기잖아요. (화장실을 쓰지 못하니) 멋진 대피소를 만들어놔도 사람들이 거기 안 가더라는 거죠.” 일본은 재난에서도 물이 끊기지 않는 조립식 화장실을 적극 활용한다.

반면 한국은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매뉴얼을 꼼꼼하게 다듬지 않아 초기 대피소 마련이 미흡했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개별 텐트 설치나 화장실 증설(대피소 내 남녀 각 1개소, 외부 이동화장실 3개소), 샤워장과 빨래방 설치는 지진 발생 4일째인 11월 18일 시작됐다.

일본 내각부는 유엔난민기구 기준을 토대로 재해 대피소의 화장실을 얼마나 확보하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지침을 만들었다. 초기에는 약 50명당 화장실 1곳, 장기화되면 약 20명당 1곳을 추가 설치하도록 했다. 화장실의 평균 사용 횟수도 1일 5회로 산정해 구체화했다.

▲ 일본의 대피소 화장실 확보·관리 지침

미비점은 또 있다. 텐트를 설치해 최소한의 사적 공간을 확보했지만 체육관 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겨울 냉기를 막을 수 없었다.

체육관은 2층 건물. 시멘트 바닥인 2층이 1층보다 훨씬 차가웠다. 40대 최경희 씨는 이재민 중 비교적 젊은 편이라 2층을 배정받았다. 냉기를 몸이 그대로 흡수해 골병이 들었다. 병원 치료를 받고 링거를 맞아도 아픈 몸이 잘 낫지 않았다.

대피소 폐쇄를 서두르는 듯한 상황은 이재민을 서럽게 했다. 대피소는 위험으로부터 피신한 사람들이 모인 장소다. 재난 피해자가 안심하고 돌아갈 때까지 상시 운영하는 게 원칙이다.

일본은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당시에 이런 원칙을 따랐다. 구마모토 가미아마쿠사시의 주민들은 주택이 파손되지 않았음에도 여진을 무서워했다. 주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시는 대피소를 계속 운영했다.

포항 이재민도 여진을 걱정했다. 집이 안전한지 안전하지 않은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진이 계속 일어나 집을 수리하기도 어려웠다. 더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민은 구경거리로 전락한 듯한 기분을 느꼈다. 김홍제 씨는 “정치인은 위로한답시고 사진을 찍었고, 기자들은 정치인을 따라다니기 바빴다”고 했다. 외부인이 돌아다니면서 신발 자국이 남았다. “대피소가 우리한테는 방이잖아요. 여기를 신발 신고 지나가고….”

방송뉴스에는 대피소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 얼굴은 물론 생활하는 공간이나 모습까지. 김 씨는 결국 화를 냈다. “취재고 뭐고, 사람이 좀 살도록 해달라.”

부산대 김광희 교수(지질환경과학과)는 ‘기억할 것’을 주문했다. “경주 지진도, 포항 지진도 아픈 기억은 잊어야 살 수 있겠지만 대응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같은 일은 또 벌어질 거거든요. (재난) 당시에 어떤 말들이 나왔었는지, 우리가 어떤 대비를 해야겠다고 이야기했는지, 실제로 세워진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어요.”
 
김정곤 소장은 “포항 지진을 기점으로 지진에 대한 관심도가 늘었고 대비책도 세운 건 맞지만 벌써 관심이 시들해지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초래할 돌발 위협, 즉 강풍이나 폭우로 인한 피해에도 대비하자고 주문했다.

지난해 여름, 한반도는 태풍과 장마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김광희 교수는 “한국이 자연재난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다. 인공 보와 하천 구조물이 홍수를 키워 논란이 됐지만 시간이 지나니 다 잊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김정곤 소장은 복구에만 몰두하지 말고 기술을 활용해 재난 위험지대를 적극적으로 파악해보자고 제안했다. “최근에는 재난 지역 사례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유사한 재난이 닥칠 지역을 찾거나 위험성을 분석하는 국가 차원 연구도 있다.”
 
한국재난정보학회의 이준범 박사도 기술활용을 촉구했다. “교통망이 도로교통망에 편중된 한국의 특성상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교통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재난 발생시 도로교통망을 대체할 차세대 드론 개발과 이를 위한 법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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